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유유서 문화와 나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만 나이가 공식화된다고 한다
한 사람이 몇 개의 나이를 갖고 있는 현 상태가 개선될까?
올 하반기부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아마도 그간 유지됐던 장유유서의 서열다툼이
당분간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뻥튀기 나이와 실제 나이를 잘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군대생활 할 때 신병이 올 때마다
왜 그렇게 호적이 잘못됐다는 애들이 많은지
참으로 의아했던 적이 있다
실제로는 몇 살 더 위인데
어른들이 출생신고를 늦게하는 바람에
몇 년씩이나 늦게 입대했다는 것이다
얘들이 얘기하는 의도가 뭐냐하면
나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으니까 잘 좀 봐주라
뭐 그런 목적에서 그런 꼼수를 썼을 것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빡세다는 기갑부대에서
빡센 훈련을 받고 군기가 엄한 쫄병생활을 했다
특별히 군기가 쎄다는 수송부와 같은 내무반을 썼고
기름밥을 먹는 정비과에서 3년 세월을 때웠다
빳다도 많이 맞았고, 기합도 밥먹듯이 받았다
그때마다 결심했다
내가 고참이 되면 절대로 이런 짓은 안 하겠다고...
그리고 실제로 쫄병들에게 비교적 부드럽게 대해 주었다
내가 빳다를 때린 기억은 아예 없다
그 것 때문에 동기녀석과 싸움을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애들이 군기가 빠진다는 거였다
그런데 나에게도 한 가지 예외적인 것이 있었다
호적 잘못됐다고 초장부터 개기려는 녀석들에겐
유독 엄한 고참노릇을 했다
왜냐하면
군대는 군번으로 유지되는 엄격한 계급사회이기 때문이다
군대에 온 순서대로 또 계급대로 돌아가야 하는 사회
전쟁이 나면 돌격앞으로 명령에 총탄 맞을 각오를 하고
앞으로 튀어 나가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생신고 지연 운운하는 녀석들은
처음 전입신고 후부터 바로 아주 엄하게 다스렸다
그렇게 내가 근무했던 기갑부대 정비과의 군기를 잡았다
이후로 출생신고 지연 운운하는 소리는 쏙 들어가게 마련이었다
졸병생활을 17개월 했지만 24개월부터는 왕고참이 됐다
군대는 계급과 군번,
학교는 입학년도와 학번,
회사는 입사년도와 직위,
그렇게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나는 젊은 시절 굳게 믿었고 또 거기에 맞춰서 행동했다
우리 땐 재수 삼수하는 애들이 아주 흔했다
우리 대학 동기 중에도 고등학교 갈 때 한번 재수
대학들어 올 때 또 재수 한번 그래서 2년 늦어진 애가 있었다
그리고 2년 선배와 맞먹으며 싸움까지 했던 일이 있었다
직접 목격하진 못했지만...
