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겨울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추위에 잘 견디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歲 : 해 세(止/9)
寒 : 찰 한(宀/9)
三 : 석 삼(一/2)
友 : 벗 우(又/2)
이 성어는 추운 겨울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겨울철 관상용의 세 가지 나무, 곧 소나무(松), 대나무(竹), 매화(梅花)나무를 말하며, 또한 퇴폐한 세상에서 벗으로 삼을 세 가지 것, 곧 산수(山水), 송죽(松竹), 금주(琴酒)를 뜻하기도 한다.
화제(畵題)나 시제(詩題)로 되어 온 송(松), 죽(竹), 매(梅)를 세한삼우(歲寒三友) 또는 삼우(三友)라고도 한다. 이것을 한 장의 화면(畵面)에 그린 것을 삼우도(三友圖) 또는 삼청도(三淸圖)라고 하며, 풍설(風雪)이나 엄동(嚴冬)의 추위에도 견디고 또 다른 식물에 앞서 꽃을 피우므로, 고결한 절조를 높이 여겨 화제(畵題)로 많이 사용된다.
묵송(墨松)은 당대(唐代) 중기의 필굉(畢宏), 위언(韋偃) 등이 그리기 시작하였으며, 묵죽(墨竹)은 약간 늦은 당대 말기부터 오대(五代) 사이에 성립된 것으로 생각된다.
북송(北宋)의 문동(文同)이나 소식(蘇軾: 소동파) 등의 문인화가(文人畵家)가 그 묘사(描寫) 형식을 정리하였고, 이후 많은 후계자를 배출하였다.
묵매(墨梅)의 기원도 명확하지는 않으나 북송(北宋)의 승려화가(僧侶畵家) 중인(仲仁)이 최초의 양식을 완성하여, 남송(南宋)의 양보지(楊補之)에 의하여 원대(元代) 이후의 묵매(墨梅) 형식이 확립되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송(松), 죽(竹), 매(梅)는 화제(畵題)가 됨은 물론 시제(詩題)로서도 애호되었다.
소나무는 초목의 군자로 불린다.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굴하지 않고 늘 푸른 빛을 잃지 않는다. 이같은 소나무의 기상은 선비의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드디어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나무가 되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第一峯)에 락락장송(落落長松)되었다가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성삼문(成三問)이 단종(端宗)의 복위를 꾀하다가 실패하여 죽을 때 부른 노래다. 또한 소나무는 엄동설한(嚴冬雪寒)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장수(長壽)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논어(論語)에도 세한연후(歲寒然後) 지송백지후조(知松柏之後凋)라. 즉 날씨가 추워진 뒤라야 송백(松柏)이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하여 그 강인한 기상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대나무도 못지 않다. 사철 푸르른 데다 곧게 자라므로 일찍부터 군자의 표상으로 전해졌다. 그뿐인가. 혼례식의 초례상(醮禮床)에까지 올라 소나무와 함께 꽃병에 꽂아 두는데 신랑 신부가 송죽(松竹)처럼 굳은 절개를 지키라는 뜻이 들어 있다.
그래서인지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내 벗이 몇인고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하여 함께 논하고 있다.
또한 매화(梅花)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에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눈 속에서 꽃을 피워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이 역시 선비의 기개에 비유되어 일찍부터 사군자(四君子)의 한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사랑받은 꽃이다.
이들은 엄동설한의 모진 풍상에도 굴하지 않고 색을 변치 않으며 이겨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가을 무서리부터 조락(凋落)하기 시작하는 뭇 초목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기서 나온 말이 세한삼우(歲寒三友)다.
사람도 그와 같지 않을까. 평소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가도 극한 상황에 이르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치 난세에 영웅이 나고 격랑속에서 교룡(蛟龍)이 춤을 추듯 무릇 뛰어난 사람은 역경에서 오히려 능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아니 역경에 처할수록 더욱더 절개를 지키고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문전성시(門前成市)하다가도 막상 힘을 잃게 되면 문전작라(門前雀羅: 대문 앞에 새 그물을 칠 정도로 사람의 내왕이 뜸함)가 되는 게 세태다.
