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찾으라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자전거가 없어졌다. 2년전에 이사온 노원구는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곳이다. 이사 오기 전 사당동에서 살 때에는 자전거는 생각도 못했다. 집이 산동네이기도 하지만 방배동을 지나 서초동으로 가려면 산을 몇 번 넘어야 한다. 서울은 생각보다 평평하지가 않다. 평지처럼 생각되는 강남만 해도 논현동도 역삼동도 서초동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언덕이 많다. 노원구는 평지다. 그래서 돈 들여서 자전거를 샀다. 따르릉을 달고 앞뒤로 빤짝이도 달았다. 짐받이를 설치하고 빨간색 고무줄 끈을 준비해서 간단한 짐을 묶을 수 있게 했다. 아내가 시장가서 물건 사 오라고 하면 잽싸게 달려가고 전철역까지 타고다니고 날씨 좋을 때는 중랑천에 나가 운동도 하며 기름치고 닦아쓰던 자전거다. 몇일 전 딸네 집에 잠깐 들리려고 현관앞에 세워두었는데 나와보니 보이지 않는다. 중계동 학원가 주변에 낙엽처럼 흐트러져 있는 자전거를 오고 가며 기웃거렸다. 혹시 내것이 있나 하고...
양재동으로 친구를 찾아가 점심을 같이 했다. 새해 들어서 다리 통증으로 함께 다니던 산에도 못가고 병원을 다니며 치료중이다. 얘기중에 잃어버린 자전거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가 타던 자전거를 가져가란다. 자신은 다리가 아파서 탈 수 없고 앞으로도 탈것 같지 않다고 운동장 한켠에 세워둔 자전거를 가리킨다. 헬멧도 사 두었다고 한다. 있던 것이 없으면 불편해서 중고라도 다시 구해야하나 생각중인데 고맙게 쓰겠다고 했다. 비가 내려 지금은 타고 갈 수 없으니 내일 가져가겠다고 집으로 돌아왔다.
찾으라 그러하면 찾아낼 것이요
비가 그쳤다. 아침에 자전거를 가지러 양재동으로 갔다. 준다고 할 때 받아오긴 해야 되는데 1월 겨울 한강바람을 헤쳐갈 생각을 하니 좀 켕긴다. 양재동에서 중계동까지 어림잡아 30㎞다. 무릎 보호대를 감고 헬멧을 쓰고 은행강도 처럼 얼굴을 가리고 양재천에 들어섰다.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양재천 산책도로를 따라 한강으로 나가는 길은 알겠는데 어디서 강을 건너 중랑천으로 들어가는지 지도가 그려지지 않는다. 서울시는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의정부에서부터 분당, 과천 등 한강으로 들어오는 모든 지천까지 연결시킨 멋진 도시다. 가보면 무슨 수가 나겠지 생각하며 탄천 운전면허시험장을 돌아 청담교 밑으로 돌아 성수대교를 바라보고 가지만 강을 건너는 길을 보이지 않는다. 당장 다리위로 올라가는 길이 없다. 지나가는 선수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이 각각이다. 잠실에 가면 있다거나 반포로 들어가 잠수교를 거너가란다. 강남과 강북은 소통이 않되나보다.
성수대교 남단에 도착했다. 클로바 모양의 기하학적 연결 도로가 하늘위에 떠 있다. 자전거를 세우고 넉넉하게 흐르는 물가에 다가가 본다. 정말로 오랜만에 한강을 가까이서 느껴 본다.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교각이 멀리서 볼 때 하고는 다르게 엄청 크다. 이곳은 한강공원도 없다. 공원이 있으면 지하통로로 나가는 길이 있겠는데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이에 8차선 강변도로가 가로놓여 수많은 차들이 악다구니 소리를 지르며 질주하고 있다. 강변 바람은 차고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가는데 까지 가 보자고 일어나 성수대교 남단쪽 첫 번째 교각을 돌아나오는데 콘크리트 기둥에 문이 있는 것이 보인다. 다가가보니 엘리베이터 문이다. 여기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다.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살표 버튼을 눌렀다. 다리를 건설할 때 작업용으로 사용하였거나 관리자를 위해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는 시설일 뿐이라고 기대수준을 낮췄지만 불이 켜지고 털컹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린다. 자전거가 두세대가 들어갈 만큼 여유있다. 구름을 타고 하늘을 오르듯 내가 서있던 자전거 도로가 저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하늘처럼 멀리 보이던 다리위로 올라가 나를 내려 놓는다. 이상한나라엘리스 구멍을 지나온 것 같다. 성수대교를 건너 중랑천으로 들어가는 통로도 싑지 않았다. 서울숲으로 들어가 빙글빙글 돌고 물어물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구 내 다리야!
첫댓글 캬~ 선수급니시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