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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저자 아민 그레더
어느 날 아침. 섬 사람들은 해변에서 한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파도와 운명이 남자가 탄 뗏목을 그곳으로 이끈 것입니다.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았습니다.
이방인. 그리고 머릿속의 장벽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
한 남자가 바닷가에 닿았다. 허름한 뗏목과 함께 파도에 떠밀려 온 벌거벗은 남자는 무력하다. 섬 사람들이 남자를 발견했다. 그가 이곳에 왜 왔을까, 무얼 어쩌려는 걸까, 경계의 눈빛으로 남자를 본다. 누군가 남자를 당장 돌려보내야 한다고 소리치자 마을 사람들이 동요한다.
사람들은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왜 여기 온 걸까? 뭘 어쩔 생각이지?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말했습니다. 당장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어. 저 남자가 왔던 곳으로"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어쨋건 저 남자도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을 거야. 자신과 같은 사람들한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잖아"
"그자 몰골을 보라고.난 짐을 나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짐마차꾼 말했습니다."
"매우 안 됐지만 목소리가 성가대에 어울리지 않아"
사제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부는 바다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는 죽을 거야. 그렇게 되면 난 양심의
가책을 느낄 거고, 그를 여기 두는 것이 좋겠어."
어부가 말했습니다.
바다에는 검은 물결이 세차게 일렁이고 있다. 사람들은 마지못해 남자를 섬 한 구석 염소 우리로 데려간다. 남자를 그곳에 두고, 우리 문에 못질을 한 뒤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마을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당황하여 남자를 붙들고 소리를 지른다. 힘도 없고 의사를 전할 능력도 없는 남자는 먹을 것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하려 애를 썼다. 어부가 나선다.
"그를 이대로 내보내면 틀림없이 죽고 말 거라고.
그렇다면 모두 힘을 모아 함게 보살펴 주는 수밖에
생각해 봐. 어쨋건 그는 우리와 함께 있게 되었어.
비록 우리 섬 사람이 아니라 해도 우리에게는 책임이 있어."
마지못해 식당 주인이 돼지들에게 주던 남은 음식을 남자에게 주기로 한다.
남자는 다시 염소 우리로 돌아갔지만 섬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도, 술을 마실 때도, 잠을 잘 때도 남자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이에게 겁을 주려는 엄마, 학교 선생, 지역의 신문까지도 남자 때문에 자신들이 입은, 아니 입을지도 모르는 피해와 잠재된 공포에 대해 떠들어 댄다.
"수프들 안 먹으면, 그 남자가 와서 널 잡아먹율 거다. 엄마가 아이를 디그쳤습니다.
'아이들이 겁에 질려 있어. 교장이 저녁 때 술집에 와서 걱정스레 말했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우리를 모두 죽일 거아. 틀림없어. 경찰관이 말했습니다.
신문은 커다란 글씨로 기사문 내보냈습니다. 낯선 자가 퍼프리는 공포
마침내 사람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섬 남자들은 염소 우리로 몰려가서 이방인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를 바다로 밀어 보냈다.
그런 다음 사람들은 어부의 배를 불태워버렸습니다
어부가 그 남자를 섬에 두게 한 사람이있으니까요.
몇몇 사람은 어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물고기도 먹으러 들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는 이방인을 데려다 준 바다에서 난 것이니까요.
사람들은 섬 둘레에 높은 장벽을 쌓았습니다.
밤낮으로 바다를 감시할 수 있는 탑도 세웠습니다.
갈매기나 가마우지가 지나가면 쏘아 버렸습니다.
섬 바깥에 있는 누구도
섬 안의 소식을 들을 수 없도록 말입니다.
불편한 이야기, 그러나 일상적인 이야기
아민 그레더의 《섬》은 2002년 독일에서 초판이 출간됨과 동시에 독자와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이 책의 직설적인 언어와 가감 없이 적나라한 묘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큰 돌을 던졌고, 그것이 만든 파문의 실체는 놀라움, 거리낌, 탄성, 혹은 침묵과 같이 다양하다.
어느 날 섬에 오게 된 한 남자,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섬 사람들의 소요가 한편의 영화처럼 극적으로 전개된다. 실체 없는 공포가 사람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스스로 몸을 불리며 겉잡을 수 없이 커져 간다. 마침내 섬 전체가 집단적인 광기에 둘러싸인다. 섬 사람들은 그저 자기들과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기 싫었던 것뿐인데,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니 과연 잘못된 것일까?
책장을 덮은 독자들의 머릿속을 채울 질문은 간단하지 않다. 경계를 넘은 사람, 배타적인 주류 사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소수, 팽팽한 대립, 선동, 불안, 전쟁과 파탄, 합리화의 희생양, 그리고 평화를 가장한 더 큰 불안. 어쩐지 익숙한 양상이다.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 작가 아민 그레더의 밀도 있는 조형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미지의 존재에 가하는 폭력과 그 기저에 깔린 심리에 대한 아민 그레더의 탐구는 깊고 섬세하다. 아민 그레더는 그림책의 화면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메시지의 전달을 위해 빈틈없이 직조한다. 의도에 따라 정확히 연출된 화면과 감성적인 드로잉은 뭉크, 혹은 캐테 콜비츠의 화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가 그려 낸 이야기는 어른과 아이를 가릴 것 없이, 태어나자마자 필연적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는 모든 인간에게 화두를 던진다. ‘안전하고자 하는 욕망’이 다른 모든 것을 집어 삼킨 시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의 우리들은 누구나 이쪽에 서 있기도, 또 저쪽에 서 있기도 하다.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어떤 ‘장벽’
어느 날 섬에 오게 된 한 남자,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섬 사람들의 소요가 한편의 영화처럼 전개되는 그림책. 실체 없는 공포가 사람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스스로 몸을 불리며 겉잡을 수 없이 커져 간다. 마침내 섬 전체가 집단적인 광기에 둘러싸인다.
“이 눈부신 그림책이 포착한, 낯선 이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가하는 폭력과 증오는 도저히 잊혀지지 않아 차라리 고통스럽다.”_가디언지, 20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