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길렀던 머리카락을 오늘 미용실에서 싹둑 잘랐다.
여자들이 헤어스타일을 바꿀 때는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라고 들 말하지만, 나는 전혀 아니다.
그동안 길렀던 이유는 남편 팔순잔치에 입게 될 한복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한 달쯤 연기하면 되려나 하고 쉽게 생각한 것이 벌써 10개월이나 지나갔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언제가 될지도 모르겠고, 숱이 적은 데다 곱슬에 반백인 머리카락이 길어지니 너무 추해 보여서 오늘 용단을 내린 것이다.
미용사에게 단정하게 보이도록 잘라달라고 말했다.
한복에도 짧은 머리가 어울리게 손질할 수 있겠다 싶은 쪽으로 생각을 굳혔고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서 걱정이 되어서다.
혹시 길어서 더 잘 빠지나 싶기도 해서다.
탈모방지에 좋다는 비누나 샴푸를 구해서 열심히 써봤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다.
여름 내내 한 가닥으로 묶고 지냈는데 손가락만 하던 굵기가 지금은 연필 굵기만 하게 숱이 줄었다.
머리를 빗을 때도 빠지고 감을 때는 더 많이 빠져서 빗기도 감기도 겁이 난다.
숱도 적은 데다 가늘기까지 해서 더 빈약해 보인다.
머리카락도 유전이다.
할머님은 숱이 적어서 정수리에 탄 가르마가 선명해 보이지 않았고 뒤에 비녀 꽂은 쪽은 갓난아기 주먹보다 더 작았다.
곱슬머리는 아버지의 유전인자를 물러 받았다.
국민학교 때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아버지가 대학생 일 때 그 당시에 유행하던 헤어스타일로 찍은 사진을 보고했던 말...
"너거 엄마 사진이가?"
웨이브가 진 곱슬머리가 파마를 한 것으로 봤던 친구의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쪽 곧은 단발머리를 해보고 싶었던 소원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만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이제는 멋진 헤어스타일은 고사하고 더 이상 숱이 줄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또한 희망사항에 그칠 확률이 크겠지만...
첫댓글 너무 걱정하지마 ,가발도 멋지고 모자도 훼숀시대니까 요 ,미리를 한번 박박 깍으니 슷이 많이지고 검은 머리카락이 많은 것 같애 길러기 오래 걸려 그렇지만 ㅎㅎ
순리대로 사는 것이 편안하다는 걸 터득한 나이라 걱정은 안 하는 편입니다.
머리숱이 많아진다고 해도 박박 밀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듯합니다. ㅎㅎ
이대로 살아야죠.
편안은몸이편한것
평안은마음이편한것 부처님말씀ㅡ
요즘나는완전백발입니다
얼집에갈때는모자를씁니다
애기들이놀랄까봐ㅎ
나도내일머리나짤라야겠다
언니도 염색을 안 하시는군요.
백발도 멋스럽게 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