제대 후 복학하자마자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다른 또 한 명의 복학생 동기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2년 선배를 팼다는 2년 꿇은 그 녀석 군기를 잡기로 다짐하였다
내 상식으로 선배를 패는 녀석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나랑 의기투합한 녀석도 고교시절 한 주먹 했었던 녀석이고
대학시절엔 미식축구부의 주축 공격수였다
우리 대학이 늘 우승을 차지하던 시절이었다
2년 꿇은 그 녀석을 막 혼내주려는 찰나 상황이 반전됐다
우리 얘기를 전해 들었는지 어땠는지, 이 녀석이 아주 공손해졌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군기반장이었다는 유명한 녀석이었는데
갑자기 순한 양처럼 되어 행동이 양순해 졌다
지금은 만나면 그냥 허물없는 동기이고 친구다
그 녀석과 같은 고교 출신 후배인 또 다른 동기는 형! 형! 하지만
다른 동기들하고는 그냥 똑같은 71학번 동기일 뿐이다
동네 아줌마들도 출생신고 지연된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
우리 집사람이 이런저런 동네 일을 하느라 여러 모임에 참여했다
다들 자기한테 언니노릇을 하려고 한다는 얘길 들었다
호적상으로는 또래거나 아래인데 언니노릇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
재건축 후에 입주한 후 벌써 14년이나 흐르다 보니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주민들의 호적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짧은 머리로도 쉽게 상황파악이 다 되었다
대충 대학진학을 못했던 아줌마 들이 2~4년을 뻥튀기 하는 거였다
그렇게 해야 첫째 아이 나이랑 대학재학기간이랑 해서
뻥튀기 나이가 맞아 떨어지는 거였다
이후에 본인 들이 주장하는 뻥튀기 나이와 아이들 나이
그리고 호적상 나이를 비교해 보면 내 생각이 딱딱 들어맞았다
안 그러면 고등학교 재학시절 애를 낳은 것이 되었다
집사람이 무릎을 쳤다. "당신 계산이 정확하게 맞네"
몇 년 전에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집사람과 나, 그리고 청양이 고향이라는 아줌마 5명 해서
모두 7명이 한 팀이 되어 작은 버스를 타고 관광여행을 했다
작은 차안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이 얘기도 나왔다
한국사람들은 만나면 꼭 나이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우리부부는 실제 나이를 얘기했다
그런데 배타고 우도로 들어갈 때
가이드가 내게 쪽지를 건네 주며 부탁을 하였다
우리들 7명의 생년월일이 적힌 쪽지였다
자기는 항구에서 기다릴테니 우도 관광 중 대장을 하라는 거였다
나더러 대표로 출항신고서에 기재를 하라는 거였다
우리 부부 두 명을 빼고 나머지 청양 출신 5명의 호적나이가
뻥튀기 나이와 무려 2~5년씩 차이가 났다
신고서를 작성하고 나서 집사람에게 슬며시 쪽지를 건넸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왜 이렇게 나이들을 뻥튀기하지?
어른대접을 해 달라는 것이렸다
이곳 카페에서도 가끔 그런 분 들을 본다
뭐 카페에서까지야 뻥튀기를 한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의심해 본다
출생신고가 잘못됐다고 해 가며, 실제로는 나이 많다고 하며
뻥튀기 나이로 형님대접, 언니대접 받으려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고유한 장유유서 문화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어른대접을 받고 싶을까?
내가 활동하는 군대 전우회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카페지기를 맡았던 후배가 1년 입대연도를 앞당겼다가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고참이 나중에 전우회에 들어오는 바람에
허위 입대연도를 사칭했다는 이유로 제명을 당하고 쫓겨났다
이름과 복무부대 그리고 입대연도를 표시해 닉네임으로 쓰는 전우회카페
그 곳에서 1년 선배를 사칭하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물론 부득이한 사정으로 출생신고가 지연된 경우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 년씩 차이나게 출생신고를 지연시킨다는 건
내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군대는 군번과 입대연도
학교는 학번과 입학년도
집안에서는 실제 나이와 항렬
인터넷카페에서는 호적나이와 입회연도
뭐 그런 식으로 장유유서를 가려야 하지 않을까
올 하반기부터 새로운 나이 계산법을 시행한다는 기사가 떠올라서
점심먹고 무료하게 앉아 있다가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호적이나 실제로나 1952년 7월12일 생이고
이곳 동행카페에는 2022년 4월 어느 날 가입했다
첫댓글 청솔님 ! 맞아요....
나도 생일이 석달 늦게.... 옛날엔 음력.양력 참 복잡하였겠죠 ㅎ
소설식 이바구가
참으로 재밋네요......
