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추위-비발디(Vivaldi) 겨울(Winter), 겨울만이 주는 기쁨?
◀1악장:Allegro Non Molto ◼이작 펄만+런던 필하모니(Itzak Perman+London Phil)
◼아스투리아 4중주(Asturia Quartet)
◀2악장: Largo ◼앙드레 류와 그의 오케스트라(Andre Rieu & His Orchestra)
◀헤어진 다음날 ◼이현우
◀3악장:Allegro ◼아나스타시야 페트리샤크(Anastasiya Petryshak)
◀비발디 겨울 테마+Let it Go ◼피아노 가이즈(The Piano Guys)
◉겨울답게 추워지고 있습니다.
아직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 한파까지는 아니지만 영하 10도 전후의 아침 기온에서 겨울을 실감하게 됩니다.
정국(政局)도 잔뜩 얼어붙어 나라도 겨울 속에 잠겨 있습니다.
그래도 겨울 속에는 겨울만의 기쁨이 있고 따스함이 있다고 했습니다.
3백 년 전에 만들어진 비발디 ‘사계-겨울’의 소네트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가 있었다고 하지만 3백 년 전 겨울이나 지금의 겨울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매서운 추위가 있습니다.
겨울의 따스함과 포근함이 있습니다.
희망의 봄을 기다리는 기대감과 즐거움도 있습니다.
비발디의 ‘겨울(Winter)’ 속에서 그 겨울만의 기쁨과 혹한 속의 따스함, 그리고 새봄의 희망을 찾아봅니다.
그것을 만나면 지금은 비발디의 위대한 ‘겨울’과 그 ‘소네트’에 박수를 보낼 적절한 때가 될 듯합니다.
◉ 소네트(Sonnet)는 짧은 정형 서사시를 말합니다.
301년 전인 1723년에 만들어진 비발디(Vivaldi)의 ‘사계’에는 표제가 붙어 있고 악장마다 내용을 설명하는
짧은 소네트가 붙어 있습니다.
작가 미상이라고 하지만 비발디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이처럼 설명을 붙인 것을 표제음악이라고 부릅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바로 이 표제음악의 효시(嚆矢)로 부르기도 합니다.
◉ 각 계절을 3악장으로 구성하면서 빠른 1악장과 3악장 사이에 느린 2악장을 끼워 넣는 형식은 ‘겨울’도 마찬가지입니다.
1악장 Allegro Non Molto,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입니다.
2악장 Largo, '느리고 장중하게'입니다.
3악장 Allegro, '빠르게'입니다.
거의 매년 만나지만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는 ‘겨울’입니다.
◉ 추운 겨울을 상징하는 1악장 소네트입니다.
‘차가운 눈 속에 얼어 떨고 격심하게 부는 바람에 쉴 새 없이 발을 구른다.’
얼어 떠는 모습은 8분음표로, 몰아치는 겨울바람은 16분 음표로 그려냅니다.
추위를 나타내는 바이올린 연주가 백미인 1악장입니다.
두 개 이상의 현을 긁어 동시에 소리를 내는 더블 스토핑(Double Stopping),
음을 하나하나 끊어서 연주하는 스타카토(Staccato) 모두가 해당 선율을 함께 연주하는 투티(Tutti) 같은 주법이 등장합니다.
겨울영상과 함께 만나보는 1악장입니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Izhak Perman)이 런던 필하모니와 함께합니다.
https://youtu.be/WxYpM8dpPVI
◉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겨울은 혹독합니다.
혹한 속에서 먹을 것도 부족하고 곳곳에 전기도 끊겨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잔인한 겨울과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자 현악 4중주단
아스토리아(Austoria)의 비발디 ‘겨울 1악장’ 연주를 듣습니다.
우크라이나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대학에서 공부한 미녀 재원들입니다.
엘레나, 카트리나, 베라 등 세 명은 바이올린을, 미로슬로바는 첼로를 연주합니다.
클래식과 팝을 오가는 크로스오버 연주그룹인 이들은 현재 프랑스에서 머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기 나라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배 위에서 펼치는 그들의 현란한 연주를 듣습니다.
https://youtu.be/7kFAAvtOTi8
◉ 우리 가요로도 샘플링 됐던 2악장은 멜로디가 귀에 익은 따스한 음악입니다.
’집안의 난롯가에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밖에는 만물을 적시는 비가 내린다.’
2악장 라르고(Largo)의 소네트입니다.
바이올린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피치카토(Pizzikato)가 장작 타는 소리와 빗방울을 묘사합니다.
이 안온하고 따스한 악장은 젊은 시절의 앙드레 류와 그의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MnQW-D7HgcM
◉ 2악장을 샘플링해서 만든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입니다.
많은 가수가 커버했지만 역시 원곡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1997년에 나온 노래는 1998년 종연된 KBS 가요 톱 10의 마지막 1위 곡이 되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DmXe-w56mAo
◉ 꽁꽁 얼어붙은 추위가 3악장에서 다시 펼쳐집니다.
‘넘어지는 것이 겁이 나 얼음 위를 느린 걸음으로 발을 닫는다.
그러다가 미끄러져 쓰러진다.
다시 얼음 위를 빠르게 달린다.
이것이 겨울이다.
겨울에는 겨울만의 기쁨이 있다.’
하지만 결국 얼음이 녹고 남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겨울의 끝에 봄이 달려 나오면서 순환의 사계로 이어집니다.
◉ 3악장은 우크라이나 출신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나스타시야 페트리샤크(Anastasiya Petryshak)의 연주로 듣습니다.
서른 살의 그녀는 열다섯 살 때 이탈리아로 건너가 공부하면서 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재원입니다.
특히 성악가 아드레아 보첼리가 그의 콘서트에 항상 객원 솔리스트로 초대하는 중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의 Luigi Piovani가 지휘하는 산타 세칠리아(Santa Cecillia) 국립 아카데미아 오케스트라가 함께합니다.
영상 속에서 아나스타시야가 꺼낸 바이올린은 볼로냐의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자 로베르토 레가치가 만든
‘Mordern Violin’입니다.
https://youtu.be/guiJv-B89LY?si=72EztyK71xChv0gX
◉ ‘Let it Go’는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Frozen) 1편에 등장해 유명해진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 비발디 3악장의 각 테마음악을 접합해 만든 연주를 마무리로 듣습니다.
피아노 가이즈(The Piano Guys)가 눈 속에서 펼치는 피아노와 첼로의 연주 향연에는 즐겁고 신나는 겨울이 담겨 있습니다.
https://youtu.be/6Dakd7EIgBE?si=gaSHzBXOOaATPds9
◉ 겨울은 아직 길게 남아 있습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습니다.
겨울엔 겨울만의 기쁨이 있다고 했으니 추위 속에서 그 기쁨을 찾아가며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날 채비를 해봅니다.
모든 게 활동을 멈춘 듯하지만 그 속에서 모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겨울입니다.
그들과 함께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가며 멀리 있는 봄을 기다려 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