문학의 작품속에서 소나무, 대나무, 국화는 흔히 지조 절개를 뜻하는 비유로 많이 쓰인다. 재미난 비유가 하나 있다. 송죽문답(松竹問答)을 쓴 선조때 이식(李植) 시인의 글이다.
송죽문답(松竹問答) 소나무와 대나무의 대화 / 이식(李植)
松問竹(송문죽)
風雪滿山谷(풍설만산곡)
吾能守强項(오능수강항)
可折不可曲(가절불가곡)
소나무가 대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눈보라 몰아쳐 산골 가득해도
나는 강직하게 머리 들고서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
竹答松(죽답송)
高高易摧折(고고이최절)
但守靑春色(단수청춘색)
低頭任風雪(저두임풍설)
대나무가 소나무에게 대답했다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지라
나는 청춘의 푸르름 고이 지킬 따름
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겨울철 눈이 펑펑 쏟아져 산과 들이 모두 하얗게 된 날, 새벽에 눈을 뜨면, 뒷산에서 툭툭하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소나무 가지 가운데 약한 놈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는 소리다. 소나무는 워낙 강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휘어지지 않고 잘 부러진다.
반면에 대나무는, 눈이 내려 부러지는 일은 거의 없다. 눈의 무게로 인해 끝이 땅에 닿도록 휘어져서 골목쪽으로 내려 앉으면 그 아래가 터널이 된다.
어렸을 때에 이 터널속을 즐겁게 뛰어 다니던 기억이 난다. 소나무와 대나무의 말을 빌려, 처세관(處世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 내지는 고민을 잘 드러낸 한시(漢詩)다.
소나무가 될까? 대나무가 될까? 꺽이느니 부러지겠다는 것은 유가적(儒家的) 공맹(孔孟)의 가르침이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겠다는 것은 도가적(道家的) 노장(老壯)의 가르침이니 소나무의 강골(强骨)도 대나무의 부드러움도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진다.
부러지지 않으나 버릴 줄 아는 마음이 있고 강직할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도 본다. 어찌 송죽(松竹) 뿐이겠는가. 자연이 가지는 많은 덕목들이 모두 우리의 삶의 지혜인 것이다.
이식(李植)은 조선 전기의 학자로 본관은 진보(眞寶), 자는 기지(器之)이다. 청계서원(淸溪書院), 계현사(啓賢祠)에 제향(祭享)되었다
진사(進士)로 이조판서(吏曹判書)에 증직(贈職)된 계양(繼陽)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영양김씨(英陽金氏)로 부사직(府使職) 유용(有庸)의 딸이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재질(才質)로 동생 우(堣)와 함께 학문에 정성을 쏟았다.
문소김씨(聞詔金氏)에게 장가들었는데, 장인(丈人)인 예조정랑(禮曹正郞) 한철(漢哲)은 일찍 죽고 그 집에 모아놓은 책이 아주 많았다.
장모(丈母) 남씨(南氏)는 사위가 학문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 책을 모두 물려주었으므로 그는 고경(古經)과 백가(百家)의 연구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나는 밥 먹을 때에도 글과 함께, 잠 잘 때에도 글과 함께, 앉아서도 글, 길을 걸을 때에도 글이었다. 글이라면 한시반각도 마음에서 떠나본 적이 없었는데, 너희들은 이같이 유유히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이래서야 어찌 능히 다음날 성취되기를 바라겠느냐고 자제를 훈육하였다.
1501년(연산군 7)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고, 이듬해에 39세로 죽었다. 그의 공부하는 기풍과 자제 훈육은 아들 황(滉)으로 하여금 크게 성취하게 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었다.
1544년(인조 즉위년) 5남 해(瀣)가 귀하게 되어 이조참판(吏曹參判) 겸 동지의금부사(同知義禁府事)에 추증(追贈)되었다.
1568년(선조 1) 7남 황(滉)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좌찬성(左贊成) 겸 판의금부사(判義禁府事)에 가증(加贈)되었다.
무슨 일이든지 끝 무렵에는 진취(進取)보다는 수렴(收斂), 전개(展開) 보다는 반성, 행동보다는 숙고가 어울린다.
일모(日暮)나 세모(歲暮)에는 근신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야 새로운 밝은 날, 밝은 해를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세모는 세한(歲寒)에 있다.
