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부자동네, 핏빛 총격현장으로
[샌디훅 초등학교]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했던 한 마을은 순식간에 무고한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참혹한 범죄 현장으로 변해버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격사건이 발생한 코네티컷주(州) 도시 뉴타운.
2만7천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뉴욕시(市)에서 북동쪽으로 130km 정도 떨어져 있다.
주민 대다수가 하트퍼드, 스탬퍼드 등 인근 대도시로 출근하기 때문에 베드타운 성격이 강하며 소득수준이 높고 안전해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총격사건이 발생하기 전 마을 신문 웹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들은 공동묘지 묘비가 손상된 것을 애도하거나 연말을 맞아 주민들과 올해의 기억을 공유하는 등의 소소한 내용뿐이었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던 이 마을의 평화는 한 스무살 청년의 광기 어린 총격으로 산산이 조각났다.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26명의 무고한 주민이 희생됐다.
총격이 벌어진 샌디훅 초등학교 주변에 몰려든 학부모와 아이들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집에 있던 메르김 바즈랄리우(17)는 두 발의 총성을 듣고는 이 학교에 다니는 9살짜리 여동생을 찾기 위해 내달렸다.
바즈랄리우는 현장에서 여동생과 닮은 아이가 피를 흘리며 실려 나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여동생이 무사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는 감정이 북받쳐 꽉 끌어안아 줬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 끔찍한 사건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려 애쓰면서도 동네가 안전하다는 오랜 믿음이 깨지자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스탬퍼드에서 최근 뉴타운으로 이사 온 존 헤스는 "여기가 안전한 동네라고 생각해 옮겨왔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400m 떨어진 곳에 사는 로리 아마랄은 "이젠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학생인 딸과 딸의 친구들이 마을 교회들이 마련한 추모제에조차 가길 두려워한다며 "어딜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널 말로이 코네티컷 주지사는 "이런 일은 대비할 수가 없는 일"이라며 "이 마을에 상처를 남기고 모든 주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근도시 리지필드에 사는 주니타 홀은 "가장 힘든 일은 아이들과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마을이 이번 일을 극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또는 아예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코네티컷 주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 사진
아담 랜자(20).
14일 (현지시간) 오전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코네티컷 주 뉴타운시 샌디 훅 초등학교에 난입해 6~10살 초등학생 20명과 교사 6명을 살해한 사람입니다.
2007년 버지니아 테크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가장 많은 생명을 살해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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