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감·촘촘한 정책 개발 매진 - 개별활동하는 부산지역 단체 - 중심 아닌 '서브플랫폼' 지향
부산청년포럼은 청년들이 소리치는 공간이다. 오프라인의 '아고라'인 셈. 지난해부터 100여 명의 2030세대가 정기적으로 만나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청년테이블 플러스)하거나 고민을 함께 나누는(One Problem)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 같이 스마트폰을 끄고 여유를 경험하는 '여백의 시간'도 호응을 받았다.
친목 모임 정도로 운영되던 부산청년포럼이 지난 5일 해운대구 부산콘텐츠코리아랩에서 공식 창립총회를 가졌다. 대학생·취업준비생은 물론 변호사·연구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초대 운영위원장에 선출된 '생활기획공간 통' 박진명(35) 대표는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청년이 많다. 그만큼 청년의 고민을 풀 곳이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 운영위원장은 '청년의 손으로 만드는 청년정책'을 꿈꾼다. 올해는 부산창조재단의 지원을 받아 부산 청년들의 삶과 목소리가 담긴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청년테이블 플러스에서 다룬 얘기를 주로 실을 예정.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2015 일 포럼'이다. 저성장시대를 사는 부산 청년이 일자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일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전문가와 패널을 모아 올해 다섯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벌인다.
박 위원장은 이 시대 청년 누구나 고통받지만, 부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이나 거제로 부산 인재가 빠져나가고 있는데 다들 넋을 놓고 있어요. 부산에서 일하며,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일자리·정주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 부산시가 다양한 청년 정책 발굴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국제신문의 신년기획 '부산, 청년을 구출하라' 시리즈가 청년 어젠다 활성화에 사다리 역할을 했어요. 앞으로 여러 청년단체가 한데 모일 수 있는 '서울청년일자리허브' 같은 공간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요."
부산을 청년이 정착하는 도시로 만들 수는 없을까. "언론에서 청년 주거문제를 꼬집으니 곧바로 '100호 넘는 청년 셰어하우스를 공급하겠다'는 부산시 답변이 나왔어요. 집만 지어 제공하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누가 이곳을 이용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부산시는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과감하면서도 촘촘한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박 위원장이 "영화, 인문학, 노동 등 성격이 다른 단체들이 개별로 활동을 하지만, 다 같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부산청년포럼은 중심이 아니라 '서브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친구 두 명과 만든 '통'을 운영하면서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사는 20대에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치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이후 통은 점차 고민 많은 청년들로 북적댔다.
경남 김해 출신인 그는 부산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뒤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신문/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