그렇잖아도 겨울은 천지만물이 貞(정)하게 돌아가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지는 해라서 조심스러운데 춥기까지 해서 세한(歲寒)이다.
그렇지만, 겨울이 있으므로 貞(정)이 있고, 貞(정)이 있으므로, 비로소 원형리정(元亨利貞),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순환이 있다.
원형리정(元亨利貞)이란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천도(天道)의 네가지 덕을 말한다. 원(元)은 봄으로 만물의 시초, 형(亨)은 여름으로 만물의 성장, 리(利)는 가을로 만물의 결실, 정(貞)은 겨울로 만물을 거두어 쉬는 것을 말한다.
원(元)은 으뜸 원(元)으로 천지인 삼재(三才)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봄의 뜻이 들어 있다. 맨 위의 一(한 일) 획(劃)은 하늘을 그 밑의 획은 땅을 상징하고, 좌우로 나뉜 아래의 儿(어진사람 인)은 좌양우음(左陽右陰)의 씨앗으로 땅속에서 뿌리가 움직여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이다.
형(亨)은 형통할 형(亨)으로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을 뜻한다. 위의 亠(돼지해밑 두)는 줄기를 땅위로 뻗는 상(像)이며, 중간의 입 구(口)는 호흡하고 먹고 배설하는 모든 생명활동이 입의 작용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을 뜻하고, 아래의 了(마칠 료)는 잘 자라서 생장활동을 마치게 되는 것을 의미 한다.
이(利)는 이로울 이(利)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추수하는 가을의 뜻이 들어 있다. 왼편의 禾(벼 화)는 초목의 열매가 익어 고개 숙인 모습으로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벼를 뜻하고, 오른편의 刂(칼 도)는 낫으로 벼를 베어 거둔다는 뜻입니다.
정(貞)은 곧을 정(貞)으로 만물이 땅속에 숨는 추운 겨울의 뜻이 들어 있다. 위의 卜(점 복)은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양기가 조그맣게 달라 붙은 것이고, 아래의 貝(조개 패)는 종자인 음양(八)의 씨눈(目)을 가리키므로 엄동설한에 땅 밑에 움츠려 씨눈을 간직함을 뜻한다.
겨울의 혹한속에 씨눈이 나오면 얼어 죽게 마련이다. 여성의 정절과 정조를 강조하는 것도 견고하게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뜻에서이다.
그러므로 원(元)은 따스한 봄, 형(亨)은 더운 여름의 장, 리(利)는 서늘한 가을, 정(貞)은 추운 겨울로서, 원형리정(元亨利貞)은 곧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순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속담에 세상에서 원형이정(元亨利貞)이 제일이라. 세상을 잘 살려면 무엇보다도 사물의 근본 이치에 따라 행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 歲(해 세)는 ❶형성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岁(세)는 통자(通字), 亗(세), 嵗(세)와 동자(同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戌(술, 세)와 돌아 다닌다는(步) 뜻을 합(合)하여 순환하는 한 해를 뜻한다. 본디 戉(월; 큰 도끼)과 비슷한 무기(武器)로, 수확(收穫) 때마다 희생물을 죽여 제사 지내는 뜻을 나타냈었다. ❷회의문자로 歲자는 '세월'이나 '나이', '한평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歲자는 戉(도끼 월)자와 步(걸음 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戌자는 도끼 모양의 고대 무기를 그린 것이다. 그런데 도끼와 걸음을 함께 그린 歲자가 어떻게 '세월'이나 '나이'를 뜻하게 된 것일까?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고대에는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사람들이 많았다. 歲자는 그러한 의미를 담은 글자로 '창(戌)을 들고 싸우면서 보낸(步) 시간'이라는 뜻이다. 歲자에 '한평생'이라는 뜻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歲(세)는 한자로 된 숫자 다음에 쓰이어 나이를 나타내는 말의 뜻으로 ①해 ②나이 ③세월(歲月) ④새해 ⑤일생(一生) ⑥한평생 ⑦결실(結實) ⑧수확(收穫) ⑨목성(木星: 별의 이름) ⑩제사(祭祀)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해 년(年), 해 년(秊)이다. 