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11시간이나 버스로 달려온 카주라호에서 일박,
아침 일찍 에로틱사원과 자이나교 사원을 탐방후
곧바로 9시 10분발 아그라행 침대기차를 탔습니다.
카주라호 프랫폼엔 많은 인도인과 여행객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통로 양쪽엔 2층 또는 3층의 칸막이를 올렸다 내렸다 해서
조립식으로 침대가 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지요.
저 멀리 네팔까지 달리려면 장시간이 걸리므로
승객들은 자다깨다 긴시간 열차여행을 할 수 밖에 없겠지요.
모두 여행가방은 아랫칸 의자 밑에 집어넣고
우리 일행 6명은 3층 칸막이 칸을 이용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침대칸을 이용해야 할 정도의 장거리가 없으므로
이런 열차를 타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점심시간까지 좀 눕기로 하고
의자 등받이를 하나씩 펴올려서
매달린 튼실한 가죽끈에 고정시키니 2층 , 3층 침대칸이 됩니다.
그래도 좀 날렵하고 체중이 덜나가는 순서대로 3층과 2층을 사용했는데
광덕할매는 2층을 배정 받아서
복도쪽에 붙어있는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드러누웠습니다.
짙은 색의 군용담요가 놓여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거라 께름칙 했지만
열차 내에 지속적으로 뿜어나오는 에어컨 냉기로 부터 체온을 유지하려면
부득이 담요를 덮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우리 일행은 낄낄대면서 아래 위 서로 몇마디씩 소감을 얘기하다가
누구랄 것도 없이 잠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한국의 차창처럼 시원하고 탁 트인 창도 아니어서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엔 6명의 머리가 복잡하여
아예 포기하고 잠이 들었답니다.
짧은 새우잠을 잔 후 열차내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어느 쪽으로 머리를 두고 볼일을 봐야하는지
한두번 사용해보고 알았답니다.
뒷쪽은 벽에 불은 수도관에서 볼일을 보고나면 물이 흐르게 되어있고
앞쪽은 자그마한 물통을 사용할 수 있게 쇠사슬 줄로 연결해 놓았더라고요.
당연 한국인은 물티슈나 휴지를 사용하므로 굳이 저 물깡통을 사용할 필요가 없겠지요.
흔들리는 차칸에서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 장면을 상상하시면... ㅋ~!
젊은 날에는 배설이 귀찮고 더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음식이 들어가면 당연히 찌꺼기가 배출되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져
우리 인체의 생리작용을 지극히 당연시하게 되었답니다.
어떤 고상한 사람도 먹었으면 싸야죠.
암만. ㅎㅎㅎ
저 인도인은 참 여유롭네요.
사진을 찍으니 깜찍한 제스츄어까지 보태줄 줄 알고 ... ㅋㅋ
2층칸은 앉아있기가 여유로운데
일행이 많다보니 3층칸은 허리를 펴고 바로 앉을 수 없었지요.
우린 오랫 옛날의 노예선처럼 좁디좁은 공간을 향유해야 했습니다.
엄마가 대학생인 두남매를 데리고
여행에 동참 했더라고요.
남매는 긴 시간 저렇게 인터넷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다는데 모든 전기제품을 자유로이 조작할 수 있겠다 싶으니
좀 부러워질려 했답니다.
기차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터져서
나도 카톡으로 친구와 식구들에게 사진과 짧은 메세지를 보냈는데
그만 밧테리 용량이 깔락깔락~!
충전기가 캐리어 안에 들어있어서 꺼내기 불편하여 참기로...
기차를 타기 전 도시락을 받았는데
점심 때가 되어 열어보니 도무지 간이 될만한 것이 없네요.
밥은 찰기가 하나도 없이 펄펄 날리고
삶은 감자, 삶은 계란, 샌드위치 한조각, 사과 한알, 과자 한봉지, 망고쥬스 한통. 소금 조금.
반찬이 없어 밥을 어떻게 먹으라고?
친구들은 이 때를 대비하여 가져온 한국산 반찬을 내놓았습니다.
열차 안에 냄새는 좀 풍길지라도
김, 깻잎장아찌, 멸치조림, 장졸임, 고추장등을 내놓아
즉석에서 성찬으로 식사를 해결했답니다.
