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뿔처럼 부드러운 나무껍질… 목재는 가구용으로도 쓴대요
노각나무
▲ 노각나무에는 6~8월쯤 지름 5~7㎝의 흰색 꽃이 피어요. /국립생물자원관
우리나라에는 나무껍질이 독특하게 생긴 나무가 꽤 있답니다. 육박나무·배롱나무·말채나무·산겨릅나무·신갈나무·소나무 등은 멀리에서도 나무껍질의 특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노각나무도 그렇습니다. 노각나무는 원래 '나무껍질이 사슴 뿔처럼 보드랍고 황금빛의 아름다운 나무'라는 의미로 녹각나무라 했지만, 발음이 쉬운 노각나무로 부르게 됐답니다. 차나뭇과(科)의 노각나무는 우리나라 속리산·소백산·덕유산·지리산·무등산·운문산과 남해 금산 등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데, 일본 혼슈와 규슈에서도 자라요.
1917년 11월 지리산을 찾은 하버드대 아널드 수목원의 윌슨 박사는 노각나무의 씨앗을 수집하고 키워 잎과 꽃자루를 관찰한 뒤, 1926년 노각나무가 한반도 고유종이라고 발표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47년 후 같은 수목원의 스티븐 박사는 여러 형질을 살펴본 후, 윌슨의 생각과 다른 결과를 발표했어요. 약 1000만년 전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각나무가 같은 뿌리에서 갈라지기는 했지만, 두 나무가 같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노각나무가 내성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노각나무는 가을이나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봄에 새 잎이 나며, 잎이 넓은 낙엽활엽교목입니다. 나무는 곧게 자라는데, 약 20m에 이르지요. 노각나무 껍질은 손으로 떼면 조각조각 벗겨지고, 그 흔적은 나무에 따라 회갈색·황갈색·적갈색 등 여러 색으로 남습니다. 노각나무 잎은 어긋나게 나고, 모양은 타원형으로 길이 3~10㎝, 폭 2~5㎝입니다. 잎의 앞면은 윤택이 나는 진한 녹색이며, 뒷면은 약간 노란빛을 띠지요. 잎이 줄기나 가지에 붙어 있는 부분 위쪽에 꽃이 1개씩 달려요. 6~8월에 지름 5~7㎝의 흰색 꽃이 핍니다. 끝부분이 뾰족한 둥근 모양 열매는 10월쯤 익고 5갈래로 나뉜답니다.
노각나무 목재는 결이 곱고 단단해서 예로부터 가구용으로 많이 쓰였는데, 지리산 기슭인 전북 남원 운봉의 목기(木器)가 유명합니다. 노각나무는 간염·간경화증 등 각종 간 질환이나 알코올·농약·중금속 중독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기능성 식·의약품이나 화장품 재료로도 가치가 높다고 하네요.
노각나무는 배수가 잘되는 산성 또는 중성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햇볕이 잘 드는 곳, 반음지(半陰地)에서 잘 자라요. 특히 영하 30도에도 견디는 등 추위에 아주 강하고, 병충해나 건조 피해가 거의 없어 정원에서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랍니다. 영국 왕립원예학회도 우리나라의 미선나무와 함께 노각나무를 '우수한 정원수목(Award of Garden Merit)'으로 선정했어요. 앞으로 노각나무를 널리 심어 우리 주변 공원이나 정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