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관위 창설이래 첫 국조 합의… 자녀 경력채용-해킹 의혹 들여다본다
후쿠시마 오염수 특위도 합의
선관위, 오늘 감사원 감사 수용 논의
감사원, 감사거부땐 수사의뢰 고려
선관위, 선거예비금 격려금 지급… 감사원 지적에도 3차례 적발돼
노태악 사퇴 촉구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당 중앙청년위원회 위원들이 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관련자 처벌 및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 등을 요구했다. 서민 단국대 교수(왼쪽에서 여섯 번째)와 배승희 변호사(앞줄 가운데 여성)도 함께 자리했다. 과천=전영한 기자
여야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아빠 찬스’ 경력 채용 의혹과 북한발(發) 해킹 은폐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선관위가 국정조사를 받는 건 1963년 창설 이후 처음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와 감사원의 직무감찰 압박에 더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까지 겪게 된 것. 선관위는 9일 위원회의를 열고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와 사무처 2인자인 사무차장 인선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與 선관위 국조, 野 후쿠시마 청문회 관철
국민의힘 이양수,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 경력 채용 특혜 의혹 사례가 속속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아빠 찬스’ 의혹을 받고 있는 사례는 10건까지 늘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비리, 북한 해킹 관련 등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및 후쿠시마 검증특위를 구성하고 청문회를 개최한다는 여야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2023.06.08. 뉴시스
또 여야는 국회에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청문회도 열기로 합의했다. 선관위 국정조사에 해킹 은폐 의혹을 포함시키자는 국민의힘과 오염수 검증특위를 설치하자는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선관위 국정조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오염수 검증특위위원장은 민주당이 각각 맡기로 했다.
선관위가 60년 만에 처음으로 국정조사 대상이 됐지만 여권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권익위 조사, 국정조사와 별개로 ‘아빠 찬스’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라는 요구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가 끝난 뒤에 국정조사를 하는 것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오염수 검증특위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과 발표 뒤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선관위가 감사를 끝내 거부할 경우 수사 의뢰까지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감사원은 이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선관위에 ‘아빠 찬스’ 의혹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선관위는 응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논란으로 대법원장이 선관위원으로 지명하는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가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 감사원 경비 집행 지적 묵살 이어져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가 감사원 회계감사에서 문제를 지적받고도 부적절한 경비 집행을 되풀이한 사례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의 ‘2019 회계연도 결산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는 2019년 11월과 12월 사이에 직원들에게 격려금, 축의금, 조의금 등으로 예비금 3268만 원을 사용했다. 문제는 선관위의 이런 예비금 사용이 ‘공정한 선거관리 및 선거, 정당 사무 추진 용도로 사용한다’는 자체 기준 등에 어긋난다는 점. 더군다나 선관위는 2011년, 2014년 감사원 회계감사에서도 예비금을 직원·간부 선물 구입비, 각종 간담회비, 격려금 등으로 사용한 것이 발견돼 ‘주의’를 받았지만 이를 고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2020년부터는 예비금을 격려금 등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감사원은 2016년 과장 직위를 보유하지 않은 5급 공무원에게 직책수행경비를 지급하지 말라고 지적했으나 그 뒤로도 선관위가 과장이 아닌 5급 공무원 79명에게 3년간 6968만 원의 직책수행경비를 지급한 사실이 2019년 감사에서도 적발됐다. 여기에 선관위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선거 관리경비를 정산 및 반환하는 과정에서 부실하게 증빙하는 관행도 감사 때마다 지적받았다.
이런 선관위의 조직 운영 실태에 대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가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청렴성 규율도 갖추지 못한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만큼은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으니 정말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9일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위원회의를 열고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 등을 논의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결론은 위원회의가 끝나 봐야 알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위원회의에서 사무차장 인선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선관위는 1인자인 사무총장은 외부 인사로 임명하고, 사무차장은 내부 승진 임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