용례로는 해나 달을 단위로 하여 한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세월(歲月), 섣달 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을 세배(歲拜), 세배를 하러 온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을 세찬(歲饌), 해의 첫머리를 세수(歲首), 그 해가 저무는 때를 세모(歲暮), 세밑으로 한 해가 끝날 무렵을 세만(歲晩), 해마다 바치는 곡물을 세공(歲貢), 섣달 그믐날 밤을 세제(歲除), 일년 남짓한 동안을 세여(歲餘), 세월의 현실 상태나 형편을 세색(歲色), 설 전후 추위라는 뜻으로 몹시 추운 한 겨울의 추위를 일컫는 말을 세한(歲寒), 사람이나 생물이 세상에 난 뒤에 살아온 횟수를 연세(年歲), 해의 처음을 수세(首歲), 지나간 해를 객세(客歲), 경축하거나 환호하여 외치는 말을 만세(萬歲), 지난해를 거세(去歲), 설을 쇰이나 해를 보냄을 과세(過歲), 수확이 많은 해를 영세(寧歲), 곡식이 잘 여묾 또는 그런 해를 등세(登歲), 풍년이 들어 태평하고 즐거운 해를 낙세(樂歲), 여러 해를 지냄 또는 그 햇수를 역세(歷歲), 섣달 그믐이 바싹 다가옴을 박세(迫歲), 이름과 나이를 명세(名歲), 나이가 어림 또는 어린 나이를 약세(弱歲), 추운 계절에도 혼자 푸르른 대나무를 일컫는 말을 세한고절(歲寒孤節), 추운 겨울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 겨울철 관상용의 세 가지 나무로 소나무와 대나무와 매화나무를 이르는 말을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계절에도 소나무와 잣나무는 잎이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역경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굳은 절개를 일컫는 말을 세한송백(歲寒松柏), 해마다 달마다 늘어남을 일컫는 말을 세가월증(歲加月增),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으로 세월의 지나감이 몹시 빠르다는 말을 세월여류(歲月如流), 해가 바뀌도록 오래 만나지 못한 얼굴이라는 뜻으로 오래 만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격세안면(隔歲顔面), 오랜 세월 또는 세월이 오램을 일컫는 말을 연구세심(年久歲深), 세월 가는 줄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지세월(不知歲月) 등에 쓰인다.
▶️ 寒(찰 한)은 ❶회의문자로 집에서는 풀을 깔고 잘만큼이라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艸+艸(맹; 풀), 人(인)의 합자(合字), 춥고 밖에서는 얼음이라는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의 언다는 데서 춥다를 뜻한다. 집안에 풀을 깔고 사람이 누운 모양, 추위를 나타내며,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는 얼음으로 역시(亦是) 추위를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寒자는 ‘차다’나 ‘춥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寒자의 금문을 보면 宀자와 艹자, 人(사람 인)자, 冫(얼음 빙)자가 그려져 있었다. 특히 사람의 발이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는 얼음이 있다. 발아래에 얼음을 그린 것은 집안이 매우 춥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불도 없이 풀(艹)을 깔고 있으니 추위를 견디기가 어려운 모습이다. 해서에서는 모습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寒자는 이렇게 변변한 이불도 없이 차가운 방 안에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차다’나 ‘춥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寒(한)은 ①차다, 춥다 ②떨다 ③오싹하다 ④어렵다 ⑤가난하다, 쓸쓸하다 ⑥식히다 ⑦얼다 ⑧불에 굽다, 삶다 ⑨중지하다, 그만두다 ⑩침묵하다, 울지 않다 ⑪천하다, 지체(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낮다 ⑫추위 ⑬절기(節氣)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찰 냉(冷), 서늘할 량(凉), 찰 름(凜)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더울 서(暑), 따뜻할 난(暖)이 있다. 