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유통가를 중심으로 채식 열풍이 인다. 이마트는 2일부터 전국 21개 점포에 '채식주의존'을 설치, 100%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용 코너를 둘 정도로 수요가 많고 또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채식이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간 대체육 식품을 대거 납품해온 현대백화점 등과 함께 유통 공룡들도 채식을 매대에서 빠져서는 안 될 셀링 키워드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 명. 2008년(15만 명)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그 수는 200만 명을 넘길 전망이다. 아직 채식 인구가 총 인구의 2~3%에 불과하다 보니 채식 시장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확장세에는 채식이 건강과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채식주의는 주로 동물권(학대 당하지 않을 권리 등 동물이 가지는 권리)을 주장하는 소수 집단의 생활 양식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건강식 다이어트 식단, 저 탄소 배출 식품 등의 이름으로 포장돼 소비된다. '채식=건강', '채식=환경 보호'라는 이 관계식은 실존하는 신 인류의 생활 양식일까, 식품 업체가 마케팅으로 만들어낸 허상일까.
채식의 효과를 살피려면, 환경에 미치는 육식의 악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우선 육식의 환경 파괴는 △농자재 생산 △사료 생산 △가축 생산 △도축 및 후처리 △유통과 소비 등 식품 생산의 5단계 전 과정에서 이뤄진다.
단계별 탄소배출량은 가축의 종류에 따라 제각각인데 3대 가축(돼지, 소, 닭) 중에선 소의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네덜란드 웨트레흐트대 '코페르니쿠스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소 1kg의 육류를 얻어내는 데 단계별로 최대 2227톤(MtCO2)이 발생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소 한 마리(한 마리 무게 1톤 기준)를 온전히 식품으로 소비할 때 최대 28톤에 가까운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자동차 한 대를 10년 간 운행했을 때 나오는 탄소량(53.8톤)에 절반이 넘는 수치이다.
* 그린피스의 '무너지는 기후: 자동차산업이 불러온 위기' 보고서: 53.8톤은 폭스바겐의 2018년 탄소발자국을 토대로 계산한 수치
출처출처: 네덜란드 웨트레흐트대 '코페르니쿠스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보고서 (Decarborising meat : exploring greenhouse gas emissions in the meat sector)
만약, 식단을 채식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한국고기없는월요일이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분석해 발표한 2018년 보고서를 토대로 칼로리가 같은 두부 스테이크(채식)와 불고기덮밥(육식)을 소비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재료로만 보면 두부 스테이크에는 두부가, 불고기덮밥에는 소고기가 들어가는 게 차이 날 뿐이다. 나머지 재료는 두 식단 모두 같다.
출처한국고기없는월요일과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두부와 소고기의 칼로리를 동일하게 맞춰 재분석한 표.
비교 대상이 되는 재료를 같은 칼로리(175kcal)로 맞추기 위해 두부는 210g, 소고기는 80g으로 계산했다.
결과적으로 두부 스테이크(탄소량 0.822kgCO2)는 불고기덮밥(3.576kgCO2)에 비해 4.35배만큼 탄소를 덜 배출했다.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식단을 조절한다면 한 사람이 탄소량 약 3000kgCO2를 감축할 수 있게 되는 셈. 이를 200만 명(올해 채식인구 전망치)으로 넓혀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탄소배출량(6억9760만t)의 0.86%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온다.
* 계산: 불고기 3.576kgCO2 - 두부 0.822kgCO2 = 2.754kgCO2 / 365일 X 세끼 = 1095끼 / 2.754kgCO2 X 1095끼 = 3015.63kgCO2 (1人이 1년동안 채식을 할 경우 감축한 탄소량) / 3015.63kgCO2 X 200만 명 = 6,031,260tCO2(600만t) (200만人이 1년 동안 채식) / 2018년 한국 탄소배출량 6억 9760만t의 0.86% 차지
이런 분석에 따르면, 채식을 통해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단 빈말은 아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셉 푸어 옥스포드대 박사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 논문에 따르면 먼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이 식품 생산에서 나온다. 그중 동물성 제품이 58%, 그중에서도 소고기와 양고기가 절반의 비중(소고기+양고기/동물성)을 차지했다.
출처출처 : Joseph Poore(옥스퍼드대 박사), Thomas Nemecek(스위스 정부산하 식품연구소)의 보고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
채식이 건강에 좋은지는 영양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꼭 완전 채식이 아니더라도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짠다고 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3대 영양소(탄소화물, 지방, 단백질)의 확보 여부이다.
그중에서도 '고기가 주요 공급원'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단백질이 채식주의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양소로 지목되곤 한다.
식물성 단백질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두(콩)를 먹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식품성분표의 100g당 단백질 함량을 따져봤을 때, 돼지고기의 2배 넘는 단백질이 대두에 들어있다.
이 단백질(콩 영양소 전체의 35~40%) 뿐만 아니라 지방(15~20%), 탄수화물(30%) 등 영양소가 고르게 분포돼 있어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이자 '최고의 신데렐라 작물'로도 불린다.
이처럼 대다수 영양소는 콩과 같은 풍부한 공급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채식만으로도 충분할까?
문제는 비타민 B12(부족시 빈혈 등 발생)과 같이 그 확보 수단이 거의 없거나 공급원(식물성)이 알려지지 않은 영양소가 많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식물성이냐 동물성이냐에 따라 인체 흡수량도 다르고 효능도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콩만 먹어서는 인체에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충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콩의 단백질에는 메티오닌(9개 필수아미노산 중의 하나)이 부족, 우리 몸에서 단백질을 재합성하는게 약해질 수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메티오닌이 들어있는 쌀을 함께 먹으면 이를 해결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채식을 하더라도 한 가지 식품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채식 식품별 영양소를 분석해 고르게 먹어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건강만 놓고 볼 때 채식과 육식 두 가지 방법은 상대 비교할 수 있는 대체재 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평소 자신의 식단이 어디에 치우쳐져 있는지를 파악한 뒤 과한 것은 줄이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식의 보완재 관계라는 것이다.
오상우 동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채식만을 고집하면 적절한 영양소 조합을 찾는게 좁아질 수 있다"며 "먼저 자신의 식습관, 영양 패턴을 파악한 뒤 평소 과하게 고기 소비를 한다면 부분적 채식주의를 실천하며 건강을 챙기는 방식 등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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