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 수 있는 시절을 지낸다. 흔히 사춘기라고 부르는 시절이다. 뇌를 공사하고 있는 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청소년의 시기는 참 힘든 시간이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받아들여지는 모든 환경들이 민감하게 다가오고 관계에 상처를 받고 말 한마디에 갈등을 겪는다. 다만 '그래도 되는' 시절이라 품이 넓은 어른들이 주위에 많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쓰디쓴 약을 삼키듯 고통의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해야 한다.
이 책의 작가는 색다른 시선으로 청소년을 바라본다. 그들을 가리켜 '마녀'라고 부르니 말이다. 악한 이미지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독자들에게는 책 속 주인공들이 모두 기괴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하는 행동마다 나쁜 짓을 일삼을 것으로 상상할 텐데 스토리의 대부분은 선한 마녀라는 이미지로 부드럽게 다가온다.
깨어진 가정 속에서 자라는 마녀도 있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바보처럼 되어 버린 아버지를 원망했던 마녀, 쌍둥이 오빠를 경멸하고 부끄러워했던 마녀, 지나친 과보호 속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했던 마녀가 마법 같은 시간의 관문을 통과하면서 그들만의 톡톡 뛰는 '마녀' 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현직 교감이다. 최근 '마녀'가 되어 가는 시간 속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 아이를 만나고 있다. 은서처럼 깨어진 가정의 아이다. 하람이처럼 공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아이다. 도준이처럼 위험스러운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아이다. 물론 겉으로 보면 심각할 정도로 염려스러운 아이다. 만약 이 아이도 마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아틀리에 같은 공간에서 마녀 수업을 받는다면 분명히 마법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멋진 마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녀가 되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법과 같은 시간이 되도록 진득하게 기다려줄 수 있는 마녀 할머니가 필요한 시대다. 청소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야를 터 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