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최보슬
열을 센다
태초는 맨 뒤에 선다
한쪽에는 한 사람이 잘린 기도처럼
서 있다
너의 끝은 어디니?
화장터로 가는 누군가의 태초에서
그의 숫자들이 부러졌다
내일의 시간은 너를 모르고
여기저기 눈 내리는 풍경을 믿는 창문들
노란 어린이집 봉고차가 길을 지날 때
너는,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뱉었다
완벽한 희망 앞에서도
절벽 위의 가망들은 뛰어내렸다
이상하지
귀는 점점 구부러지는데
우리의 목소리는 왜 직선인 걸까?
봉고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답 없는 말이 시작되면 이상하고 이상하고
또 이상하고
어느 계절이
지구의 첫 계절일까
나는 매일 그런 게 궁금했다
생각은 말을 멈추지 않고
낡아버린 희망처럼
한 사람이
서 있다
언제나 울음이 구겨져 있는 그의 몸 속 안
울음도 어떠한 가망인 걸까?
실물이 없는 희망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안 보이는 여름으로 가고 있는 것
햇빛이 시작되자
우리는 모든 것의 그림자에 푹푹 걸렸다
잎이 다 자란 나무 옆에서
열을 센다
중력이 발 앞에 서면
살과 피가 팽창하는 소리가 났다
너는 살아있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실은 꿈을 디디고
꿈은 현실을 박차고
밤은 낮의 회복이고 낮은 밤의 회복이었다
우리는 곧 불 꺼질 얼굴에 앉아
태초에 선 몸을 보았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몸 안의 웃음은
심장의 절망을 읽지 못했다.
평균대
언제나 아마추어 같은
나의 꿈들에 다녀가는 소녀들이 있다
그리고
잠이 없었는데 고해성사를 하는 꿈이었다
그것은 숨과 심장의 박자가 엇갈리는 일
소녀의 안쪽은 바깥보다 병약했다
소녀의 자란 죄가 늙어가기 시작했다
목을 길게 늘어뜨린 보푸라기처럼
그러니까 잘 봐
이 먼지들은 내 죄가
공중에서 떠도는 방식들이야
달리는 기도가 튼살처럼 밀려나올 때
저 멀리 매듭처럼 풀리는 밤의 종소리
너의 세상은 자주 나를 울게 한다
너의 심장은 나의 쇄골 뼈를 자주 때린다
그러니까 잘 봐
이 모든 것이 전부 다 기도였다니
먼지가 쌓여 하나의 죄를 완강하게 누르고 있다
새벽의 장미들이 몸 밖으로 불을 켜댄다
이봐,
저 시뻘건 죄악들 좀 봐
씻긴 죄의 첫 소절을 부른다는 것
먼지와 먼지는 서로의 손을 잡고
온몸이 젖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꾸 육체를 버리지만
깊은 죄는
볼 수 없는 얼굴이 되어 버렸다
목덜미에서 늘어나는 죄의 보풀들
3천 번의 질문들에서
죄를 짓고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당신은 신을 지우고
신은 당신을 지우지 않고
그래서
그래서
꿈속의 소녀들이 반기를 들고 뛰어내린다
기도는 다시 처음으로 당도할 것이다
이마의 아래로
턱 끝의 수 많은 이야기로
균형으로 균형으로.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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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카운트다운 / 최보슬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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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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