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잉태된 진주처럼, 아픈 역사로 잉태된 근대문화유산을 찾아
철원은 한반도의 중심이다. 백두와 한라를 잇는 남북한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할 평화의 땅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 속 철원은 어떨까. 분단 역사에서 가장 고통 받은 땅으로 남아 있진 않을까. 분단의 상징 비무장지대(DMZ) 한 가운데 철원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비무장지대(DMZ)’라는 이름표 대신 평화생명지대 PLZ(PLZ-Peace & Life Zone)라는 이름표를 달아주자. 그리하여 철원을 평화와 생명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라 부르자. 약속의 땅에서 후손들에게 귀중하게 남겨질 유산을 찾아 나서는 길은 한걸음씩, 꼭 한걸음씩 평화에 다가가는 길의 다름 아니다. 보드라운 조갯살에 상처로 잉태된 진주처럼 아픈 역사 속에 잉태된 철원의 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보자.
철원을 여행하는 것은 곧 역사를 배우는 길
‘안보관광’으로 출발~!
고석정
철원여행길의 시작은 고석정 국민관광지에서 시작된다. 고석정은 철원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한탄강 가운데 10m가량 봉긋 솟은 거대한 기암봉과 어우러지는 계곡, 그 사이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을 바라보고 있자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지 싶다. 운이 좋다면 산다람쥐의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고석정이 유명해진 이유는 자연동굴과 건너편 산 정상에 있는 석성이 조선시대 임꺽정이 은신한 배경으로 알려 지고부터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 안보관광이 시작되는 철의 삼각전적지 관리사무소가 있기 때문이다. 안보관광으로 불리는 전적지, 전방 견학은 철원의 대표적인 관광코스 중 하나다. 전적지 견학 코스는 제2땅굴과, 철원평화전망대, 두루미관·월정리역으로 이뤄진다. 모두 민통선 안쪽으로 안내공무원의 인솔로 전 차량이 함께 출발한다. 견학신청은 당일 신분증을 지참하고 고석정 관광안내소 1층 접수처에서 출발시간 15분전까지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해야 한다. 출발시간은 오전 9시30분, 10시30분, 오후 1시, 2시(하절기는 2시30분) 총 4회 출발한다. 출발 20~30분 전에 미리 도착하는 것이 좋다. 견학 소요시간은 3시간~3시간 30분가량 이다.
제 2땅굴
제 2땅굴 전시관
첫 번째 코스는 제 2땅굴이다. 제 2땅굴은 북한군이 남한을 침략하기 위해 파놓은 땅굴로 1973년 최전방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초병이 지하에서 들리는 폭음소리를 듣고 조사활동을 벌여 1975년 3월 19일 발견되었다고 한다. 지하 50~160m 지점, 총 길이는 3.5km, 군사분계선 2.4km의 지점에 있다. 성인남자가 서서 걸으면 머리가 닿을 정도의 높이로 헬멧 착용은 필수다. 지하다 보니 사계절 내내 온도가 낮은데다, 북쪽으로 땅굴이 봉쇄된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군사지역에 속하다 보니, 군인들이 직접 안내를 맡고 있다. 그래서 일까. 관광객들 사이에서 ‘군대’ 얘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 “철책근무를 섰다”는 예비역부터, 안내하는 군인을 ‘후배’라 부르는 할아버지, 자칭 ‘폭발전문’이라는 중년아저씨까지 ‘군대’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대화는 ‘통일염원’으로 맺음 되었다.
철원평화전망대
제 2땅굴과 함께 발견된 북한군의 생필품과 무기, 도구가 전시된 제 2땅굴 전시관을 돌아본 후 철원평화전망대로 이동한다.
철원평화전망대는 인근의 철의 삼각전망대 앞으로 나무들이 우거지면서 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2007년 준공되었다. 제 2땅굴과 군 막사, 검문소를 재현한 전시물과 비무장지대 사진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에 모노레일이 설치돼 10분가량 걸리던 전망대를 가뿐히(?) 오를 수 있게 됐다.
