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토요일) 오후 1시 40분
수영을 마치고
사우나에 들어선다.
시간 계측을 위해서
1시 40분을 머리속에 잘 기억하고…^^
음… 아무도 없다.
윗칸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온몸이 나른하다.
5분정도 흘렀을까?
내 나이 정도되는 사람이 들어와서
아래칸에 자리를 잡는다.
침묵속에서 또 다른 5분이 흘렀다.
본격적으로 땀이 나기 시작하고
벌써 힘들어진다.
아마도 이른 아침에 대공원에서
달리기까지 해서 그런가보다.
저 사람은 미동조차 없다.
어라?
“보통 5분정도면 나가는데…”
이쯤 되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상대는 아래에 앉았고
나는 위에…
온도차 때문에 내가 많이 불리하다.
땀은 흥건해 지고
점점 숨이 가빠오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근육마사지를 시작한다.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고 발목을 돌려본다.
그러나 상대는 돌부처처럼 미동도 없다.
“음… 고수다.”
벌써 15분은 된 것 같다.
힘들다…
일어나서 벽을 잡고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심리전”이다.
사우나에서
초반이 아닌 막판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앉는 사람은 거의 없다.
10에 9은 스트레칭이 끝나면 나간다.
상대도 물론 그것을 알고 있을 만한 고수이다.
천천히 뜸을 들이며 스트레칭을 계속한다.
아마도
이 스트레칭이 끝나기 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힘들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스트레칭을 마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앉는다.
이 대목에서
상대는 심리적으로 무너졌을 것임이 틀림없다.
“아니…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앉다니?”
생각밖의 상황전개에 멘탈이 무너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상대는 돌부처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앉아있다.
“아… 초절정 고수다.”
헐~
이제 당황한 것은 오히려 나다.
비열한 암기를 날렸는데도
넘어가지 않고 내공으로 버티다니…
멘붕이다.
할 수 없다.
최후의 수단으로
1부터 100까지 카운팅을 하고
그때까지 상대가 일어서지 않으면
패배를 인정하고 내가 먼저 나가는 수밖에…
땀이 비오듯하고
숨이 가빠서 견딜 수가 없다.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1, 2, 3… …99, 100
아~ 저쪽은 도통 나갈 생각이 없는 듯하다.
어지럽기는 하지만
100 추가
101, 102… …199, 200
아… 이를 어쩌지?
다시 100 추가
결국
추가에 추가를 더해서
1001, 1002… …1099, 1100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100 추가
진짜 마지막이다.
다짐을 한다.
1101, 1102… …1194, 1195
스르륵
불과 5초를 남겨 놓고
거짓말처럼 상대가 비틀거리며 나간다.
으흐흐…
바로 따라 나가면 속 보이니까
이를 악물고 20초 정도를 더 버티다가 나간다.
이 시원함~!
시계를 보니 2시 20분
40분간의 혈투가 끝났다.
비칠거리며 대충 샤워를 하고
냉탕에 풍덩~
천국이 따로 없다.
첫댓글 정현형님 사우나 대전 승리 대단하십니다 . 저는5분 버티기도 힘든데 역시 마라톤런너의 기질을 발휘하셨군요~ㅎ 사우나 대전은 승리 하셨으니 이제는 런닝 대전만 남은것 같은데유~😁😁
항상건강하시고 화이팅입니다 .!!!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 제가 땀이 날 정도네요.....
사우나 무지 좋아하는 저도 상상못할 40분이구요~~^.^;;
지는게임에 익숙해지셨던
정현행님
드디어
이기는 법을 깨달으셨군요
그러나.
방법이 마라톤에도
통해야할텐데
스콰트를 보너스로 보여주시면 되는디요.
쓰러져요 ㅠㅠ 선배님은 쌈닭 인정 ㅎㅎ
어찌되었던간에 승리하셨으니 축하드려요 ㅎㅎ 무모한 심리전은 금물입니다. ㅎㅎ
글을 읽다보니 약간 길다했는데
읽으면서 약간의 코믹도 있어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러게요
사우나에서는 자존심은 없어요
힘들면 눈치보지 마시고 그냥나가셔요
그러다가 쓰러져서 앰블부르면
안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