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홍성남
나는 모서리를 좋아했고
너는 구름을 믿었을 뿐인데
말랑한 숨결의 중심은
우연이 될 수 없지만
생각만으로 나는 네 마음을 만져볼 수 있을까
눈을 감으면 바다로 가는 길이 보일 거야
비행운은 긴 해변처럼 자라나고 있었고
새들은 오랜 궁리처럼
눈 감은 몇 초를 사랑한 거지
파국은 언제나 중심에서 태어나지
지문처럼 숨겨진 채 자라는 모든 것들
바로 그게 너라는 세계
나만 모르는 이야기가 재생되고
내일은 새털구름이 머리 위에 가득할 거야
작은 새가 큰 새를 해친다는
유언처럼 새긴 말
새끼손가락에 자라던 풀이 무성하게 흩어진다
바람의 방향은 기울었고
센서는 완벽하게 너의 슬픔을 감지했다
구름에도 신념이 있어서 손을 잡는 거라고
중심이 자라면 주변이 되고
우리는 주변인으로 늙어갈 테지만
아직도 기억하니
온점을 붙일 때 희열을
선잠에도 악몽은 따라다닌다
그곳도 비가 내릴까
한밤의 비행처럼
두꺼운 날개에서 유성이 한꺼번에 쏟아졌지
수많은 모서리가 둥글게 가라앉고 있다
* 버드 스트라이크: 비행기와 새가 부딪히는 현상을 이르는 말.
입국심사
밤은 발굴되지 않은 누군가의 뼈가 분명하다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듯
숨겨진 수많은 눈들이
다족류처럼 손등을 기어가듯
여기와 거기 사이에서
죄도 없이 주뼛거린다
나는 분명 여기에 있는데
나는 나를 증명하려고 하고
나를 닮지 않은 패스포트 속 사진은
나보다 명징하다
한 세계를 건너는 데는 다른 한 사람의 말이 필요하다
나의 증명은 내가 아닌 것들로만 시작되고 끝난다
나 없이도 출구 너머의 세계는 환하고
나는 자꾸만 발목이 어두워져
이젠 되돌아갈 수 없는 먼 항로를 바라본다
손바닥을 펼치면 낯선 골목길이 지문으로 찍힌다
손바닥을 오므리면 신념이 배가 된다
나는 공손하고 너는 지시한다
나는 목적지가 과정이고 너는 과정이 목적이라서
나는 시작점이고 너는 경유지다 나는 활자로 대변되고
너는 센서에 주목한다 같은 자리 다른 패턴
환승에는 관심이 없다 당신은 왜 여기에 오셨습니까
여행이란 말은 떠오르지 않고 사랑이란 예감만 달라붙는다
너는 이국 물고기를 풀어 놓는다는 생각으로 진중하고
나는 패스포트 속으로 들어간다
세상으로 나가는 관문에서 자기소개서는 주머니 속에서 더 얇아지고
하릴없이 증명하며 살아야 하는 심사에서
늘 배경이 주인이다
어느 먼 곳은 이제 밤이 되려한다
먼 곳은 지금 내게 가장 가까운 곳이다
나는 오래된 심장을 숨긴 채
이방의 땅으로 실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