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전 해수욕장에서 장사를 하는 친한 형님들의 일을 도왔는데 낮엔 튜브대여, 밤엔 해변포차서빙을 했고 일을 마치면 형님들과 술을 마시며 놀기바빳죠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 덧 해수욕장이 폐장할 시기가 왔는데 하필 그 때 태풍이 오는 바람에 형님이 크게 손해를 봤습니다
전 폐장 후에도 ㄱ 형님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나와 형님과 함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민박집은 오래 된 2층짜리 건물로 1층에 카운터와 직원들의 방과 큰 방2개가 있었고 마당 건너편에 작은 방이 7개 정도 있었습니다
그날 ㄱ 형은 작은 방에서 잠이 들었고 저는 카운터방에서 무협지를 읽었는데 읽다보니 어느 덧 새벽 2시가 다 되었더군요
카운터에는 베란다 형태로 된 큰 창문이 있었는데 거기서 백사장과 도로가 한눈에 보였고 아침에는 햇빛이 바로 들어오는 구조였습니다
저는 혹시 누가 들어올지 몰라 방문을 잠구고 커튼을 치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띠로롱-
어디선가 휴대폰 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건 옛날에 많이쓰던 폴더폰의 기본벨소린데 처음엔 ㄱ형의 폰인가하고 무시했지만 폰소리는 계속 울렸고 형이 알람설정을 한 것인가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을 해봐도 영 이상한겁니다
손님이 다빠져 굳이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굳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고 ㄱ형은 워낙 예민해 술을 마셔도 작은 소리에도 잘 깨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형은 곤히 자고 있었고 조금 찝찝하긴했지만 무시하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타이밍에 배가 부글부글...아파왔습니다
그때 한창 성수기일때 민박집을 찾은 손님들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손님들사이에서 가끔 화장실 지붕에서 무엇을 봤다는 둥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변기물이 계속 내려간다는 둥 그런말이 심심치않게 나온겁니다
그리고 손님들 중 예닐곱살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화장실지붕에 앉아있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동생들 중에도 그걸 본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한번은 같이 일하는 동생들 중 한명이 이런말을 했습니다
"형 밤에 혼자 화장실 가봤어요? 문 잠그고 볼일 보고있으면 화장실 손잡이에 뭐가 반사돼서 보인다니까요. 화장실 손잡이 스테인리스라 자세히보면 뒤쪽 다 보이잖아요"
재가 일하는 동안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대 막상 그 상황이 되니까 괜히 그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무서운 생각이 드는겁니다
제가 겁이 많은 편도 아닌데 말이죠
퇴장후 고요한 해수욕장과 시끄러운 벨소리 그리고 이상한 화잘실...
"아...ㅅㅂ....안되겠다..."
결국 참지못한 전 랜턴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고 가는 길에 보니 벨소리가 여전히 ㄱ 형이 자는 방쪽에서 들려오고있었습니다
일단 배가 아파 볼일부터 보기로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문 손잡이엔 아무것도 없고 나중에 나오면서 지붕을 봤는데 역시 아무것고 없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하고 형이 있는 방으로 가려는데 벨소리는 끊기고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슴니다
하하핳
그건 분명 ㄱ형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전 ㄱ형의 여친이 왔나하고 다시 카운터방으로 가 잠이 들었는데 막 잠이 들려는 찰나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눈이 번쩍 떠지는 겁니다
카운터 방의 창문이 제 머리 위쪽에 있는데 창가에서 누군가가 절 뚫어지게 쳐다보는것 같은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살짝 들어 그쪽을 바라보니 동트기 전 사방이 어두운데 창문 건너편에 누군가 서있는게 보이더군요
창문이 커서 제 자리에서 봐도 사람의 상반신과 허벅지쪽이 다 보였는데 그 건너편에 누군가 서있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는 겁니다
저는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고 어버버하다가 그대로 기절해버렸습니다
제가 본 것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었는데 그 근방은 규모가 그리 크지않은 동네로 형님들 여러 명이 거기서 장사를 하다보니 동네어르신은 거의 얼굴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름한 전퍼에 새마을 마크가 달린 모자를 쓴 그분은 처음보는 얼굴이었고 풍기는 분위기가 확실히 산 사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발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멍하니 창문을 쳐다보니 양쪽으로 확 젖혀진 커튼 사이로 강렬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방문을 열어보니 ㄱ형이 서있었는데 형이 대뜸 이런말을 하는겁니다
"야 니 괜찮나 많이 놀랐제."
"에? 아...예"
"내가 도와주러 갔어야했는데 미안해"
"형 근데 그게 뮤슨 말이에여"
"아니 새벽에 자다보니까 뭔 영가하나가 니가 있는 카운터방쪽으로 가더라고 근데 나도 꼬마영가가 가위누르고 있어서 못일어났어 미안해 닌 좀 괜찮나"
"형..저 이해를 못하겠는데 영가요??"
"아..니 나 귀신 좀 보는 거 몰라? 일단 방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알고보니 ㄱ형이 그쪽으로 촉이 좀 있는 사람으로 그 날 작은 방에서 술먹고 잘때 휴대폰 화면이 자꾸 켜지더래요
전화나 문자가 온 것도 아닌데 자꾸 폰이 켜져서 형이 자는 척 실눈을 뜨고 보니 어떤 여자아이가 휴대폰을 들고서 장난을 치고있었대요
형님의 말로는 나중에 그 여자애가 휴대폰 벨 소리까지 켜놓고 깔깔웃으며 장난을 쳤다는데 형이 계속 자는 척 하며 지켜보고있자 그 아이가 폰을 휙 던지더니 형의 팔을 베고 누웠다더군요
그렇게 형은 날이 밝을 때까지 꼼짝않고 누워있었는데 그 와중에 또다른 형체가 제가 있는 카운터방으로 가는 걸 봤대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저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잠들기 전 분명히 커튼을 치고 잤는데 일어나서보니 커튼이 모두 걷혀있는겁니다. 전 형에게 너무 무서워서 더이상 못있겠다고 했고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부랴부랴 뒷정리를 마친 뒤 형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슴니다
"야 다큰새끼가 뭐가 무섭다고 난리야 ㅋㅋ"
"형 직접 못봐서 그래요 저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어요"
"야 방금.봤지"
"예? 뭐요?"
"어냐 못봤으면 됐어"
"아 형 장난치지마세요ㅡㅡ"
"ㅋㅋㅋㅋㅋㅋㅋ"
(비엘아님)
그렇게 전 형님의 차를 얻어타고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런데
"어? 아 저새끼들 뭐야"
"왜여 또.."
"니 또 못봤나"
"도대체 뭐가요 또...그만해요 형.."
"ㅋㅋ 사내새끼가 징징거리긴"
"왜요...ㅡㅡ"
"아니 어제 내가 봤던 여자애랑 할아버지가 도로 꺾어지는 곳마다 서있어서... 할아버지 생긴 게.니가 본거랑 똑같은데.."
첫댓글 이따 읽어야지
무섭다ㅠㅠ
아니 나 퐝 사는데...
오들오들 떠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