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여주라는 곳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도자기 축제와 쌀이 전부였다. 원래 기대가 낮으면 감동은 배가 되는 법. 계획없이 찾아간 여주는 기대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① 명성황후 생가
태종의 부인이자 세종의 어머니인 원경왕후, '장희빈' 하면 떠오르는 슬픈 히로인 인현왕후, 그리고 명성황후.
이 세명이 모두 같은 핏줄이라는 걸 이날 가서 처음 알았다. 여흥 민씨 집안은 조선시대 세 명의 왕비를 배출했는데, 그 세 명이 이렇게 만만찮은 아우라를 지닌 인물들이었을 줄이야...
여흥은 여주의 옛날 이름.
생가를 둘러보기 전에 지척에 있는 기념관에 들르면 더 좋다. 기념관으로 가는 길에는 아담한 못이 있다.
왕비의 생가라고 해서 으리으리 대궐같은 집을 기대하면 안된다. 양반집 치고는 꽤나 아담하다. 명성황후는 이곳에서 8살 때까지 살다 한양으로 올라온다.
명성황후는 8살 때 한양으로 올라와 왕비로 책봉(16살)될 때까지 '감고당'이라는 곳에서 살았다. 감고당은 원래 숙종이 인형왕후를 폐위시킨 뒤 살라고 지어준 집인데, 인현왕후가 복권돼 궁으로 돌아간 뒤로도 쭉 민씨 가문이 살다 명성황후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원래 지금의 안국동 덕성여고 본관 자리에 있었는데 2005년 명성황후 생가 옆으로 이전됐다.
감고당 자리에 세워진 덕성여고 전경.
② 프리미엄 아울렛
페라가모, 휴고보스, 코치... 명성황후 생가에서 차로 10분만 가면 프리미엄 아울렛이 나온다. 명성황후 생가의 고즈넉함에 빠져있다 여기로 오면 별세계가 따로 없다. (한글은 당최 찾아볼 수 없다)
구찌, 아르마니, 버버리...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명품 브랜드를 한꺼번에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총 12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단다. 거의 모든 가게가 30%에서 최고 90%까지 세일을 하는데 그래봤자 ㄷㄷㄷ 이가 부딪치기는 마찬가지다. 평소 "명품에는 거장의 손길이.." 어쩌구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거~장,난하나' 속으로 웃었는데, 오늘 엄마가 구경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티샤쓰' 앞에 주눅이 들어버렸다. 과연 명품의 힘이다.
푸드코트에서 먹은 점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회덮밥, 돌솥소고기덮밥, 해물야끼소바. 가격대는 5000~1만원이었던 것 같고, 맛도 푸드코트 치고는 괜찮았다.
③ 영릉(세종대왕릉)
왕릉에 오면 문을 지날 때나 능에 오를 때 항상 '동입서출'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걸 알았다. 동입서출이란 '동쪽(보통 오른쪽)으로 들어가고 서쪽으로 나온다'는 뜻인데, 처음엔 '천한 사람(서출)은 동쪽으로 들어오시오'란 뜻인 줄 알았다. -_-
가지런한 돌길을 따라 걸으면 능에 다다른다. 사진 왼쪽 잔디밭 너머에는 오솔길이 있어서 그 쪽으로 걸으면 삼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세종대왕릉 바로 앞에는 갈림길이 있는데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효종대왕릉이 나온다.
세종대왕 능침. 영릉은 원래 지금의 서울 내곡동에 있었는데 1469년(예종 원년)에 이곳으로 이장했다. 대왕 왼편에는 부인 소헌왕후가 합장돼 있다.
능침 앞에 서면 누구나 숙연해진다.
능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실제는 사진보다 10배는 더 감동적이다.
능에서 내려와서는 돌길 대신 솔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오솔길을 따라 앙증맞은 도랑물이 흐른다.
왕릉에 몬드리안이 다녀갔나? 왕릉 분위기와 영 따로노는 연못 울타리.
산에 카푸치노 거품같은 구름이 걸렸다.
터널 입구에 아시아 최장 터널이라고 써있었던 것 같은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정보공유의 장 '새로운 삶 인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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