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년 만에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와 주목받았던 조선 후기 대표적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회화 작품이 4년 전에 도난당했다는 소식이 17일 전해져 적지 않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출연, "4년 전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주장과 최근에야 경찰에 처음 신고했다는 주장이 있어 혼동된다"며 "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에 사범단속반이 3명 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 3년간 이분들 실적이 거의 없다. 그 전에는 문화재를 찾는 수사를 통해서 많이 찾았다. 그러니까 아주 초보자들이 (단속반에) 가 있고 이런 수사 기법들이나 이런 것들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후암미래연구소의 입장을 듣고 싶어 하루 종일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신윤복의 1811년 작품 ‘고사인물도’를 소장하고 있던 사단법인 후암미래연구소가 그림이 사라졌다며 최근 서울 종로구청에 신고했다. 후암미래연구소는 종로구청과 국가유산청에 신고하면서 “족자 형태의 그림을 말아서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해 왔으나 2020년 1월 사무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장품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측은 2019년과 이듬해 사이에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암미래연구소는 문제의 그림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도 약 4년이 지나 도난 신고를 했고, 국가유산청은 누리집의 ‘도난 국가유산정보’를 통해 이 사실을 공고했다. 연구소는 그동안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으나 그림 소재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사라진 그림은 신윤복의 1811년 작품이다. 고사인물도는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얽힌 일화를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사라진 ‘고사인물도’는 제갈량이 남만국의 왕 맹획을 7번 잡았다 놓아주면서 심복으로 만들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를 다룬 그림이다. 작품의 오른쪽 상단에 ‘조선국의 혜원이 그리다’라는 먹글씨(묵서)가 있다.
순조 때인 1811년 조선이 마지막 조선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할 때 외교 선물로 준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015년 ‘그림으로 본 조선통신사’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며 “신윤복의 외가 친척으로 조선통신사 사자관(寫字官)이었던 피종정(皮宗鼎)이 신윤복에게 부탁해서 그리게 한 뒤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통신사를 통해 (두 나라를) 오고 간 대표적인 회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차길진 후암미래연구소 초대 소장이 일본 수집가로부터 구입해 197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황 소장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국가 비지정 문화재에 대해 국가유산청이 너무 무신경하게 관리하고 이를 찾는 노력도 등한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