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 평안히 잠드소서
안원섭 로베르토 장례미사; 명동대성당; 2023.4.29.; 이기우 신부
우리는 지금 고인이 되어 우리 곁에 누워 계시는 안원섭 로베르토를 하느님께 보내드리는 장례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향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신 고인께서는 평생 가톨릭 신앙인으로 살아오셨고, 특히 명동대성당에서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하신 명동성당의 산 증인이셨습니다. 사목위원, 레지오 마리에 단원과 꾸리아 단장, 총회장직에 이르기까지 각종 봉사직분을 두루 수행하시며 기력이 다할 때까지 명동성당을 지키셨고, 노년에 접어들어 치매 증세가 심해지자 경기도 용인 동백 지구에 있는 실버타운으로 말년을 보내시면서도 명동성당의 교적을 유지하셨습니다. 그 까닭은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장례미사를 명동대성당에서 받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35년 전에 새 사제로 명동성당에 부임하여 고인을 만났던 제가 33년 후에 병자성사 미사를 해 드리고 이제 35년 후에 오늘 장례미사까지 해 드리게 되었던 것도 모두 다 고인의 염원이셨고 고인이 받으신 하느님의 복이었습니다.
저는 고인과 살아서도 지속적으로 통공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고인께서 저를 아껴주신 덕분이었고, 저는 그분의 온화한 미소를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명동성당 보좌신부로서 처음 만난 이래 빈민사목을 하느라 명동성당을 떠났지만, 그 후에도 종종 만나뵈올 때마다 마치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반갑게 대해주셨고 제가 맡은 사목 소임을 격려해 주셨던 교회의 어른이셨습니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그분의 안부를 전해 들었을 때 저는 곧바로 그분의 병자성사를 해 드리기로 마음먹었고, 거의 20여 년 만에 찾아뵈었을 때에도 마치 어제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람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저는 고인과 계속해서 통공할 생각입니다. 육신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믿음은 우리를 갈라놓지 못합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믿음 안에서 사제와 평신도라는 관계를 떠나서 이제는 믿는 벗으로서의 교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성인의 통공’ 도리를 믿는 가톨릭 신앙인의 특권입니다. 사실 저와 안원섭 로베르토 회장님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믿는 이들은 누구나 통공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현세의 복음화를 위하여 하느님 곁에서도 우리를 위하여 전구해 주실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으며, 고인께서는 기꺼이 저와 남은 유가족 모두와 그분을 아는 모든 교우 지인들과도 통공하시리라고 바라 마지않습니다.
첫댓글 복된 인연이십니다. 고인의 원대로 장례미사까지 드려주셨으니, 육신은 죽으나 계속 통교하시고자하는 고인의 원의와, 그것을 알아차리시고 고백하신 신부님의 원의를 하느님께서 잘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 복된 인연 안에서 좋은 영감을 많이 얻으시길 바랍니다.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안 회장님이 명듕성당 소유의 횡성 야영장 담당 사목위원이셨는데, 제가 빈민 청소년들의 스카우트 활동을 하기 위해 횡성 야영장을 사용하며 관리하겠다고 청했을 기꺼이 허락하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기우 예,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귀한 인연이시네요. ‘이 시기’에 다시금 신부님을 소환하신 그분의 원의 안에 하느님의 뜻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선종 하신 로베르토 어르신 형제님 위해 연도 받쳐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삼가 고인을 명복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