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70노인들이 한라산을 오르다.
癸卯年 1월4일, 한라산의 설경 감상을 위해 6명이 동참 희망을 한다. 모두 내노라 하는 쟁쟁한 멤버들이라 허뭇하다.
각자 같은 날짜와 시간대의 항공권을 예약하고, 우리는 그 날 (2월7일)김포공항에서 조우했다. 일행 6명중 양진석 군은
15시30분 아시아나항공권이고 나머지 5명, 이운식,신민성,김희국,하태용 그리고 나는 15시40분 제주항공 비행기에 탑승한다.
양진석군의 말에 의하면 먼저 제주에 가서 뒤에 오는 우리 일행을 영접하겠다는 것이다. 답지 않게 착한 행동에 눈감는다.
17시경 제주공항에 도착, 기다리던 6인승 콜벤(010-3691-2161)을 이용, 도착한 숙소는공항에서 10여분 거리의 제주시 연동에 소재하는 글로스터호텔(064-747-1100) 3인1실용 2실 2박. 가성비가 괜찮은 편이다. 면면을 훔쳐보니 '룸메이터가 누가 되느냐'를 신경쓰는 것 같다.
여장을 풀고 우리 일행은 숙소 뒤에 촘촘히 널려있는 음식점 골목에서 운식군과 태용군의 강력한 추천으로흑돼지 집(참맛나흑돼지064-743-8319)골라 들어갔다. 소주와 곁들여 먹는 고기맛에 다들 감탄한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태용군과 희국군은 점잔케 잠을 잘 잔다. 간혹 코고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그 정도는 양반이다. 8일 산행날 아침 호텔 옆 해장국 집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조식을 마치고 07:30분 대기하고 있던 콜벤을 타고 성판악으로 간다. 우리의 입장 시간인 08:00에 15분전인 07:45이다. 그 때까지는 그래도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었는 데 차에서 하차하는 순간 긴장감으로 돌변한다. 안내 요원들의 핸더마이크에서 "아이젠 착용하라, 고혈압환자 중에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산행중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 증상이 발생될 시 즉시 하산 하라"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어서다. 미리 예약되어 있는 QR코드를 찍고는 입장, 07:50이다.
과연 우리가 상상하는 설경, 상고대와 눈동굴을 감상할 수 있을까?
관음사주차장 방면으로 하산하게 된다.
사진을 너무 찍어대는 바람에 휴대폰 밧데리 방전으로 하산길 사진이 없음.
성판악코스로 진입해 (07:53)→속밭대피소4.1KM(09:13)→사라오름입구5.8KM(09:57)→진달래밭대피소7.3KM(10:47)→한라산 정상(1950M) 백록담9.6KM (12:50)을 충분히 감상한 후 관음사주차장 방면의 하산길로 들어선다. 백록담(13:10)→삼각봉대피소→탐라계곡대피소→관음사주차장8.7KM (17:10). 총18.3KM를 9시간(등산5시간,하산4시간) 의 소요 끝에 목표 지점에 도착.
성판악코스의 오르는 길은 완만하긴 했지만 오를수록 경사가 계속되어 끈기와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사라봉오름길 입구부터 경사도가 조금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다 피로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특히 운식군과 태용군이 쉬기를 자주 한다.
관음사 방면의 내리막길은 가파르고 위험하다. 잔설이 많이 남아 미끄르지기도 하고 많은 주의를 요하는 코스다. 먼저 내려간 태용군의 아이젠이 벗겨져 저 혼자 나딩굴어져 있다. 벗겨진 줄도 모르고 계속 Go였다. 결국 한참 뒤따라 내려가던 내가 주워 주긴 했지만. 목적지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콜벤이 대기하고 있다. 숙소에서 갈아 입을 옷을 챙기고는 곧장 나와 목욕탕까지 안내해 준 기사님이 고맙다. 기사님의 임무는 여기까지였고 우리는 목욕후 제주의 싱싱한 회와 소맥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한라산 등정을 끝내면서.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세계는 없었다. 상고대, 눈동굴은 커녕 나무가지에 얹혀 있는 설경도 보기 드물었다. 그래도 등산로에
깔린 우리나라 최고봉 한라산의 잔설은 밟아 보지 않았던가. 동참한 친구들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즐거웠답니다.
인생2막,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자문해 보지 않은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한 가지의 답은 자신있게 말씀들릴
수 있답니다. '친구들과 산을 타고 여행하는 일'입니다. 나이 들어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고, 건강을 다질 수 있다는 것, 전국 각지의 산천초목을 유람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입니까. 앞으로도 많은 친구들과 동참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되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2탄은 제주시 비양도의 여행기가 실릴 것입니다.
2023년 2월 12일 일. 안 병식
첫댓글 우리안회장 글솜씨가 거의 작가수준이네요. 덕분에 근 30년만의
세번째 한라산등반,방어회,제주흑돼지오삼겹등
한가지라도 놓칠수없는 즐거움과 추억그자체가 되었네요.대장겸 총무역할까지 100점이상!
멋진 친구들 덕분에 눈 덮인 한라산을 올라 호연지기를 느끼고 제주 설문대할망 정기를 잔뜩 받았습니다. 실감 나는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부라보~ 부라보!
경애하는 나의 친구들이여~
그대들의 힘찬 여정이 우리들의 가슴에 역동적인 감동을 선물하고 있네요
여정의 서술과 모든 기록의 편집도 좋았고
또, 한라산의 영상이 너무 선명하고 신선하네요
베리 굿~
영남 친구, 훌륭한 댓글 감사합니다. 나도 베리 굿이요.
등반을 기획하고, 뒷바라지하고, 멋진 산행기로 마무리 까지 해 준 안회장께 고마움 전합니다. 유난히 푸른 하늘, 폐부를 관통하는 맑은 공기, 끝없이 펼쳐진 雪原-잊지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