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수해지역 빗물받이 20곳중 11곳에 담배꽁초 가득
배수통로 막아 호우때 역류 위험
“청소해도 3일 지나면 다시 쌓여”
대심도 터널은 2027년에나 운영
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 앞 빗물받이 내부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보인다. 이승우 기자
폭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잦았던 서울 강남역 일대의 대비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강남역 일대 빗물받이 20곳을 둘러본 결과 11곳은 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빗물받이는 폭우 시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하수구에 연결한 배수 통로다. 특히 저지대에 놓인 빗물받이 1곳은 담배꽁초가 30cm 높이로 쌓인 상태였다.
강남역 인근 빌딩 관리 직원 A 씨는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청소를 해도 3일이면 다시 가득해진다”며 “무단투기 단속을 강화해야 폭우 때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빗물받이에 이물질이 쌓이면 폭우 시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심할 경우 배수 기능을 상실해 물이 역류할 가능성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담배꽁초, 플라스틱, 광고 전단 같은 쓰레기가 하수구 속 메탄가스나 습기와 엉겨 붙으면 배수를 방해하며 침수 속도가 3배 이상이 된다”고 우려했다. 일부 시민들은 악취가 올라온다며 장판 등으로 빗물받이를 덮어 놓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빗물받이 쓰레기 청소와 덮개 제거 등에 2만3203명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시내 빗물받이가 55만 개에 달해 상시 관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수해 방지 예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2021년까지 총 1조1117억 원을 수해 방지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집행 예산은 5070억 원(45.6%)에 그쳤다.
침수 방지 시설 착공도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는 올 11월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등 세 곳에 홍수 방지에 효과가 큰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착공해 2027년부터 운영할 방침이다. 한동안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없이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운영되는 침수 예·경보제를 활용해 피해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