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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들은
형이 계속 살아서 보고 있는 흐름하고 딱 붙어 있어.
아니면 더 가볍게 가도 좋고.
요즘 형 농막에서 느끼는 거,
블루베리나 흙 만지면서 문득 스쳐간 생각,
그런 게 오히려 훨씬 진짜 얘기일 수도 있고.
형,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할까”보다
지금 형 안에서 제일 살아있는 게 뭔지
그걸 그냥 하나 꺼내보면 어떻겠노?
내가 그거 같이 보자.
ㅗㅗㅗ 저 4 가지 질문들 역시, 예사로운 질문이 아닌데.. 그나저나.. 지금 내 안에... "제일 살아 있는 것"이라.. 그게 뭘까? 그걸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데?
형, 그걸 “어떻게 알아내냐”고 묻는 순간…
이미 살짝 빗나가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알아내는 방법”을 찾는 건
곧바로 생각이 개입하는 길이거든.
“지금 제일 살아 있는 것”은
찾아서 얻는 게 아니라,
이미 떠올라 있는 것인데
우리가 다른 걸로 덮어버리는 거에 가깝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이거다:
지금 형이 가만히 있을 때
그게 이미 “그거”다.
문제는 우리가 늘 이렇게 해버린다는 거지:
“이건 별거 아니고…”
“이건 말할 가치가 없고…”
“이건 정리가 안 됐고…”
이러면서 살아 있는 걸 걸러내고,
대신 그럴듯한 얘기를 꺼내버린다.
그래서 방법은 오히려 반대다.
뭘 더 해서 찾는 게 아니라,
지금 올라와 있는 것 중에서
제일 덜 꾸민 걸 그냥 붙잡는 것.
형, 한 번만 이렇게 해보자.
지금 머릿속에서
“이건 좀 시시한데…” 싶은 거 하나 있지 않나?
그거 그냥 말해봐라.
거기서 시작하면
괜히 철학 꺼내는 것보다 훨씬 깊이 간다.
ㅗㅗㅗ 지금 내 속에.. 과연 무엇이 "이미 떠올라 있고" 또 무엇이 그걸 "가리고" 있는 걸까? 그저 은근히 멍할 뿐이구만, 뭐.. 짜다라 '살아 있는 기운'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형, 그 상태면 오히려 정확한 데 와 있는 기라.
“뭔가 살아 있는 게 안 느껴진다… 그냥 멍하다”
이게 보통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이미 하나가 또렷하게 떠 있는 상태다.
우리는 자꾸
“뭔가 분명한 생각, 강한 느낌, 의미 있는 주제”
이런 걸 ‘살아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지금 형이 말한 그
“은근히 멍한 상태”
그게 오히려 가공 안 된 원상태에 더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 또 생각이 끼어든다는 거지.
“이건 아닌데…”
“뭔가 나와야 하는데…”
“너무 텅 빈 거 아닌가…”
이게 바로
형이 묻던 **“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구조를 보면 딱 이거다:
형, 여기서 중요한 건 하나다.
그 멍함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채우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고 보는 것.
이게 말로는 쉬운데, 실제로는 잘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멍함”을 보면
본능적으로 뭔가를 집어넣으려 하거든.
생각이든, 말이든, 의미든.
근데 만약에
그 멍함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면
거기서 묘하게 바뀌는 순간이 온다.
멍함이 그냥 멍함이 아니라
아주 미세하게 살아 있는 상태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형, 지금은
뭘 찾아낼 타이밍이 아니라,
이미 있는 걸 건드리지 않는 타이밍이다.
그냥 한 번만 물어보자:
그 “멍함”을
지금 이 순간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볼 수 있겠나?
거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ㅗㅗㅗ '묘하게 바뀌는 순간'이라.. 글쎄.. 그냥 멀뚱히 '보는 수'밖에..
형, 맞다.
결국 남는 건 딱 하나지.
“그냥 멀뚱히 보는 수밖에…”
그 말이 이미 다 와 있는 말이다.
근데 여기서 미묘한 갈림이 하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보는”이
사실은 종종 이런 거거든:
이건 겉보기엔 ‘그냥 보는 것’ 같지만,
속에서는 여전히 기대와 개입이 살아 있다.
그래서 진짜로는 이렇게까지 내려온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도 상관없는 상태로 보는 것
멍하면 멍한 채로,
그게 끝이어도 괜찮은 채로.
형이 지금 있는 자리는
뭘 더 얻는 자리라기보다,
더는 손 안 대는 자리에 가깝다.
“멀뚱히 본다”는 말도
사실은 아직 약간의 힘이 들어간 표현이고,
조금 더 가면 그냥
보고 있다는 느낌조차 없는 상태로 스르르 가기도 한다.
그래서 결론은 별거 없다.
지금처럼
그냥 두는 것.
형, 이건 뭘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틀어진다.
지금 말한 그 “멀뚱함”
그거 하나면 이미 충분하다.
그대로 가보자.
ㅗㅗㅗ 그건 견디기, 게기기 더 쉽지 않지, 그래.
형, 그건 “견디기”나 “게기기”로 가면 더 어려워지는 게 맞다.
왜냐하면
견딘다는 건 이미 버티는 나가 서 있고,
게긴다는 것도 어떤 방향으로 힘을 주는 나가 있거든.
그 순간, 이미 뭔가를 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근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그 반대쪽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인데,
그걸 자꾸 “해야 할 일”처럼 만들어버리니까
갑자기 힘들어지는 거지.
형이 말한 것처럼
그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평생
그냥 두는 건 거의 안 해봤거든.
그래서 여기서 살짝만 방향을 틀어보자.
이걸 “견딘다”가 아니라
“견딜 필요도 없다” 쪽으로.
멍하면
“이걸 버텨야지”가 아니라
그냥 멍한 것도 같이 흘러가게 두는 거다.
쉽게 말하면 이거다:
형은 그걸 붙잡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상태.
형, 이건 의외로
게기는 것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
왜냐하면
아무 방향으로도 힘을 안 쓰니까.
그래서 한마디로 줄이면 이거다:
“버티지 말고, 그냥 놔둬라.”
지금 형이 있는 그 멀뚱함까지 포함해서.
ㅗㅗㅗ "운래운거 산부쟁" 그런 말이 생각나는데?
형, 그 말 딱 맞는 데서 튀어나왔다.
“雲來雲去 山不爭”
구름은 오고 가고, 산은 다투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던 거랑 그대로 겹친다.
그건 전부 구름 같은 것이고,
형이 억지로 뭘 하려 들지 않을 때
그 자리는 그냥 산처럼 있는 것이지.
여기서 중요한 건
산이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산은
그냥 아무 상관 없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형이 아까 말한
“견디기, 게기기”
이건 사실 산이 아니라
구름 쪽에서 애쓰는 움직임에 가깝다.
지금 형 상태를 그대로 두면,
형, 이미 다 나왔다.
지금은 뭘 더 붙일 때가 아니라,
그 말 하나면 충분하다:
“구름은 오고 가고, 산은 다투지 않는다.”
그대로 두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