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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을 알리는 눈 속에서도 어김없이 꽃 소식은 전해온다. 이른 꽃샘추위가 시작되는 요즘, 한발 앞서 남도로 봄맞이 여행을 떠났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은 통영 8경을 비롯해 수산과학박물관, 공예박물관 등 자녀들 체험 교육을 위해 찾을 곳도 여럿 있다. 가까이 거제도까지 아우르는 남도의 봄맞이 여행길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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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통영으로 가는 길은 길고도 험했다. 3일간 휴일을 맞아 모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가족 봄맞이 여행길은 기약 없는 교통 체증과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거리로 가는 길부터 지쳤다. 오후 1시에 출발했건만, 목적지인 통영의 산양읍 미남리에 위치한 펜션에 도착하니 얼추 밤 10시 무렵. 각종 검색 사이트에서는 차가 밀리지 않으면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4시간 안에 도착한다 했지만, 수도권부터 대전까지가 문제였다. 그러나 2박 3일간 머문 통영은 이 정도 ‘고난’의 길을 무릅쓰고 가볼 만한 곳이다. 낮에는 답답하던 마음이 뻥 뚫리는 수평선이, 밤에는 바닷물과 어우러져 더없이 로맨틱한 불빛이 우리를 맞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리 통영에 대해 공부하지 못하고 여행길에 올랐다는 사실. 우리 가족의 통영 여행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통영에 간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통영 여행길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뽑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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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8경 중 최소 2곳은 즐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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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예부터 풍경 좋기로 소문난 지역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부인 만큼 곳곳이 절경이다. 그중에서도 풍광이 빼어난 8곳을 꼽았으니, 바로 ‘통영 8경’이다. 각각 소개하자면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통영운하 야경,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석양, 한산섬 제승당 앞바다, 남망산공원, 사랑도 옥녀봉, 연화도 용머리 순이다. 8경 모두 감상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가족 여행에서 풍경만을 좇느라 시간을 다 보낼 수는 없는 법. 그중에서 2~3곳을 선택해 감상하자. 소매물도와 사랑도, 연화도는 배편을 이용해야 하니 패스~. 통영 8경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제2경인 통영운하 야경이다. 밤에 도착한 여행객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통영운하(통영시와 미륵도를 연결하는 운하로 1932년 12월 완공되었다) 위에 푸른빛을 뿜어내는 통영대교의 빛깔에 감탄사를 쏟아낼 것이다. 조명 수만 196개에 달한다고. 또 한 곳을 꼽는다면 단연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석양이다. 미륵도에 위치한 달아공원은 낮에는 남해에 솟아오른 섬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해 질 무렵엔 수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석양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난생처음 보는 남해의 석양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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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길 60리, 산양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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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이상 통영 여행을 계획했다면 숙소는 미륵도에 잡기를 권한다.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볼거리는 물론 여행이 편리한 까닭(한산도, 비진도, 매물도, 거제 해금강 등을 운항하는 유람선터미널부터 전통공예관, 통영수산과학관 모두 이 도로와 닿아 있다)도 있지만, 무엇보다 23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잘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산과 바다, 섬으로 어우러진 남해의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로’로도 불리는 이 드라이브 코스는 통영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카레이스협회가 추천한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하다. 오죽했으면 ‘꿈길 60리’라 불리겠는가. 차창 너머로 보이는 대·소장재도, 저도, 송도, 학림도, 곤리도, 연대도, 만지도, 오곡도, 추도, 욕지열도까지 어우르니 가히 다도해를 발밑에 둔 느낌이다. 길 곳곳에 피어오른 봄날의 전령 매화와 동백꽃도 더없이 아름답다. 참고로 통영의 동백은 3월 말이면 진다니 동백이 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40분 거리에 있는 거제도 도장포 ‘바람의 언덕’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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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부터 마을까지… 예술의 발자취 찾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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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예부터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해왔다. 그런 이유로 통영에는 아직도 윤이상 거리, 청마 거리 등 예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도 통영중앙동우체국 앞에는 청마 유치환이 우체국 창가에서 맞은편 연인이 사는 집을 바라보며 썼다는 ‘행복’의 대리석 시비가 세워져 있다. 봄날의 햇살 속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로 시작되는 시구를 읊조리니 마치 첫사랑에 빠진 기분이다. 그밖에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라는 평가는 받는 전혁림미술관, 나전칠기의 본고장으로서 전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통영옻칠미술관, 더불어 오는 3월 19일 개막하는 통영국제음악제와 맞춰 개장하는 윤이상 기념공원도 기대되는 곳이다. 좀더 쉽게 온 가족이 예술을 만끽하고 싶다면 통영 시내의 중앙시장 뒤쪽 언덕 위의 동피랑(동쪽 벼랑이라는 뜻) 마을을 추천한다. 