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원 결승까지 올랐다 완봉패한 경험이 있는 김지석. 이번,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 김지석 7단은 천원전과 얄궂은 인연이 있다.
빛처럼 빠른 수읽기로 광폭한 전투를 즐기는 미남 전사 김지석 7단은 2009년 여름 이창호 9단을 2-0으로 꺾으며 한국물가정보배를 접수해 생애 처음으로 우승을 맛봤다. 그해 연말에는 한국바둑리그 MVP가 되었고 천원전 결승에도 올라 있었다. 최고의 한해랄 수 있었다. 천원전마저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용의 눈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14기 천원전에서 김 7단은 천적 박정환 프로에게 0-3 완봉으로 패하고 만다. 쓰라린 기억이 그의 가슴에 새겨졌다. 그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라이벌로 비교되는 박정환 프로에게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이 컸다. 그다음 기 천원전에서 김 7단은 심기일전해 4강까지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하지만 강호 최철한 9단에게 가로막혀 다시 짐을 싸야 했다. 더 이상의 전진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김 7단은 19일 한국기원 4층 본선대국실에서 열린 제16기 박카스배 천원전 본선16강전에서 서건우 5단을 상대로 155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초반 발빠르게 실리를 챙기던 김 7단은 우중앙과 좌중앙의 백을 공격해 그 대가로 상변에 통집을 지었고, 다시 중앙에 큰 집을 만들면서 집 차이를 벌렸다. 상대 서 5단은 항서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김 7단이 8강행 기차를 탔다.
김 7단이 합류한 8강의 멤버들은 하나 같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철한 9단, 원성진 9단, 이영구 8단 등 랭킹이 높은 기사들과 더불어 박진솔 4단, 이태현 4단, 이지현 2단 등 잘 나가는 신예 기사들이 대기 중이다. 16강전은 윤준상 8단 대 김주호 9단의 대국 한 판을 남겨놓고 있다.
1996년에 출범한 박카스배 천원전은 1기부터 4기까지는 이창호가 독식했지만 제5기부터는 이세돌, 박영훈, 송태곤, 최철한, 고근태, 조한승, 원성진, 강동윤, 박정환이 차례로 우승하며 바둑계의 세대교체는 물론 신예기사들 정상권 진입의 등용문이 되었던 기전이다.
동아제약(주)이 후원하고 스포츠조선이 주최ㆍ주관하는 제16기 박카스배 천원전은 제한시간으로 각자 1시간 초읽기 40초 3회를 준다. 우승상금은 2,500만원이며 지난기까지 5번기였던 결승전은 3번기로 바뀌었다.
▲ 김지석 7단이 쿠션을 안은 채 상변에 착수하고 있다.
▲ 서건우 5단. 중앙에 불어나는 상대의 흑 집을 감당하지 못하고 돌을 거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