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人性敎育)을 근본으로
“함께 공부할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함께 도(道)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함께 도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함께 굳건하게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함께 굳건하게 설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함께 변통(變通)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미가여립; 가여립, 미가여권) 歳寒然後 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이는 《논어(論語)》자한(子罕) 29장, 27장으로, 세상의 이치가 이러하니 누구를 쉽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조선 경종임금 때 일어난 신임사화는 참혹한 비극이었다. 노론4대신(老論四大臣) 즉 한포재 이건명, 소재 이이명 선생 등과 그 자손들 등 수백 명이 무고(誣告)를 당하여 역적으로 몰려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역사의 눈은 속일 수 없는 것으로 결국 참화를 당한 노론4대신은 만고의 충신으로 복원되었으며, 이분들의 죽음으로 인하여 조선 르네상스 시대로 일컫는 영조, 정조시대의 문이 열려지게 된 것이다.
이후 정조대왕 즉위년에 대왕은 탕평(蕩平)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노론은 본디 충성을 잡은 색목(色目)이라고 하였는데, 그러나 이후 그 후배들 중에는 역신(逆臣)도 나왔다는 충격적인 말을 하였다. 아, 과연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가? 노론은 율곡 이이, 사계 김장생, 우암 송시열 선생 등의 학통으로 청음 김상헌, 백강 이경여 선생, 신임사화의 노론4대신 등 많은 충신과 공신들을 배출한 가장 영향력이 큰 색목이었다. 그런데 그 후배들 중에는 영조대왕즉위 이후 사실상 집권세력으로 지내다 보니 역신으로 불릴 만한 못된 자가 배출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 욕심을 절제할 수가 있어야하는데 이것이 참으로 어려우며, 인간은 생래적(生來的)으로 죄성(罪性)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이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다만 사람의 마음은 생명의 근본이기에 이를 잘 수양하고 다스리라는 것은 예수나 석가나 공자나 모두 같은 가르침이다. 우리 인간들은 잠시 한눈을 팔면 쉽게 죄악(罪惡)된 길로 빠질 수 있는 나약한 존재이며 그러므로 뭇 인간을 영원히 신뢰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결국, 허황된 세상의 안목(眼目)과 욕심을 버리고, 늘 깨어서 진리의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며 성자(聖者)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복된 인생인 것인데, 이를 배우고 실천하기는 참으로 쉽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는 진리세계의 높은 가치를 바라보고, 늘 정진(精進)하며 이 세상의 자랑과 안목(眼目)의 정욕(情欲)과 육신(肉身)의 정욕들을 물리쳐 나아가야 하겠다.
화합과 단결을 위하여 역신(逆臣)의 무리도 그 수괴(首魁)들만을 처단하고 나머지는 용서하며 탕평책(蕩平策)을 시행한 영조·정조대왕의 높은 뜻을 기리는 바이나, 무엇보다 우리는 늘 마음을 닦고 인격을 수련하여 살아가는 인물들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그런즉 이제는 우리의 교육을 불멸의 성인(聖人)들과 세종대왕 같은 훌륭한 조상님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人性敎育)을 근본으로 하는 교육시스템으로 바꾸어가야 한다. 그 위에 세상의 전문지식을 쌓아가야만 살맛나는 사회, 인류에 이바지하는 나라를 건설하여 갈 수가 있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 않는가! 선진국들의 공통된 근본적인 특징은 그 정신문화가 건실하다는 데 있다.
2023. 1.10.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