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가믐에 숨이 멎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열한 햇빛이 마음까지 달군다. 제법 큰 호수에 출렁이던 물이 마치 가마솥에서 장작불에 끓는 물처럼 졸아들고 있다.
초우문학에서 7번째 맞는 문학 기행을 떠나기 위해 임원들이 모여 기획을 했다. 이번 기행은 당진에 소재한 심훈 기념관으로 택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비를 단 하루만 참아주었으면 하고 기청제를 마음속으로 기도해본다. 많은 회원 중에 징검다리 연휴로 개인 사정이 있어 함께 못해 아쉽지만 90명이 버스 2대에 나누어 탔다.
햇빛과 구름이 기 겨루기를 하다가 서로 양보한 듯 우산 없어도 옷이 젖지 않을만큼 가랑비가 내린다. 상습 정체구간인 서해대교는 우리에게 배려한 듯 막힘없이 제시간에 당진에 소재한 '한국도량형박물관'에 도착했다. (산곡길219ㅡ4). 어릴 때 보지 못했던 도량에 관련된 기구들과 최근까지 사용했던 저울들이 새삼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관계 기관의 지원없이 개인이 소장한 보물들이다. 첨단 시대에 옛 물건을 보고 얻은바가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동가'한정식집으로 향했다. 돌솥밥을 90명이 동시에 먹는다는 것은 음식점 직원의 수고로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시장이 반찬이었다.
상록수 작가 심훈沈熏기념관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면서 우산을 폈다. 초가에 황토집인 필경사筆耕舍는 늘 푸른 초목과 어울린 농촌 모습이 담겼다.
김영민 문학해설사는 신이 나기 보다 흥분했다. 우리 세대도 피부로 느끼지 못한 억압된 자유가 이들의 노고에 오늘의 행복으로 이어진 것이다.그의 작품 속엔 피가 솟구치고 혈액이 평상시의 회전속도를 초월한 울분이 섞였다. 그를 대변해서 그의 생각을 담은 글을 읽고 또 읽어 주어야 한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익힐 기회가 생긴 학생들과 함께 상록수를 깊이 음미했다. 오늘은 현충일과 겹친 행사다. 특히 중국 교환 학생과 유학생들에게 우리 문학을 현장에서 접할 기회가 생겨 흐뭇했다. 무인 판매대에 꼿힌 심훈의 '그날이 오면' 시집 한권(100,000원)을 가방에 담았다.
붉은 등이 켜진 문예창작실에는 글짓는 연필 소리가 사각사각 난다. 특별한 날 지은 백일장 작품은 심사하기 애매할만큼 모두 장원감이다.
문복희 초우 대표의 생신과 겹친 날, 하늘의 비가 축하해준다. 나비의 계절에 초우인은 6월의 꽃이 되었다. 굵어진 빗방울과 바람이 등을 밀어 낸다. 2017. 06.06.
첫댓글 ' 나비의 계절에 초우인은 6월의 꽃이 되었다.'는 구절은
문학기행을 한 마디로 축약한 멋진 표현입니다.
신속하게 써내신 기행수필이 아주 훌륭합니다.
간결한 문체의 즉흥적 기행수필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신 듯합니다.
함께한 문학시간에 해마다 합작품의 명품선물로 모두의 가슴을 행복으로 더해주시는 뜻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따끈한 기행수필에 저의 시간도 더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