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클라우드 인증 박고 시작합니다.
학창시절에 매직 더 개더링이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을 당시 환경의 최신팩은 인베이전 블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프로투어에서 우승했던 덱이 바로 너무 유명한 나머지 나무위키에 독립 항목까지 있는 즈비의 더 솔루션이었죠. 대부분 아시겠지만 간략히 소개하면 "메타가 온통 R밭일 것이다"라고 예상한 즈비가 그냥 적색보호 달린 잡커먼들 잔뜩 집어넣은 카드뭉치로 우승했다 이런 내용입니다.
즈비는 저에게 엄청난 인상을 남겨주었고 그 후로 매직 자체는 한 2년 하다 오딧세이 블록 중간쯤에서 접었지만(나중에 카미가와/카펜나쯤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후로도 딱지 인생에서 저는 항상 메타덱이 아니라 메타 저격으로 승부를 보려 드는 홍대병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저는 무슨 딱지를 하든 실제 플레이하는 것보다도 메타 분석하면서 덱 고민하는 동안이 더 즐겁고 그게 잘 먹혔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플레이어로 굳어져 버린 거죠. 사실 이렇게 덱빨로 날먹을 못하고 남들과 똑같은 메타덱으로 파일럿 실력을 겨루면 절대로 남들보다 잘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기도 하고 ㅎㅎ;
그런 맥락에서 이번 대회에 뭘 할 것인가는 솔직히 너무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UR코리와 적단색 어그로의 셰어가 압도적일 것은 분명하지만 전지 콤보의 셰어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니까요. 원래는 작년부터 줄곧 해온 어그로에 강한 W계열 컨트롤에 사이드로 어떻게든 전지에 대항하는 덱을 가져갈 생각이었는데 사실 중간에 그냥 생각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여기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번 대회에 딱히 의욕이 하나도 없었어요... 저번에 처음으로 예선을 뚫고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리저널에서 다이렉트 3패로 망하고 나서 의욕이 확 꺾여서 스포트라이트는 일단 예약은 해뒀는데 아 그냥 취소할까...윽 취소 마감이 어제였네 어쩔수없다 하고 갔다는게 진실입니다 ㅎㅎ;
그래서 이번 덱픽은 딱 4일만에 아무 생각없이 결정했는데(위에 저렇게 밑밥을 깔아놓고 시작해서 결론의 상태가?) 덱이 생각보다도 좋았고 매칭 운빨도 쩔어준 덕에 어찌어찌 상품을 따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른 덱은 직전 프로투어에서 Bryan Hohns라는 플레이어가 선보인 나야 유나입니다. 아쉽게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덱 자체는 재밌어 보였고 아레나에서 해보니 느낌이 꽤 좋았습니다.
이 덱을 고른 이유는 딱 하나인데요... 저는 4 하이눈 4 도마뱀을 쓸 수 있는 RW계열 덱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코리죽인다맨이 되고 싶었어요... 솔직히 전지를 포함한 모든 매칭 고려하기가 너무 피곤해져서 아몰랑 응 딴덱 만나면 지면 그만이야~ 코리는 다 이겼잖아 한잔해 하고 자기만족이나 할거야~ 하고 꼴픽 박은 겁니다. (이딴 소리나 할려고 즈비를 끌어다써?)
그런데 도마뱀을 쓰려면 W기반 컨트롤에서 색터치로 도마뱀을 넣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도마뱀은 상대 라이프에 압박을 주는 플레이가 병행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카드여서요. 그래서 나름 생물을 전개하고 초중반에 적당히 잘 쳐줄 수 있는 RW기반 미드레인지를 찾게 된 겁니다. 보이스 오브 빅토리, 워리더스 콜 등을 쓰는 방향의 덱도 테스트 해봤는데 영 힘이 딸려서 버렸습니다.
저의 튜닝입니다. 도마뱀 4장 넣고 적버로드 외에 유나 리애니를 위한 고밸류 카드는 다 빼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앞으로 당긴게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대회에 이 덱타입을 가져온 사람이 21명 있었는데 도마뱀을 쓴건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이게 아직 샘플이 많은 덱이 아니라 melee에서 덱이름을 입력할 때 yuna, enchantment라는 덱타입이 없어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이름을 넣었는데 그 이름에서 덱을 어느 방향으로 보았는가가 드러나서 흥미롭습니다. 나야 컨트롤, 나야 리애니, 나야 오버로드라 적은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나야 미드레인지라고 적었습니다. 마지막에 하이눈과 도마뱀의 자리를 바꿀까 잠깐 고민했는데 금요일에 아키바에서 사려고 했던 카드가 없어서 밤에 급히 토센을 다녀왔는데 오는 길에 전화 배터리가 떨어진 이슈로 덱리를 수정제출할 시간이 없었네요.