맞습니다
양력과 음력이 뒤섞여 한 두달 차이나는 것
그건 100% 수용가능합니다
저는 음력으로는 윤5월20일인데
지금껏 살아오면서
딱 세번 음력생일을 찾아 먹었습니다
20년마다 양력과 음력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앞으로 80살 되는 해에 음력생일이 돌아 오겠지요
저는 그래서 호적이 양력으로 되어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솔님~
전 호적이 2년 늦게 되었답니다
원래는 52년 음력 11월 7일인데
호적상으로는 54년 02월 15일로 되어 있네요
아기때 홍역을 해서 죽었다 깼다를 반복해서
그래서 늦게 올렸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손해도 보고 이익도 보고 했답니다
저녁 맛나게 드시고 남은 오늘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러시군요
군대를 제 밑으로 오셨으면 고생하실 뻔 했네요 ㅎㅎ
네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길 빕니다
@청솔 그래서 장교로 갔답니다 ㅎㅎ
나이가 한살 줄어든다 하니 우선 반갑네요
저도 자유유서에 한 두살 차이는 이해하고 넘어갈 것 같습니다.
청솔님 여지껏 음력 생일을 세번 찾아 잡수셨다니...어이가 없어 웃습니다
하여간 글이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네 만 나이로 따지니 1~2살이 줄어 들겠지요
서양애들 만나서 나이 얘기 나오면
한국에선 임신되는 순간부터 생명으로 본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된다
그렇게 설명을 하면 고개를 끄덕끄덕했습니다
올해부터는 태어나면 0세
서양식으로 만 1년이 지나야 1살
몇 살 몇 달이라는 서양식으로 가겠지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친구들은 나이들이 틀리게 되어 있다고 말 합니다.
부모님들의 무관심과 의술의 부족으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 때문에 호적에 올리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 분 들도 있겠지요
그래도 확실한 건 호적이라고 봅니다
다 옛날 얘기입니다
그런사람이 왜그리 많은지
호적 잘못됬다고 같은 띠 라고 우긴답니다
동창은 버젓이 아래띠인데
.. 이제 나이드니 한두살 어리든, 많든 상관 없네요
사람됨이 중요 하지요
군대 수송부 군기 쎄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답니다
에피소드 들으며 참 재미나게 웃곤 했답니다
나이들면 다 거기서 거기지요
다 젊었을 시절 얘기입니다
도토리 기재기인데...
수송부 군기 말도 못합니다
달구지라고 하지요
그 달구지들과 함께 뒹글었습니다
저는 정비과에서 차량계를 봤습니다
병력수송용 장갑차 APC 수리부속품 조달하고
대대에 있는 63대의 장갑차 정비관리 담당
힘들었지만 보람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회적인 남성 우월주의가 남성들간의 세력다툼의 첫째가 나이를 속이는거라고 생각듭니다.여성은 어떤지 모르지만 한살이라도 호적잘못운운하며 나이를 높이는 경향은 지금도 마찬가지죠.그래서 알기쉬운게 군번 이죠.군번앞에는 거의 꼼짝 못하더군요 ㅎㅎㅎ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입영연기를 신청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데모사건에 연루되어 강제징집됐지요
제 나이보다 1년 늦게 입대하였습니다
원래는 졸업이후에 학사장교를 가려고 했는데...
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언니라고 우긴다고 합니다 ^^*
네, 청솔님 제 주위에도 나이 뻥튀기 있습니다.
제 동생 일찍 애를 낳아서 챙피하다고 2~3세
뻥튀기 하니 나중에 제 친구가 동생 친구가 되어 있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어요.
그래서 동생은 절교 당합니다.
관계가 불편한지 저와도 친구 관계가 이어지지 않더군요.
울나라 장유유서 관습으로 갑장 아니면 친구 되기 어려워요.그래서 저는 한살만 많아도 언니,형님으로 호칭합니다.
그러시군요
맞습니다. 애 일찍 나은 분들 뻥튀기 하더라구요
그게 무슨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우리나라 사람들 나이 믿을 수 없습니다
제 주위에도 나이 뻥튀기 많습니다
대충 알지만 모른 척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