열심히 과천청사에서 외치고 온 동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통 민주노총을 보며 노동절이 투쟁하는 집회가 아니라 엉터리 집회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걸 안할려면 제대로 보고 가야 한다고 퍼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많이 쓰는 새벽길님의 전진게시판글을 퍼왔습니다. 다른곳으로 퍼가지는 마십시오, 노동절 집회 거의 망쪼입니다. 애들델꼬 무용하는 지경에 가면 거의 무뇌아수준입니다. 차라리 그럴러면 그러지. 꼭두각시들도 아니고. 노동절 민주노총이 없는데서 사는게 진보입니다. 여길 몰려다녀야 하는 슬픔이 한국 노동운동의 슬픔입니다. 몇일전 제 구글 알리미 글에서 북한은 한민족의 단일 정통성을 위해 외국인 이민족과 결혼을 금합답니다. 에라이 광신도들. 노동절이 지난 다음날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그냥 하도 어이가 없어
그냥 자라, 노동자 군대... ㅡ.ㅡ;; - 새벽길
1. 노동절이 월요일에 올 때부터 별로 맘에 안들었다.
얼마나 의미있는 노동절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웬만한 직장과는 달리 월요일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까닭에 집회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서울시청으로 향했는데, 결론적으로 괜히 갔다는 생각만 들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노동절 분위기가 맛이 가게 되었는지...
생각나는대로 하나하나씩 짚어보자.
2. 두리번두리번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평당원, 아니 평당우이기에 부담없이 지역위원회 깃발에 연연하지 않고, 서울시청 잔디밭 주변을 쏘다닐 수 있었다. 사실 시장잔디를 돌아다닐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렇게 다니는 맛이 쏠쏠했다.
전직 운동권 동창회라도 하는 듯이 이리저리 알고 지냈던 이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뒤에서 보니 집회 연단과 그 오른쪽에 있는 서울시청의 하이서울 구호가 부조화인 것 같기도 하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3. 민중가수들의 합창
우선 집회 중간에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민중가수라고 나온 이들은 다들 민주노총 지도부와 뜻을 함께하는 비슷한 경향성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제 수도권 문화패 동지들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우리나라, 가극단 미래, 희망새, 박성환 등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이들만 불렀다. 노동절 날 노동을 노래해왔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거부를 한 걸까. 연영석 님도 장애인 동지들과 함께 있던 것이 보이던데, 그의 노래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집회 중간중간에 꽃다지, 박준, 천지인 등의 노래가 나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그렇게 민중가수들이 나와서 사람들도 잘 모르는 노래를 합창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려면 그냥 노래패를 부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래도 오랫만에 듣는 <선언2>는 언제 들어도 힘차다.
♪ 노래를 찾는 사람들 3 - 선언2 ♪
노동절 날 인터내셔널가를 본집회에서 부르지 않은 것도 불만이다. 사전행사에서 문화패들이 불렀다지만, 본집회에서 함께 제대로 부르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4. 꼬마 아이들의 율동과 노래
짜증의 하이라이트는 희망의 집 아이들이었던가 하는 어린이들이 나와 하는 율동을 본 것이었다. 이런 집회에 아이들을 동원한 자체부터 맘에 들지 않았는데, 하고 나온 복장(흰색 상의에 빨간색 바지) 꼬라지에, 흘러나오는 노래소리 또한 가관이다.
첫번째 노래에서 애들이 계속 '아빠'만을 부른다. 갑자기 노동절 포스터에 관한 논란이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그래, 이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나 했다. 뭘 바래 하면서...
그런데 이 아이들이 그냥 들어가지 않고 남아서 두번째로 부르는 노래는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처음에 발랄하고 경쾌한 리듬의 악기 소리가 나오길래 혹시나 했더니, NK풍의,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의 문화를 소개할 때 나오는 그런 노래가 깔리면서 아이들이 율동을 하는 것이다. 흘러나오는 간드러진 목소리의 주체창법 노래에 나는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노동절이 이렇게 되었나 하면서...
저 노래를 듣는 노동자들이, 주위의 시민들이, 아니 율동을 하는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했다.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쪽팔려할 때 저 아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 무대에 섰다고 스스로 대견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노동절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무대에 섰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할 때, 나에게 아이들의 율동은 아이들을 행사의 도구로서만 여기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 분노가 치밀었다.
노동절 집회에 아이들을 동원하는 것은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역겨움만 줄 뿐이다. 하긴 그 촌스런 마인드가 어디 갈 것인가.
5. 조준호 위원장의 중대발표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전선 구축과 복수노조시대 공동대응을 위해 양대노총의 강력한 공동투쟁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사실 그 제대로 된 내용은 듣지 못했고, 기사로서만 파악할 수 있었는데, 애초에 공언했던 양대 노총의 관계복원과 관련된 '중대발표'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말을 말든지...