경험상 인도 여행시는 튜브형 고추장과 깻잎장아찌가 최고~!
저 부스스한 밥을 고추장에 발라 먹거나 깻잎장아찌에 싸먹으니
그럴싸 했습니다.
한국산 쌀의 구수한 맛은 아예 기대조차 하지말아야지요.
사과는 ...
전문가가 보기엔 스타킹 종류였는데
수확한지 오래된거라 싱싱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식감이 푸석하여
한국의 물 많고 아삭한 후지 저장사과가 간절히 생각나기도 했답니다.
광덕아~~~!
식사 후 쓰레기를 쌓아놓고 담소를..
나중에 가이드가 큰 비닐봉지에 수거해갔답니다.
이제 또 남은 시간을 허리를 펴기위해 누워서 가기로..
각자 간식 봉지를 애용할 밖에요.
드디어 오후 5시 50여분에 아그라역에 내렸습니다.
역을 벗어나니 대충 6시가 넘었는데
숙소로 가기 전에
짐은 먼저 호텔로 보내고 우리들은 타지마할의 역사를 극으로 풀어낸
민속연극을 보러가기 위해 극장으로 갔습니다.
실내 촬영을 엄격히 금하여 아무 것도 남기지 못했어요.
마침 밧테리도 방전되어 휴대폰도 꺼놨고요.
춤과 노래, 대사로 구성된 오페라식(?) 연극을 봤는데
좌석에 비치된 헤드폰으로 한국어로 번역된 내용을 일러주었습니다만
" 왕이시여."
" 사랑하는 나의 왕비여"
하고 궁중용어로 격식을 차려 번역 해주는 한국어 대사가 너무 진부하고
짧은 단막극으로 몇차례 무대 조명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고
무희들의 춤도 보여줬지만
줄거리를 다 아는 것이어서인지
크게 박수칠 정도의 연극은 아니었답니다.
한마디로 싱거웠슴. ㅋ~!
단 하나
인도식 복장의 반짝거림만 봐줄만 했다고 해야할지?
현대식으로 좀 재치있게 풍자를 해서
관객들의 웃슴을 유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하기사 왕비가 죽는데 웃을 일이 뭐 있을까만...
호텔 로비에서 본 그림과 벽지와 카펫의 문양.
*** *** ***
오늘은 죙일 기차여행을 했고
내일은 타지마할 갑니다.
친구들 푸욱~! 쉬세요.
첫댓글 와!
침대기차네요.
인도여행 할려면 극기훈련한다고 생각하고 가야 되겠습니다. 체력도 좋아야되고...
하지만 뭔가 깊은 끌림이 있네요.
계속 호기심이 생깁니다.
다음 여행지로 인도를 추천합니다.
몇가지 불편만 참아내면
강한 인상이 남는 여행지랍니다.
옛날 보다 "아그라행"기차가 좋은것 같아요.그당시는 가방 도둑 맞을까봐 짐 끌어안고가셔 집디다.
춥고 좁은 공간에서 힘이 들었는데"타지마할"을 가서 보니 불편했던 마음들이 싹
그 시절 여행하시느라 힘드셨겠어요.
가기전 걱정과는 달리 저희들은 견딜만 했습니다.
이틀간 어지러워 누워만 있다가 이제야 컴을 켰네요.
언감생심 갈 꿈도 못 꾸는 인도여행 세밀하게 간접경험을 하는군요.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겠네요.
가기 전에 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배탈 한번 안나고 잘 다녀왔습니다.
이동거리가 긴것이 흠이었지만
걷기 운동 부지런히 하셔서
세월이 더 가기전에 두분이 한번 다녀오시면
뜻 깊으실겁니다.
저도 이 기차를 타고 갔었는데, 기차안에서 차와 뭔가를 대접 받은 기억이 나는군요
아그라역에 내린 밤중 모습은 빈민수용소처럼, 노숙자들이었는지, 여행객이었는지
드러누워 있었지요. 인도여행은 체력과 비위가 다 좋아야할듯...
지금은 좀더 세련(?)되지 않았나 싶네요.
밤의 길거리엔 집 없는 노숙자들이 더러 보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