전망대에서는 우선 지형축소판을 눈여겨 볼만 하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군사분계선, 그리고 위 아래로 그어진 남ㆍ북방 한계선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나면, 분단의 현실이 보다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망원경을 통해 찬찬히 남방 한계선 너머를 살펴보자. 망원경을 통해 북한군초소와 선전마을,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철원 주민이라는 차영민(42)씨는 “(북한이) 가까워도 너무 가깝다”는 말로 통일염원을 에둘러 표현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평화의 염원, 월정리역 & 흉내 낼 수 없는 청정지역 철원의 매력, 두루미관
월정리역
세 번째로 찾은 곳은 월정리역이다. 월정리역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철마는 달리고 싶다”란 말은 한번쯤 들어봤을 터. 바로 철마의 통일기원이 간절히 남아 있는 곳이 월정리역이다. 월정리역은 서울에서 원산으로 달리던 경원선의 철마가 잠시 쉬었다 가는 곳으로 현재 남방한계선과 근접한 최북단 종착지점에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이 역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의 잔해가 오랜 세월의 무거움을 이기지 못해 앙상한 골격을 드러내고 누웠다. 녹이 슬어 아픈 분단의 현실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나부끼는 민들레 홀씨와 나비들은 “머지않은 시간, 희망을 틔울 것”이란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듯 하다.
구월정역전망대를 리모델링한 두루미관
월정리역과 함께 두루미관에 올라보자. 두루미관은 폐쇄되어 있는 구월정역전망대를 리모델링한 것으로 평화와 장수의 상징인 두루미와 철새를 주제로 만든 전시관이다. 철새도래지가 된 철원의 자연과, 민통선에 찾아오는 두루미, 독수리 등 희귀 조류들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철원군조류보호협회에서 보유하고 있는 박제를 실감나는 모양새로 전시해 눈앞에 살아 있는 듯 인상적인 모습이다. 그 어떤 곳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청정지역’ 철원에 대한 인식이 절로 드는 전시관이다.
민통선 내에 쓸쓸히 남은 근대건축물
철원얼음창고(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4호)철원농산물검역소(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5호)
구 철원제일교회(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3호)
월정리역과 두루미관을 나서 제5통제소를 나오면 민통선 내의 안보관광은 끝이 난다. 하지만, 제5통제소를 나오기 전 눈여겨보아야 할 곳이 또 있다. 바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얼음창고와 농산물검역소, 구 철원제일교회가 그것이다. 도로변에 차례로 자리하고 있어, 금방 눈에 띈다. 구 철원제일교회는 6.25 때 파괴되어 구조의 일부만을 엿볼 수 있다. 문화재청의 설명에 의하면 “6.25때 기독교 반공청년들의 활동장소였으며 3.1 운동의 역사성도 함께 있는 장소”라고 한다. 등록문화재 24호인 얼음창고는 가로 12m, 세로 10m의 콘크리트 박스모양으로 한국전쟁 전 철원이 상업적으로 번창했던 곳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얼음창고와 마주한 농산물검역소(등록문화재 25호)는 작지만 잘 정돈된 비례를 가진 근대건축 수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모두 민통선 안쪽에 있어서, 안보관광과 함께 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야 개별적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철원 마현리에 있는 승리전망대 견학은 당일 신분증을 지참하고 마현리 현지 매표소에서 출발 15분전까지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해야 한다. 출발시간은 오전 9시 30분, 10시 30분, 11시30분, 오후 1시30분, 2시30분, 3시30분 (하절기는 오후 4시 30분 한차례 더 있음)이며, 소요시간은 40분~1시간 가량이다. 휑한 기운이 없지 않지만, 휴전선 155마일 중 정 가운데 있는데다 북한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전망대다. 북한군의 이동모습은 물론 금강산 철도, 아침리 마을 등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철원 대표적 근대문화유산 노동당사
노동당사
안보관광과 달리, 언제나 누구나 편히 찾을 수 있는 노동당사는 근대문화유산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노동당사는 해방 후부터 6.25전까지 북한군이 사용했던 북한노동당 철원군 당사였다. 이에 대한 철원군의 설명을 살펴보자. “노동당사는 철원, 김화, 평강, 포천 일대를 관장하며 양민수탈과 애국인사들의 체포와 고문, 학살 등이 자행된 곳이다. 실제 노동당사 건물 뒤 방공호에서 많은 인골과 함께 실탄과 철사 줄 등이 발견되었다”. 이에 더해 문화재청은 노동당사를 “대칭적 평면과 입면의 비례미로 공산당사로서의 권위를 표현…(중략) 분단과 전재의 비극을 증언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한다.