6. 발에 채이는 민주노동당원들
과거 여느 노동절 집회와는 달리 민주노동당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주황색이 들어간 민주노동당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꽤 되었고, 양복과 같은 깔끔한 정장에 민주노동당 배지를 단 사람들을 상당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후보는 사진만 찍고 선거운동을 위해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서 본집회가 시작하려는 와중에 자리를 뜬다. 지방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으니 당원으로서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와있던 장애인 동지들에게,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집회에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 생각하면 아쉬운 점들이 많다.
7. 천영세 의원단 대표의 노동자 정치선언문 낭독
집회의 마지막 즈음에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수도권 후보들이 단상에 섰다. 그리고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가 ‘노동자 정치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광풍, 세계화 격랑이 밀려오는 2006년 5월. 우리는 다시 출발선에 서서, 허리띠를 졸라 매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며 “80만이 결심하고 진보정치를 갈망하는 대다수 민중의 힘을 모아 진보정치운동의 새장을 활짝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레디앙 기사에서 인용).
좋은 말이다. 그런데 '노동자 정치선언문'을 왜 천영세 의원이 낭독해야 했을까.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동지가 읽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얼마전 KBS심야토론에서 박용진 대변인이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와 김용한 경기도지사 후보, 김성진 인천시장 후보를 신3김이라고 언급하던데, 이 세사람이 함께 낭독하는 것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아쉽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이수정 서울시 비례대표 의원 후보는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함께 사회를 보았는데,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단지 의원단과 함께 단상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보수언론에서도 강금실과 오세훈만을 취급할 뿐 김종철 후보는 소외되어 있는데, 노동절 집회와 같은 자리에서마저 찬밥대우이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덧붙여 집회장에서는 2006년 4월 16일 재창당을 통해 바뀐 희망사회당의 유인물도 보였다. "희망사회당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희망이 되겠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소수였을지언정 희망사회당 당원들에게는 전혀 자리를 허용하지 않는 노동절 집회가 씁쓸했다. 희망사회당 대표도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8. 팔리지 않는 유인물들
이전 노동절 집회와 같이 이번 서울시청 앞 집회에서도 갖가지 유인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유인물들을 보면 현 시기 운동진영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쟁점화하려는지 알 수 있다.
몇 가지만 언급해보면,
- 블로그, 거리로 뛰쳐나가다 - 5월 1일 노동절, 블로거들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다 모였다 (진보불로그)
- 희망사회당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희망사회당)
- 군, 평택 대추리에 '곤봉 든 특공대' 투입계획, 주민과 충돌 예상... 5.18 이후 최초 민-군충돌 우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 살아있는 실천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하고 로드맵 분쇄하자! (수도권율동패(준))
- 116주년 노동절에 전국의 노동자 동지들께 드리는 글 (노동자정치신문 메이데이 특별호)
- 제116주년 세계 노동자 대회를 맞이하는 노동자 동지들!!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대회를 위해" (전해투)
- "정부와 공무원노동자의 팽팽한 승부겨루기는 시작되었다!!" 정부의 공직사회 구조조정 정책은 공무원과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탄압, 노조와해 공작 분쇄!! 총액인건비제 저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을 엄호하라 (다함께 79호)
- 함께 만들어요! 교육복지공화국, 함께 지켜요 교육기본권. 전교조와 함께 무상교육을!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해소를 위한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해라! (전교조 서울지부)
- 함께 만들어요! 무상의료. 2008년 병원비 걱정이 확~ 줄어듭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국사회보험노조)
-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입니다! (산재사망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
- 노동자 건강권 짓밟는 산재보험제도 개악과 근로복지공단에 맞서 저항하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노동자 학생의 계급적 단결로! 가자! 투쟁하는 메이데이로!! (116주년 노동절 맞이 성공회대-서강대 참가단)
- 6월 13일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맞서 지피는 주간 <맞불>이 창간됩니다 (다함께)
- 2006 제10회 인권영화제 (인권운동사랑방)
이외에도 개별 단위사업장에서 자신들의 투쟁을 알려내기 위해 뿌린 유인물들도 꽤 된다. 하지만 이는 생략하고...
이렇게 많은 유인물들이 나왔지만, 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집회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절 집회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다들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유인물들을 만들었을 텐데... 채 배포되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유인물들을 보면서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9. 행진은 없다
단위노조별로 사전행사가 있었기에 별도의 행진이 마련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행진이 없는 노동절 집회는 팥 없는 붕어빵 같다. 투쟁하는 메이데이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은 많지만, 어떻게, 무슨 계기로?
그깟 행진을 하지 않아도 좋다. 좀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참여하고 싶은, 그런 노동절 집회가 되는 날은 언제일까. Soul Flower Mononoke Summit의 인터내셔널가처럼 흥겹고 발칙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