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로 시간여행, 경북 군위 화본역 주민들을 도시의 장터로 안내하던 철길은 이제 도시민들을 추억으로 이끄는 길이 됐다. 경북 군위 화본역은 5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약 20명의 주민이 인근의 ‘영천장’을 볼 때 이용하던 간이역이다. 하지만 2011년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대변화가 일어났다. 역이 처음 만들어지던 1936년 당시 건축양식과 풍경을 온전히 살려낸 것이다. 나지막한 단층 건물에 삐걱대는 나무창문, 궁서체로 쓴 입간판을 사진에 담고자 관광객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역 뒤로는 숙박시설로 탈바꿈한 옛 철도원 관사도 있어 하룻밤 묵어가도 좋다.
역 한쪽에 우뚝 선 증기탑도 볼거리다. 1967년까지 전국을 누비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시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석탄정돈, 석탄절약’ 등의 문구가 옛 추억을 꺼내놓는다. 서울 청량리와 부산 부전에서 출발한 무궁화호가 하루 6번 역에 선다. ☎054-382-7788.
교복 입고 학창 시절로, 전남 보성 득량역 경전선이 지나는 전남 보성 득량역 역전거리의 시간은 딱 1970~1980년대다. 1978년부터 영업해온 ‘역전이발관’과 1984년 문을 연 ‘행복다방’, 오락실·롤러장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2013년 득량면 오봉6리 주민들과 보성군이 합심해 간판을 손보고 옛 포스터도 붙인 이 ‘추억의 거리’ 덕에 간이역 득량역의 이름은 단숨에 전국에 알려졌다. 매년 5월에는 교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축제인 ‘추억의 코스프레’도 열린다.
득량역 안 곳곳에도 재밋거리가 가득하다. 옛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고, 발로 풍금 박자를 맞춰가며 ‘고향의 봄’을 한곡 뽑아볼 수도 있다. 역장이 직접 들려주는 풍금 연주는 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다. 순천·광주에서 득량으로 향하는 열차가 매일 출발한다. ☎061-853-7136.
우리 역에 산타가 산다, 경북 봉화 분천역 좁디좁은 협곡 사이를 지난 열차가 ‘산타마을’에 도착한다. 태백산 자락 오지에 있는 경북 봉화 분천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산타’다. 굴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거나, 철도와 나란히 시원스레 썰매를 타고 있다. 2014년 조용하던 분천역 주위에 산타카페·시네마·갤러리가 들어섰다.
역이 새 단장에 나선 이유는 이곳과 강원 태백 철암역을 오가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승객들의 재미를 위해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는 산타로 장식된 특별 열차도 운영한다. 남재삼 분천역 역무원은 “가을에는 냇가와 철길을 따라 산간지대에 있는 승부역까지 걸어가는 트레킹 코스가 특히 아름답다”고 추천했다. ☎054-672-7711.
기관사를 꿈꿔봤다면, 충남 논산 연산역 아득하게 이어지는 철길, 그 위로 기차를 몰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기관사. 어릴 적 한번쯤 기관사의 꿈을 그려봤다면 호남선이 지나는 충남 논산 연산역으로 가보자. 하루 10명 남짓 이용하던 작은 역을 2007년 코레일이 철도체험학습장으로 꾸몄다. 기관사 정복을 입고 열차 조종석에 앉아 보고, 기관사에게 수신호를 보낼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체험의 장이 된다. 역 내부에는 100년 넘은 철도 우표와 철도 관련 민속품을 전시해 뒀다. 한쪽 벽면에는 세개의 빨간 우체통도 걸려 있다. 각각 하루 뒤, 1년 뒤, 3년 뒤에 편지가 부쳐지는 우체통. 가슴 설레는 공간인 기차역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띄워보라는 의미다. ☎041-735-0804.
기차 멈춘 뒤 더 유명, 경기 남양주 능내역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서 나고 자란 60대 남성 ‘남양주’씨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플랫폼을 거닌다. 어릴 적 철도 침목을 오가며 뛰놀던 기억, 통학열차에서 만난 첫사랑, 서울로 가는 통근열차에 몸을 싣던 기억이 스친다. 역과 함께한 시절은 흘러갔지만 정감 어린 능내역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능내역은 가상의 인물 남양주씨를 내세워 고향역의 추억과 그리움·애환을 담은 전시관인 ‘고향사진관’을 조성했다. 2008년 중앙선 복선화 사업과 함께 능내역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한 주변 마을 주민들이 나선 것이다. 40~50년 전 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역 곳곳에 장식했고, 폐철로를 자전거·산책길로 꾸몄다. 주말이면 자전거와 산책을 즐기는 인파가 몰려든다. 역에서 한강까지 불과 100m. 강바람 부는 철길 주위로 간이 카페가 들어서 더없이 활기차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각 지자체
첫댓글 어렸을 때 차멀미를 심하게 했는데 기차만은 괜찮았어요.
기차. 오랜만에 한 번 타보고 싶네요.
얼마 전에 능내 갔었는데 기차역은 못 봤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