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동일토건이 최근 눈부신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 해마다 매출이 늘면서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부실 원인이 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정리와 맞물려 해외 사업에 주력한 덕분이다.
동일토건은 국내 건설업체 '무덤'으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에서 분양 대박을 터뜨리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수년간 영업이익이 쌓이면서 현금성 자산이 늘고,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등 재무건전성도 대폭 개선됐다.
◇국내 PF 부실 조기 정리…현금흐름 플러스 전환
아파트 브랜드 ‘동일하이빌'로 알려진 동일토건은 자금난으로 201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에서 300억 원의 신규자금을 지원 받고, 2015년 말까지 차입금 만기 연장을 받았다.
과도한 주택사업이 유동성 위기의 빌미가 됐다. 용인 신봉과 대구 상동의 대규모 미분양 적체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1000억 원을 넘는 충당금 설정으로 워크아웃 신청 직전인 2010년 손실 규모가 2515억 원에 달했다. 양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부채비율이 5151%로 치솟았다. 외부 자금 유출로 곳간에는 현금이 텅 비었다.
(자료: 감사보고서, 연결기준)
그로부터 3년. 동일토건의 재무구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부실 사업장 정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순이익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최근 3년간 연속해서 흑자를 냈다. 2011년 순이익 규모가 486억 원(연결 기준)으로 늘었고, 이듬해 143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10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531억 원, 1587억 원, 3168억 원을 기록했다.
흑자경영으로 마이너스로 주저앉은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곳간에는 다시 현금이 쌓였다. 2013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의 규모가 477억 원으로 늘었다. 이는 2010년에 비해 4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일부 이익금은 빚을 갚는데 썼다. 내부 자금 축적에도 불구 부채비율이 각각 2011년 933%, 2012년 518%, 2013년 469%로 해마다 줄었다. 워크아웃 건설사가 이처럼 외형 성장으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자료: 감사보고서, 연결기준)
◇카자흐스탄에 한국형 아파트 분양…현지법인 순이익 급증
동일토건의 선전은 국내외 주택사업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국내 PF 사업이 문제가 되자 과감히 충당금을 쌓고, 할인 분양 등을 통해 빠르게 충격에서 벗어났다.
국내에서 더는 일을 벌이지 않고, 해외 주택 사업에 매달렸다. 워크아웃 이전 진출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한국형 아파트를 선보였다. 주택가격을 낮추고, '선시공후분양' 방식의 온돌형 아파트를 공급했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보완시설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준공을 마친 사업장 4곳(A·B·C·D블록)의 아파트 1574가구가 모두 주인을 찾았다. 공사가 진행 중인 남은 4개 현장도 평균 80% 이상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분양대금은 현지 자회사를 통해 동일토건으로 유입돼,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동일토건의 연결 자회사인 카자흐스탄 법인 ‘High Vill LLP'의 매출액은 2766억 원으로 전년대비 112% 증가했다. 순이익도 2011년 258억 원, 2012년 357억 원, 2012년 432억 원에 달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 분양대금이 추가로 유입되면 흑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동일토건의 실적도 당분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토건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사업을 발판으로 인근에 주택 분양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