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은 고개를 살짝 돌려 카린(카르니엔)과 루나를 바라봤다. 두 여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이야기 중에는 카인의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카인이 크게 신경스지 않는 내용이기는 했지만.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카인은 창밖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가끔씩 루나가 말을 걸어오기는 했지만 그는 대충대충 대답하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난…자유로워 질 수 없는건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카인은 자유를 갈구하고 있었다. 모든 속박에서 풀려난 진정한 자유를. 하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천재적인 두뇌와 경이로울 정도의 학습능력.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주어졌는지 의문을 품을 때가 많았다. 특히나 그의 아버지란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그를 교육시켰기 때문에 그는 서서히 삐뚤어져가고 있었었다. 아마 루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지구에 거대한 정쟁을 불러왔었으리라.
"카인,뭐 마실래?"
"응?"
"정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미안해."
"조금은 고민같은 거 털어놓을 수 없어? 혼자만 그렇게 끙끙 하는거,좋은 버릇 아냐."
카인은 루나의 말에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자신이 그렇게 보여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루나를 조용히 바라봤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니. 그냥…. 예뻐서."
카인은 아무런 생각없이 말을 했지만 루나는 카인의 그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져서 그만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카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이번만큼은 놓치지 않겠어. 카인.'
"응? 갑자기 왜 그래? 카인."
"갑자기 한기가 들어서 그래."
갑자기 한기를 느기고 몸을 움츠리는 카인과 그를 걱정하는 루나. 그리고 카인에게 살짝 위험한 시선을 보내는 카린. 그리고 아무 일 없이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모든 것이 평화로운 듯 했다. 하지만 카인 일행이 탄 비행기를 쫓는 한 명의 여자가 있었다. 어깨가지 내려오는 은발의 머리카락과 차가운 느낌을 주는 하늘색의 눈동자. 약간은 말라 보이는 듯한 얼굴. 복장은 조금 짖어진 청바지에 하늘색 블라우스와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특이한 점이라면 맨몸으로 비행기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 그것도 공중에서.
"흑사룡 카르니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적에게 마음을 주다니!"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부지런히 비행기를 쫓아갔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카린은 카인들과 해어져서 곧장 서울의 한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짐을 푼 그녀는 방에 들어가서 카인을 끌어들일 계획을 조용히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계략을 짜고 있을 때 호텔 방 안으로 한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카린은 그녀를 보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래간만이야! 흑풍룡 루시아나!"
"흑사룡 카르니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무슨…생각이라니?"
"시치미 때도 소용없어! 나에게라도 진실을 털어놔. 라그네스 영감탱이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암흑오룡왕 모두가 부활했으니까. 혹시라도 하데스님에게 반역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고치는게 크윽?!"
"네가 뭔데 건방지게 이래라 저래라야?"
카르니엔은 전신에서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루시아나의 배를 걷어찼다. 루시아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카르니엔을 바라봤지만 카르니엔은 전신에서 루시아나가 감당하기 힘든 살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루시아나의 목을 천천히 조르면서 말했다.
"난 너희같이 만들어진 것들과는 달라. 하데스님의 피를 직접 이어받았으니까. 더이상 나에게 간섭하려 든다면 아버지에게 말해서 너희들 전부를 무로 되돌려 보내겠어."
"컥! 크윽! 켁!"
"알았으면 어서 꺼져!"
카르니엔은 루시아나를 집어던졌고 루시아나는 구석에 처박힌 다음 천천히, 힘겹게 몸을 일으킨 다음 겁먹은 표정으로 사라졌다. 그걸 본 카르니엔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침대에 걸터 앉아 카인을 끌어들일 게획을 천천히 세우기 시작했다.
카인은 루나와 함께 한 명의 사람을 찾고 있었다. 찾고있는 사람은 카인에게 초대장을 보낸 강우진이라는 남자로 카인에게 분명 나와있겠다는 말을 해놓고서는 공항에 나와있지를 않았던 것이다.
"우진 형은 어떻게 된거야?"
"어이~.카인~."
카인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 쪽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검은 단발머리의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 우진 형이다! 어떻게 된 거에요? 기껏 왔더니 찾는 사람이 없어서 당황했다구요."
"미,미안하다. 오는 길에 사고가 나서 늦어버렸어. 어? 옆은 여자친구냐?"
"예. 인사해, 루나. 이쪽은 내가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신세를 진 강우진. 우진 형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루나 제르니크 입니다. 루나라고 불러주세요."
"강우진 입니다. 잘 부탁해요."
우진은 두 사람을 자신의 차에 태운 다음 서울 근교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가는 중에 우진이 세계사격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는 말에 루나는 꽤 놀란 표정을 지었고 우진은 카인에게 저런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는 말을 하면서 카인은 루나에게 약간의 잔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아무런 탈 없이 우진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법 큰 것 같은데요?"
"이건 나와 내 동생이 사용하는 집이야. 우리 가족은 집이 두갠데 형님내외와 부모님은 수원에 계시지. 자, 들어와."
"이렇게 신세를 져도 될까요?"
"괜찮아요,아가씨! 이건 내 집이라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거든."
약간 넓은 정원을 지나 집안으로 들어간 세사람은 우선 짐을 각자 방에 풀었다. 우진은 한 석 달 정도 머물러 있어도 좋다고 말했지만 카인과 루나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사양했다.
"좋아! 오늘 저녁은 내가 특별히 신경써서 준비한 '우진 스페셜'이다!"
"기대하고 있다구요. 우진 형."
삐삑.
"뭐지?"
카인은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PDA를 꺼내들었다. 새로운 메일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였는데 카인은 발신자를 보자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발신자는 카린. 바로 흑사룡 카르니엔 이었다.
-차회예고-
카린으로부터 메일을 받고 호텔로 향하는 카인. 그런 그의 앞에 암흑오룡왕 중 한 명인 흑풍룡 루시아나가 나타난다. 루시아나의 압도적인 힘 앞에 고전하는 카인! 그 때 카르니엔이 나타난다! 과연 카인은 이대로 당하고 마는 것인가?
6화-위험한 초대下-
깨어나라! 초용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