여기까지 빌드업을 했으니 "와 그래서 제 예상대로 UR코리를 엄청나게 만나서 다 이겨서 상품 땄어요!"라는 결론이 나와야 기승전결이 맞는 논리적 전개가 될텐데 웃기는 사실은 UR코리는 15라운드중 딱 2번밖에 못만났다는 겁니다. (총 3번이긴 한데 마지막 라운드는 id라...)
보시면 모노레드 6번 전지 3번 코리 2번 비비솥 2번 만났어요...
기대도 안 했던 호성적은 덱이 모노레드한테 엄청 강했던 덕분이었습니다. 모노레드한테 5-1, 매치 기준 11-4를 쓸어담았네요. 6번째 모노레드한테 3겜 2멀하고 져서 막라 id하고 끝냈는데 저한테 이긴 분이 막라도 이겨서 프로투어 갔습니다.
거기다 이길거라 전혀 기대를 안한 전지 상대로 운좋게 2승이나 거둔게 컸어요. 특히 6라 상대분이 운이 많이 없었는데 방해 없이 콤보를 돌려서 전지 깔고 드래곤스톰 4번 스톡업 2번을 쳤는데 마랑을 못찾아서 턴을 넘겨주시고 말았습니다.
4라 상대분한테는 그냥 깔끔하게 졌고 11라 상대분한테는 도마뱀이 힘을 발휘해서 이겼습니다. 이거 한 판은 제가 덱빌딩 실력으로 딴거라 우기고 싶네요 ㅎㅎ
결론은 매칭 운빨이 좋았다, 노리고 저격한 대로는 안 됐는데 아다리가 잘 맞았다인 것 같습니다. 끝나고 사이드이벤 한판 돌았더니 바로 비비솥 전지 만나 2패 박아버리고 ㅎㅎ; 라운드별 매칭 리포트를 쓸까 했는데 사실 레드, 코리한테 무난히 이긴 판들은 너무 무난해서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딱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14라운드 모노레드 상대 2게임째에 다음과 같은 상황이 나왔습니다.
선공 4턴
나 라이프 5 / 필드 랜드4 네메시스 2 / 핸드 겟로스트1 적버로드1
상대 라이프 11 / 필드 랜드4(공+1신속주는 땅 포함) +1/+1카운터 2개와 몬스터롤 붙은 1코쥐(4/4) 몬스터롤 붙은 기량쥐(3/3) / 핸드 1장
여기서 5분쯤 고민을 했습니다. 2턴 이상 끌면 질것같고 이기려면 어떻게든 역킬각을 봐야 하는데 네메시스 1개로 어설프게 달렸다간 죽을 것 같고, 디나이를 쓴다면 겟로를 쓰는게 맞는데 그러면 소서리 타이밍에 할 행동이 없어서 고심끝에 땅만 깔고 아무것도 안하고 턴을 넘겼습니다.
상대는 턴받고 랜드 깔고 신속주는 땅으로 기량쥐를 4/3 만들면서 탑추방을 트리거했고, 탑에서 네메시스가 떠서 바로 캐스트하고 셋으로 공격을 박았습니다.
여기서 네메시스 2로 4/3 기량쥐를 더블블록, 4/4 자살쥐는 통과시키고 네메시스에 겟로 써서 몸에 4점 맞고, 상대 몸에 4점 쏜 다음 살아남은 네메시스로 3점+적버로드로 4점 쏴서 이겼습니다. 끝나고 나서 결론만 보면 당연한 정답을 찾은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어려웠고 고심끝에 정답을 찾아서 이겨서 엄청 기뻤어요. 그 다음판 2멀하고 걍 졌지만 ㅎㅎ;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후기는 개추요
결론: 날먹에 성공했습니다~
ㅊㅋㅊㅋ
잘 봤습니당
후기 잘 봤습니다. 한국인 최고성적! 14라 뒤에서 구경하면서 열심히 퍼즐 풀고 있었는데 멋지게 정답을 찾으셔서 인상적이었네요. 포일 클라우드 부럽네요~
한국의 자랑
축하드림다
축하드립니다!!!
오오 축하합니다! 29위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