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 한 주간의 절정이듯,
주님 부활 대축일은 전례주년의 절정을 이룬다.
죽음과 악의 세력을 이겨 내신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큰 기쁨이고 희망이며, 우리 신앙의 핵심이다.
주님 부활 대축일은 하느님의 권능과 주님 부활의 은총에 감사드리는 날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이른 아침에 주님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지고 시신이 없어졌음을 보고 놀란다.
이 소식을 들은 베드로와 요한이 무덤에 가 보았으나 과연 무덤이 비어 있었다.
이로써 이들은 주님의 부활을 체험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복음).
“다 이루어졌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 하신 말씀입니다.
이 한마디 말씀 안에 예수님의 생애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꺼번에 다가옵니다.
한 인간으로서 겪어야 했던 온갖 유혹,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
십자가의 수모와 고통, 이 모든 것을 견디며
마지막까지 아버지의 뜻을 놓을 수 없었던 예수님.
이제 그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생애를 마감하며,
“이제 다 이루었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이루셨다.’고 하셨지만
그분께서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골고타 언덕 위에는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십자가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그분께서 묻히신 자리마저도 텅 비어 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도,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도,
그들이 다다른 곳은 텅 빈 무덤이었습니다.
스승 예수님을 따르고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다 이루셨을까요?
사랑은 모습도 색깔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텅 빈 무덤처럼 자신을 온전히 내어 준
텅 빈 흔적만이 남는 것이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삶에서 온전한 사랑을 완성하셨습니다.
그래서 텅 빈 무덤은 사랑을 완성한
흔적이면서 부활의 표징이 됩니다.
텅 빈 무덤 안에서 부활과 사랑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 인생 여정도 텅 빈 무덤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세상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출세하고 자식 잘 키우고
호위호식하며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신을 비우고 내어 주는 사랑을 목표로 삼습니다.
세상 것은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허무하게 끝나지만,
주님의 것은 빈 무덤과 함께 영원합니다. 그
것을 우리는 구원이라고 부릅니다.
첫댓글 그리스도 신앙은
빈 무덤을 믿으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복음서에 기록된 것처럼
살아 계신 그리스도와 만나라고 외치는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