휑한 도로변, 그보다 더 휑하게 서 있는 노동당사를 대면하는 것은 쓴 한약을 삼키는 것처럼 아프고 어려운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전쟁 때 파괴돼 건물의 네 면과 듬성듬성한 골조만 남았기 때문. 천장은 물론 외벽에는 당시의 총과 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구멍의 크기로 탄환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건물의 옆면으로 돌아가 본다. 내부계단과 각방을 나누는 역할을 했을 벽, 창문과 복도의 흔적이 을씨년스레 보인다.
노동당사로 오르는 계단은 일정의 간격으로 부수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당사 부근에서 만난 철원의 한 주민은 이를 두고 "전쟁 때 탱크가 계단으로 밀고 올라가면서 으스러진 것이다"고 했다. 지난 94년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이 3집 란 곡의 뮤직비디오를 노동당사를 배경으로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상승각에서 PLZ(DMZ)를 바라보며 통일기원 ‘백마고지 전적지’
백마고지전적비
백마고지전적지(상승각)
노동당사와 더불어 개별관광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 백마고지 전적지다.
백마고지 전투에서 희생된 아군과 중공군의 영혼을 진혼하기 위해 건립한 위령비와 기념탑, 기념관 등이 있다. 백마고지는 전쟁 전에는 395m의 무명고지에 불과했다고. 그러다 한국전쟁 중 철의 삼각지를 지키는 중요한 지형이 되면서 이 고지를 빼앗기 위한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게 된 곳.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 동안 백마고지를 빼앗기 위해 국군과 적군 13,000명이 희생된 참혹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백마고지 전적지는 이 백마고지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진혼하기 위해 건립됐다. 전적지 끝 쪽 종각(상승각)에서는 DMZ 내 백마고지를 볼 수 있다. 군사지역이라 사진촬영은 불가능하다. 공원화 되어 있어서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없다.
철원 여행에 앞서
철원 안보관광은 철원군과 군(軍)이 협조해서 운영하며, 군사지역 안에서는 군인들이 안내한다. 이 코스를 관광할 때는 반드시 차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차나 택시를 임대하거나 이 여행코스를 다루는 여행사를 통해서 투어를 해야 한다. 차를 구했다면 강원도 철원군의 고석정(철의 삼각전적관)으로 가서 안보관광을 신청해서 관광하면 된다.
제2땅굴과 철원평화전망대(모노레일), 두루미관(월정리역), 승리전망대는 군사지역 안에 있어서 반드시 안보관광코스를 신청해야만 볼 수 있다. 노동당사와 백마고지전적지는 군사지역과 근접해 있긴 하지만 군사지역 안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도 관람이 가능하다. 그 밖에 남북합작으로 완성된 승일교(등록문화재 제 26호)와 금강산 가던 철길인 금강산전기철도(등록문화재 제 112호)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여행정보
철원군 시설물관리사업소
승리전망대 매표소
철원평화전망대 모노레일카
철원군청 관광문화과
- 문의 : 033-450-5151 / 033-45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