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서서히 잊혀져갈 즈음, 누군가가 홀연히 나타나 평화를 되찾아가던 국힙씬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저스트뮤직 소속의 래퍼 씨잼. 그리고 그 핵폭탄은 무료로 공개한 싱글, 신기루였다.
일단 신기루가 주목을 받은 첫번째 이유는 그냥 곡이 좋아서였다. 기존에 씨잼은 랩은 잘하는데 자신만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쇼미더머니3에서 준결승에 오르고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허나 비트, 랩, 가사 3박자가 완벽히 맞아들어간 이 곡에선 그야말로 날개를 단 듯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기존의 노잼 이미지를 박살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두번째는 가사에 담겨있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심바 같은 래퍼가 디스하면 너는 다구리
랩 스킬보다 연습해야 할 건 현피 워
여기서 심바는 바로 전편에 언급된 심바 자와디로, 테이크원이 일으킨 디스전에 숟가락을 얹었던 바로 그였다. 그런 심바가 본인들을 디스했다는 이유 하나로 하이라이트 래퍼들로부터 다구리를 맞았다는, 그것도 랩이 아닌 현피로, 즉, 물리적인 폭력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힙합엘이 게시판을 통해 전해진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심바 자와디와 하이라이트가 함께 라인업에 포함된 머니플렉스 공연 대기실에서 씨잼이 언급한 저 '다구리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심바 자와디가 직접 하이라이트의 대기실에 방문해 키스에이프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고, 이에 격양된 오케이션이 그를 밀치며 위협을 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지자 그야말로 하이라이트는 졸렬한 레이블의 상징이 되었고, 가뜩이나 당시 쇼미더머니4 출연으로 욕을 많이 먹던 팔로알토는 졸렬알토를 넘어서 XXXX으로 불리는 수난을 당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신기루엔 이러한 라인도 있었는데
슈퍼비가 떨어지니 모두가 의아해
보니까 인크레더블 하이그라운드 간다 하대 워
쇼미더머니4에서 팀 타블로&지누션의 일원이었던 슈퍼비와 인크레더블은 본선 진출 단 한 자리를 두고 서로 다투는 입장이었다. 결국 인크레더블이 승리하며 전설의 '오빠차'를 발표하고 슈퍼비는 그대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는데, 이것이 인크레더블이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타블로가 이끄는 레이블인 하이그라운드와 사전계약이 되어있었기에 이긴 것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슈퍼비의 탈락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진보의 비트 자체도 슈퍼비의 가벼운 톤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걸걸한 톤으로 붐뱁 스타일의 랩을 하는 인크레더블과는 상극이었기 때문. 허나 승자는 인크레더블이었고, 오빠차란 곡이 화제가 된 이유 또한 래퍼와 곡 간의 부조화가 자아내는 묘한 케미에 기인한 바가 없지 않았다.
이후 그 당사자인 슈퍼비가 직접 '냉탕의 상어'와 '앰뷸란스'란 싱글을 통해 타블로를 직접 디스하면서 판을 키웠다. 타블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로인해 정치질을 하는 래퍼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됐다. 그리고 인크레더블은 정말 하이그라운드에 들어갔다.
한편 하이라이트-심바자와디 사건도 조금씩 이전과는 다른 국면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씨잼은 신기루를 투척한 이후 그대로 해당 사건들에 대해선 입을 닫아버렸고, 하이라이트만 욕을 계속 먹던 와중에 팔로알토가 힙플라디오에 출연해 사건의 전말을 설명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하이라이트가 자신들의 대기실에 찾아온 심바를 이른바 '다구리'쳤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오케이션이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은 사실이나 물리적인 폭력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엔 그냥 팔로알토와 심바가 대화를 통해 좋게 상황을 마무리했는데, 이것이 영 개운치않았던 심바와 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머니플렉스 행사 관계자가 힙합엘이에 다소 편향적인 내용의 글을 게시하면서 하이라이트가 독박을 쓰게 된 것이다.
결국 누가 더 잘못했느냐는 개인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있다. 아무도 잘못하진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심바는 하이라이트를 찾아갔고, 이에 분노한 오케이션은 격한 반응을 보였으나 팔로알토는 심바를 잘 타일렀고, 그대로 상황이 끝났다. 같은 상황이 누구의 입장에서 어떻게 전달되었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각종 힙합 커뮤니티의 반응 또한 여전히 갈린다. 팔로알토의 해명이 있기 전엔 그를 포함한 하이라이트가 그야말로 죽일 놈이란 반응이 과반수였지만, 그 후론 심바에게 책임을 묻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곡에 그런 내용을 담을 씨잼도 현재는 많은 비판을 받고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키쓰에이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영어로 질문했는데 저는 영어 반 한국어 반 섞어가면서 대답해가지고.. 아무튼 의도와는 좀 다르게 나왔더라고요.
진작 말하지 좀
첫댓글 글을 재밌게 쓰시네요ㅋㅋㅋㅋ잘 봤습니다!
힙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