한때 철거될 위기에 놓이기도 한 이 마을은 시민 단체가 주축이 되어 벽화 마을로 탈바꿈하면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통영의 몽마르트르 벽화 마을’로 불린다는 귀띔답게 마을의 골목골목 담장이 화려한 그림으로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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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낚시 삼매경에 빠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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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탈까, 유람선을 탈까? 아니면 바다낚시? 2박 3일 여행 기간 중 온전히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날, 여행 일정을 놓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셋 다 포기! 192개 섬으로 가득한 한려수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미륵산 정상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왕복 요금 어른 9천 원, 어린이 5천 원)는 고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엄마 때문에, 해금강부터 매물도, 연화도, 비진도 등 다양한 코스의 유람선은 배라면 딱 질색하는 아빠 때문에, 멀리 바다로 배 타고 나가는 바다낚시는 무려 2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 때문에 포기하고야 말았다. 결국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은 낚시다. 아이 때문에 갯바위 낚시 대신 방파제 낚시를 택했다. 통영은 도미, 감성동, 볼락어, 농어 등 고급 어종이 잘 낚이는 지역으로 소문난 곳. 어딜 가나 낚시 용품 판매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가 머문 미남리 물개마을은 낚시 마니아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했다. 낚시 도구를 챙겨온 아빠는 방파제로, 5천 원짜리 일회용 낚시 도구를 구입한 아이와 나는 부두에 정박한 뗏목에 올라 낚시를 시작했다. 역시 낚시란 도구로 하는 게 아닌 법! 아이와 함께 일심동체 끝에 일회용 낚시 도구로 통영 대표 어종인 볼락어를 비롯해 망성어까지 잡고야 말았다. 아쉽게도 잡은 물고기가 아직 어려 아이에게 직접 방생하게 했다. 이보다 더한 체험 교육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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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교육을 원한다면 통영수산과학관을 찾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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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국립공원의 미륵도 남단 척포길에 위치한 이곳은 언제고 아이들 손을 잡고 찾은 여행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바다 친화 과학관’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땅 위의 바다’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이곳은 ‘서울에 있었다면 분명 발 디딜 틈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전시관은 2층으로, 총 7개 전시실로 구성되었는데 전시실에 따라 전시 테마가 달라 지루할 틈이 없다. 놀라운 것은 전시 내용의 방대함. 통영 바다의 역사부터 어선의 역사, 수천 가지 어종, 심지어 바다에서 시작된 인류의 기원까지… 바다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있는 듯싶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곱 살 아들 녀석이 가장 열광한 공간은 제2전시실 한쪽에 마련된 조타실 체험 코너. 직접 선장이 되어 운항을 해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제4전시실에 불가사리와 멍게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터치풀’도 인기 만점이었다. 야외에 놓인 실물 어선 앞에서는 아이와 기념사진 찍기 안성맞춤이다. 내용 대비 아주 저렴한 관람료도 매력적이다. 어른 1천500원, 청소년 1천 원인데 그나마 보호자를 동반한 만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마감 30분 전에 매표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공휴일 다음 날은 휴관한다. 과학관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의 경치도 일품이니 굳이 관람이 목적이 아니라도 찾을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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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에 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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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한산대첩이 치러진 역사의 현장이다. 누구나 한번쯤 외워봤음 직한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가’가 바로 이곳 통영에서 지어졌다. 이 충무공의 위패가 모셔진 ‘착량묘’부터 선조 39년에 이 충무공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충렬사’, 이 충무공이 작전 회의를 했다는 ‘제승당’까지 온통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제승당의 현판 또한 이순신 장군이 직접 쓴 글씨라니, 마치 1592년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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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밥, 멸치무침, 충무김밥, 생선회까지… 바다 맛을 즐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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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별미 또한 여행에서 빠질 수 없다. 각 메뉴에 따라 추천코스가 달라지는데 먼저 충무김밥은 한산대첩이순신광장 주변과 서호동 여객선터미널 주변, 유람선터미널 주변에 조성된 충무김밥거리가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여객선터미널 주변의 할매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충무할매김밥이 맛있다는 소문이다. 굴밥이나 멸치무침은 통영전통공예관 맞은편의 도남식당이 맛집으로 알려졌다. 직접 가보니 가격이 다소 비싼 편. 영양굴밥(1만 원)과 해물정식(1만5천 원)을 주문하니 멸치무침이 서비스로 나왔다. 음식 맛은 소문처럼 해물정식에 나온 해물뚝배기가 일품이다. 생선회를 즐길 요량이라면 미남리 척포항에 자리잡은 미남식당을 추천한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곳은 도시락 서비스로도 잘 알려졌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주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바로 옆에 미남민박이 있는데,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 민박집 사장님이 진짜 미남이라는 증언이 줄을 잇는다. 다음번 통영 여행 숙박은 이곳으로 잡아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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