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이주일씨가 이세계 아닌 곳으로 가셨다..오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그의 지인들에는 그 비가 예사로운 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작년 이후로 건강이 좋지 않아 이런 날이 있을 줄 예감했지만 그래도 너무 빠른 것 같아 나도 좀 원망스러운 느낑이다..
이른바 386세대의 막바지에 승차한 나에게도, 이주일씨는 여러가지 추억의 대상이다..
초등학교 때 그의 오리궁둥이춤과 능청스런 말투에 온가족이 배꼽잡고 웃던 때..점점 머리알이 굵어지면서 저질코미디라고 하면서 은근히 폄하했던 때....
92년도인가 구리에서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와 구리시민들을 싸잡아 욕할 때도 있었다.....그리고 그 이후 몇년 뒤에 그의 웃음 뒤에 가려진 그의 아픈 가족사를 알고난 이후로는 더이상 비웃지는 않았던 것...더 정확하게는 그 때는 나도 혈기에 넘치는 20대와 결별하기 시작하면서 인생과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변하기 시작한 것일 게다...
강원도 산골에 태어나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고 오랜 무명생활을 겪으면서도 몸과 맘이 상처받지 않고 낙천적이었으며, 자식을 먼저 교통사고로 보내어 가슴에 묻은 이후로 그에 대해서 마음 아파했으며 그래도 원래 그런 양 낙천적으로 사람들을 웃겼던 모습..또한 어릴 적부터 몸으로 버틸 수 있는 축구를 좋아하여 숨질 때까지도 월드컵을 보기 희망했던 모습 ,생애 마지막 시절의 금연운동....
그의 코미디가 정말 저질코미디였는가? 나는 지금 오히려 그의 능청스런 코미디, 그의 엉덩이춤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지금보다도 좀 세월이 더 흐르면 그 아쉬움은 더 클 것같다..오히려 나는 지금, 상업주의의 철저한 표방일 뿐이며, 어떠한 가치철학도 담겨져 있지 않고 말장난으로 일관하는 방송을 위시한 대부분의 문화현상과 그에 대한 비판의식을 상실한 대부분의 '문화인'들이 더 저질로 보인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이주일에게 있어서 가장 그답지 않았던 '정계입문',... 굳이 내 방식으로 이해하자면, 91년인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힘들어하던 중에 그가 어떤 형식으로든 삶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종래에는 '국회의원 4년동안 코미디 잘 배우고 간다'는 말과 함께 다시 광대의 길을 택한 그의 모습..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에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있는데, 그의 아들은 장애인이다..나는 군대에 있을 때 거의 그의 소설들을 다 읽었었는데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다..지금 갑자기, 오에 겐자부로가 아들로 인한 여러가지 심경을 고백하면서 써놓은 글 중에서, 아들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마다, 이세상 너머에 존재하는 듯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술회한 것이 떠오른다..그것이 그의 소설에 영향을 미쳤는지,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우리 삶의 심연에 놓여진 듯한 그 어떤 의미를 알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었다..오에 겐자부로의 가족사를 좀 안 후에는 나에게 있어 그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의 아들에 대한 사랑의 방식은, 지금의 유력 대통령후보인 이모씨처럼 돈써서 군대를 빼주거나 미국유학을 시켜서 남들에게 떵떵거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생각하는 지금 우리의 아버지들과 너무도 다른 것이 아닐까?...
이주일씨가 아들을 먼저 보내고 한동안 많이 힘들어 했다는 것에서, 오에 겐자부로까지 연상이 되었는데, 사실 요즈음,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민주주의자라는 지금의 대통령마저, 아들로 인하여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 우리세대의 '부성애'라는 것이 사실 그 어떤 내용을 상실한 단지 우리 이외에 것에 대해 더할 수 없이 배타적인 또 다른 탐욕의 표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다소 절망적인 생각도 함께 든다..
다시한번 이주일씨의 명복을 빈다..한겨레나 오마이뉴스 게시판을 보니, 그에 대해서 다들 안타까워 하는 글들만 있는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그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게시판에 글을 쓰면서 내가 산을 찾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본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세계 안에 현존하면서도 이세계의 것이 아닌 그 어떤 의미를 찾으려는 내 영혼의 갈증의 표현으로, 나는 산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