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1의 마지막 장면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며 혁신적인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히는 'OA'(오리지널 앤젤)의 성격과 지향점을 압축한 장면이라 할 만하다. 우스꽝스럽기도 해 '움짤'로도 상당히 사랑 받았다. 죽어가는 이를 살리기 위한 춤사위다. 이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면 죽어가던 자가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난다. 그런데 파트 1에선 살아난다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 파트 2에선 다른 세상, 평행우주로 이동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파트 1은 2016년 12월 나왔고, 파트 2는 2019년 나왔다. 각각 여덟 편씩 열여섯 편인데, 물론 이런 독창적인 서사를 싫어하는 이들은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다고 할테고, 반색하는 이들은 생각할 대목이 참 많은, 괜찮은 시리즈라고 여길 것이다.
여주인공 OA를 연기한 브릿 말링이 극본을 친구인 잘 배트만글리즈 감독과 함께 쓰고, 프로듀서로 제작에도 참여했다. 파트 3을 구상한 것으로 보이는데 넷플릭스는 팬데믹이 막 시작되는 타이밍에 비용 감축을 위해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트 1은 이렇게 전개된다. 7년 동안 행방불명됐던 딸 프레이리(브릿 말링)가 갑자기 집에 돌아온다. 딸의 몸에는 괴이한 상처가 가득하고 행동도 수상쩍기만 하다. 프레이리는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딸로 니나란 러시아 이름으로 불렸다. 어릴 적 등교하러 탔던 자동차가 호수에 빠져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그 충격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런데 7년 만에 돌아온 그녀는 멀쩡히 앞을 볼 수 있다. 부친이 실종된 뒤 그녀를 입양했다가 그녀가 사라져 애만 태웠던 미국인 노부부는 매우 기뻐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묻지만 프레이리는 입을 꼭 다문다.
프레이리는 밤마다 외출해 빈 집에 촛불을 켜놓고 다섯 사람을 불러 모아 7년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들려준다.
그녀 얘기에 따르면 어느날 지하철 통로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을 따라 갔다가 그곳에 갇혀 이상한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녀에 남녀 둘씩을 더해 모두 다섯 사람이 갇혀 실험쥐 신세가 된다. 과학자 헵(제이슨 아이삭스)은 죽음 뒤에 다른 인생으로 옮겨서 살 수 있음을 입증하려는 것이었다.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는 그는 다섯 청춘 남녀를 지하에 가둬놓고 죽음 직전에 내몰았다가 되살아나는 상징적인 동작을 하나하나 밝혀낸다. 결국 그는 동작들을 모두 밝혀내 춤으로 만든다.
프레이리는 감금됐던 7년 동안 사랑하게 된 호머를 만나려고 이 춤을 가르쳤던 것이다. 이렇게 다섯 사람은 위 동영상에 나오는 춤사위를 통해 학교에 난입한 총기 난사범을 살려내는데 그가 넘어지면 오발한 총알에 여주인공이 맞고 말았고, 프레이리가 탄 구급차는 어딘가로 이동한다.
파트 2는 여주인공이 함께 감금돼 있던 이들에 대해 거짓부렁을 늘어놓았음을 암시하며 시작한다. 아니, 파트 1에서 풀어놓은 이야기가 모두 헛소리였어? 정신이 아득해지게 만든다.
그런데 되살아난 여주인공에게 간호사가 묻는다. "지금 대통령이 누구예요?" "버락 오바마죠." "뭐라고요? 지금은 2016년인데요." "잠깐만요. 무슨 말씀이세요?" "아이 참, 2016년의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잖아요?"
여주인공은 임사 체험에서 빠져나와 되살아난 것이 아니라 멀티버스로, 평행우주로 이동한 것이었다.
파트 1은 이따금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가 의문이 고개를 든다. 그렇다고 마냥 지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 처진다 싶으면 적절히 궁금증이 일게 하고, 급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파트 2는 속도감과 응축미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2편까지 밖에 보지 못했다. 업데이트하겠다)
지적이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주는 외모에다 다재다능함까지 갖춘 브릿 말링의 작품들을 제대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1982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나 조지타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골드만 삭스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중 자신의 생활에 염증을 느껴 정식 입사 제의를 거절하고 퇴사한 전력이 있다. 나중에 영화 감독이 된 마이크 카힐, 잘 배트만글리즈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배우 겸 각본가로 도전장을 던졌다.
아름답지만 미숙하고 유약해 희생되는 전형적인 역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녀가 연기했거나 자신이 쓴 극본에서 그녀 캐릭터는 억세지는 않지만 의존적이지 않고 본인에게 닥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유형들이다.
주요 출연작은 어나더 어스'(Another Earth, 2011, 로다 윌리엄스 역), '더 이스트'(The East, 2013, 사라 모스 역), '아이 오리진스'(I Origins, 2014, 카렌 역), 잘 배트만글리즈와 다시 손 잡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외딴 곳의 살인 초대'(A Murder at the end of the world, 2023)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