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자산가, 北 자녀에 유산 상속… 어떻게 관리되나 [법조 인앤아웃]
2023. 6. 5. 06:03
https://v.daum.net/v/20230605060314442
2012년에 ‘남북가족특례법’ 제정
법원 선임 재산관리인이 맡아 보호
北 유출·전용 방지하려는 목적도
법무부가 최근 “북한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한다”며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약칭 ‘남북가족특례법’의 존재가 새삼 알려졌다. 이름도 생소한 이 법은 어떤 연유로 제정된 것일까.
4일 법무부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에 사는 북한 주민 4명이 남한의 새어머니와 이복형제 4명을 상대로 “부친이 100억원대 유산을 남겼는데 상속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상속 회복을 청구하는 소송 등을 냈다. 6·25전쟁 때 부친과 유일하게 월남한 큰딸이 2008년 미국인 선교사를 통해 북한에 있는 동생들을 찾아내고 위임장을 받아 소송을 대리했다.
사진=뉴시스
2011년 피고 측이 원고 측에게 현금 30억원과 공시지가 1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이전하는 조정이 성립됐다. 북한 주민이 남한 내 재산을 취득한 첫 사례였다.
이처럼 북한 주민이 상속 등을 이유로 남한 내 재산을 갖게 되더라도 사용은 물론 관리하지 못해 북한 당국이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12년 남북가족특례법이 제정·시행된 배경이다. 이 법은 북한 주민의 남한 내 재산을 보호·관리하고, 남북 이산가족 사이의 가족 관계와 재산에 대한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남북가족특례법의 기본 골격은 지난 11년여간 유지돼 왔다. 2016년 금치산자를 피성년후견인으로, 한정치산자는 피한정후견인으로 바꾸는 법 개정만 이뤄졌다. 남북가족특례법은 궁극적으로 ‘통일’에 대비하는 법이다. 법무부는 “분단의 종료 등 사유가 발생할 때까지 북한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남북 주민 간 가족 관계와 상속·유증 등에 관한 법률 관계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 재산은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이 관리한다. 북한 주민이 법원에 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는 게 원칙이다. 북한 주민이 청구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친족이나 이해관계인,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재산관리인이 예금 인출 등 금융 거래를 할 때 금융 기관에 법무부 장관 허가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재산관리인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가 법 개정에 나선 건 최근 북한 주민이 100억원대 재산을 상속받은 사례 때문이다. 북한이 고향인 고령의 이산가족이 사망하며 남북한의 자녀들에게 각각 100억원이 넘는 부동산 등 재산을 상속했다. 북한 주민의 남한 내 총재산은 지난해 12월 기준 460억원에 달한다.
법무부는 “남북가족특례법에 따라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을 통해 북한 주민 재산을 관리하는 건 국가 안보상 북한 주민 재산이 북한으로 유출돼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면서 북한 주민 재산의 종류별 액수와 재산관리인 현황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