용례로는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가엾고 딱함을 한심(寒心), 춥고 차가움을 한랭(寒冷), 겨울철에 기온이 급작스레 내려가는 현상을 한파(寒波), 추위를 느끼는 병을 한질(寒疾),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을 한미(寒微), 추위와 더위 또는 겨울과 여름을 한서(寒暑), 추위로 말미암아 받은 손해를 한해(寒害), 겨울철의 찬 기운을 한기(寒氣), 살갗에 느끼는 차가운 감각을 한각(寒覺), 찬 기운과 서늘한 기운을 한량(寒凉), 가난하나 깨끗함을 한소(寒素), 몸에 열이 나면서 오슬오슬 춥고 괴로운 증세를 오한(惡寒), 몹시 심한 추위를 혹한(酷寒), 추위를 막음을 방한(防寒), 지독한 심한 추위를 극한(極寒), 몹시 혹독한 추위를 열한(烈寒), 추위를 피하여 따뜻한 곳으로 옮김을 피한(避寒), 찬바람을 쐬어 생기는 오한을 객한(客寒), 모진 추위나 추위의 괴로움을 고한(苦寒), 배고픔과 추위를 기한(飢寒), 추위를 견딤을 내한(耐寒), 친족이 없이 고독하고 가난함을 단한(單寒),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찬 것이 감을 한래서왕(寒來暑往),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순망치한(脣亡齒寒), 빈한함이 뼈에까지 스민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일컫는 말을 빈한도골(貧寒到骨),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두한족열(頭寒足熱), 외로이 자는 방안의 쓸쓸한 등불이라는 뜻으로 외롭고 쓸쓸한 잠자리를 이르는 말을 고침한등(孤枕寒燈),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오래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춘한노건(春寒老健) 등에 쓰인다.
▶️ 三(석 삼)은 ❶지사문자로 弎(삼)은 고자(古字)이다. 세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 젓가락 셋을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셋을 뜻한다. 옛 모양은 같은 길이의 선을 셋 썼지만 나중에 모양을 갖추어서 각각의 길이나 뻗은 모양으로 바꾸었다. ❷상형문자로 三자는 '셋'이나 '세 번', '거듭'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三자는 나무막대기 3개를 늘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대나무나 나무막대기를 늘어놓은 방식으로 숫자를 표기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三자는 막대기 3개를 늘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숫자 3을 뜻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호의를 덥석 받는 것은 중국식 예법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최소한 3번은 거절한 후에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三자가 '자주'나 '거듭'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三(삼)은 셋의 뜻으로 ①석, 셋 ②자주 ③거듭 ④세 번 ⑤재삼, 여러 번, 몇 번이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석 삼(叁)이다. 용례로는 세 해의 가을 즉 삼년의 세월을 일컫는 삼추(三秋), 세 개의 바퀴를 삼륜(三輪), 세 번 옮김을 삼천(三遷),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의 세 대를 삼대(三代), 한 해 가운데 셋째 되는 달을 삼월(三月), 스물한 살을 달리 일컫는 말을 삼칠(三七), 세 째 아들을 삼남(三男), 삼사인이나 오륙인이 떼를 지은 모양 또는 여기저기 몇몇씩 흩어져 있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삼삼오오(三三五五), 삼순 곧 한 달에 아홉 번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다는 말을 삼순구식(三旬九食), 오직 한가지 일에만 마음을 집중시키는 경지를 일컫는 말을 삼매경(三昧境), 유교 도덕의 바탕이 되는 세 가지 강령과 다섯 가지의 인륜을 일컫는 말을 삼강오륜(三綱五倫), 날마다 세 번씩 내 몸을 살핀다는 뜻으로 하루에 세 번씩 자신의 행동을 반성함을 일컫는 말을 삼성오신(三省吾身),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한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 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삼십이립(三十而立), 사흘 간의 천하라는 뜻으로 권세의 허무를 일컫는 말을 삼일천하(三日天下),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남이 참말로 믿기 쉽다는 말을 삼인성호(三人成虎), 형편이 불리할 때 달아나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삼십육계(三十六計), 하루가 삼 년 같은 생각이라는 뜻으로 몹시 사모하여 기다리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삼추지사(三秋之思), 이러하든 저러하든 모두 옳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삼가재상(三可宰相), 삼 년 간이나 한 번도 날지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웅비할 기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삼년불비(三年不蜚), 세 칸짜리 초가라는 뜻으로 아주 보잘것 없는 초가를 이르는 말을 삼간초가(三間草家), 봉건시대에 여자가 따라야 했던 세 가지 도리로 어려서는 어버이를 시집가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좇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삼종의탁(三從依托), 키가 석 자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라는 뜻으로 철모르는 어린아이를 이르는 말을 삼척동자(三尺童子), 세 사람이 마치 솥의 발처럼 마주 늘어선 형상이나 상태를 이르는 말을 삼자정립(三者鼎立), 세 칸에 한 말들이 밖에 안 되는 집이라는 뜻으로 몇 칸 안 되는 오막살이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삼간두옥(三間斗屋), 가난한 사람은 농사 짓느라고 여가가 없어 다만 삼동에 학문을 닦는다는 뜻으로 자기를 겸손히 이르는 말을 삼동문사(三冬文史), 삼생을 두고 끊어지지 않을 아름다운 언약 곧 약혼을 이르는 말을 삼생가약(三生佳約), 세 마리의 말을 타고 오는 수령이라는 뜻으로 재물에 욕심이 없는 깨끗한 관리 즉 청백리를 이르는 말을 삼마태수(三馬太守), 세 치의 혀라는 뜻으로 뛰어난 말재주를 이르는 말을 삼촌지설(三寸之舌), 얼굴이 셋 팔이 여섯이라는 뜻으로 혼자서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삼면육비(三面六臂), 사귀어 이로운 세 부류의 벗으로서 정직한 사람과 성실한 사람과 견문이 넓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삼익지우(三益之友), 세 가지 아래의 예라는 뜻으로 지극한 효성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삼지지례(三枝之禮), 머리가 셋이요 팔이 여섯이라 함이니 괴상할 정도로 힘이 엄청나게 센 사람을 이르는 말을 삼두육비(三頭六臂), 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 번 조심히 말하는 것을 뜻하는 말을 삼사일언(三思一言) 등에 쓰인다.
▶️ 友(벗 우)는 ❶회의문자로 또 우(又; 오른손, 또, 다시)部가 겹쳐 쓰여 이루어졌다. 又(우)가 음(音)을 나타내기도 하며 친한 친구끼리 왼손(부수를 제외한 글자)과 오른손(又)을 서로 맞잡고 웃으며 친하게 지낸다 하여 벗을 뜻한다. 동족의 친구를 朋(붕)이라는데 대하여 관리(官吏) 친구를 友(우)라 하였으나 나중에 朋(붕)도 友(우)도 친구를 의미하며 사이좋게 하는 일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友자는 ‘벗’이나 ‘사귀다’, ‘우애가 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友자의 갑골문을 보면 又(또 우)자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친한 벗과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사이가 매우 가깝다는 뜻이다. 가까운 친구 간에 또는 이성 간에 손을 맞잡고 다니는 모습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友자는 그러한 의미가 반영된 글자이다. 그래서 友(우)는 벗, 친구, 동무의 뜻으로 ①벗(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 ②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③뜻을 같이 하는 사람 ④벗하다, 사귀다 ⑤우애가 있다, 사랑하다 ⑥가까이하다 ⑦돕다 ⑧순종하다, 따르다 ⑨짝짓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벗 붕(朋)이다. 용례로는 친구와의 정을 우정(友情), 형제 사이의 정애 또는 벗 사이의 정분을 우애(友愛), 벗으로 사귐을 우호(友好), 가까이 사귀는 나라를 우방(友邦), 친구 사이의 정분을 우의(友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우생(友生), 자기편의 군대를 우군(友軍),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우(朋友), 친한 벗이나 가까운 친구를 친우(親友), 오래도록 사귄 벗을 고우(故友), 한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벗을 학우(學友), 벗을 사귐이나 친구와 교제함을 교우(交友), 같은 학급에서 배우는 벗을 급우(級友), 마음으로 사귄 벗을 심우(心友), 서로 마음을 아는 친한 벗을 지우(知友), 동기끼리 서로 사랑하는 정을 우애지정(友愛之情), 바람은 구름과 함께 움직이므로 구름의 벗이고 비는 구름으로 말미암아 생기므로 구름의 자식이라는 뜻으로 구름을 일컬음을 우풍자우(友風子雨), 나라와 나라 사이의 우의를 위하여 맺는 조약을 우호조약(友好條約)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