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그애는 학원수강을 끝내고 일선 미용실로 들어가게 됐다..
[송] : 야, 근데말야.... 대부분의 미용사 남편들은 백수가 많다더라?
그애 : 응, 나두 그 이야기 들었어
[송] : 여편네가 돈을 잘벌어서 그런건가?
그애 : 그런가 봐 아휴~~ 내 남편이 그러면 가만 안놔둘꺼야
[송] : 어쩔건데? -_-;;
그애 : 가위로 짤라버리겠어 -_-;;
[송] : 쿨..쿨럭 (이뇬이라면 가능한 일이야 -_-;;;)
근데 그러면... 결국 너가 손해 아닐까? -_-;;
그애 : 잉?
[송] : ^0^;;
그애 : ............
[송] : ................-_-?
그애 : 오빠, 백수할꺼야?
[송] : 케케켁 -_-;;
그애는 가끔 이런식으로 농담처럼 '결혼'이라는 이야길 자주했다. 보통 농담으로
넘기곤 했지만 농담이라고 말하기엔 그 횟수가 지나치게 많았고... -_-;; 그애의
표정도 장난이라기엔 어색한 표정일때가 많았다.
그애를 만나는 기간이 길어지고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애와 내가 결혼을....???'
'걘 너무 어려.. 내 동생 애인이 그애보다 6살 위라구 -_-;;'
'그렇게 되면 집안 위계질서가 엉망이 되겠지?'
'그리고 그애는 솔직히 넘 쭉쭉빵빵이야! 얼굴값을 할꺼라구!'
'그런 반면에 난 내 똥배만 빵빵일뿐 쭉쭉은 없단말이지...-_-;;'
'게다가 난 사실상 보면 그애의 집안 내력이나 환경..아무것도 모른다구'
- 상상 -
어무이 : 부모님은 모두 계시고?
[송] : 몰라요
어무이 : 부모님은 뭐하시는 분이래?
[송] : 몰라요
어무이 : 고향은 어디래?
[송] : 몰라요
어무이 : 지금 사는덴?
[송] : 몰라요
어무이 : 그럼 아는게 뭔데?
[송] : 쭉쭉빵빵!!
어무이 : .... 너 방금 생선튀긴 후라이팬으로 맞아본적 있니? -_-;;
생각해보면 그애는 나에게 자기 집안 이야길 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내가 그애하고 결혼을 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송] : 아직 난 결혼하고 싶지 않아 -_-;;
솔직히 내가 당장 결혼 한다고 해도 결혼을 못하는 입장이였다.
통장엔 결산이자 120원과 지갑엔 어제 어무이 몰래 꼬불쳐둔 만원짜리 한장이 내
재산 총액이였고 내 책상서랍엔 핸드폰 2달 연체통지서만 나불거리고 있었다 -_-;;
게다가 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로 '나이먹은 신입사원'이 될 처지라 취직이 무난하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무엇보단 '성공'이라는 단어가 '연애'라는 단어보다
더 앞에 나와있었다.
그애랑 영화를 봐도 내 머릿속엔 3D MAX(그래픽 프로그램) 아이콘만 왔다갔다 할 뿐이였다.
사랑만 있다면 돈은 필요없다구?
훗.. 그건 철부지 이야기다 여자랑 밤에 삐리리를 할려고 해도 여관비 2만원이
있어야 한다 -_-;; 물론 그것도 밥먹고 힘이 나야 가능한 일이다 -_-;;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가정이 있어야 한다구?
훗... 물론 맞는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 당시 내 정신상태는 제정신이 아니였다.
일예)
- 키스하려는 순간 -
"자기~ 자기 입술을 50프레임으로 그대로 MOVE 시키면 되~ "(FRASH 기법 중 하나 -_-;;)
- 오락하며 열심히 버튼을 누르고 있는 손을 보고 -
"오~ 마치 2컷짜리 GIF 같은걸~ " (움직이는 아이콘 -_-;;)
- 하얀 브라우스 안에 속옷이 살짝 비취는걸 보고 -
"레이어에 투명도를 너무 줬구먼" (포토샵 -_-;;)
저런 말들은 그애를 웃기기 위한 말들이 아니라 정말로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왔던
진담들이였다 -_-;; 그 정도 였으니 가히 미친넘 이라고 해도 할말 없었다. -_-;;
하여간..
난 그럤기때문에 그애와 결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런만큼 난 그애를
만날때마다 무거운 마음과 죄책감에 사로잡혀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애를 계속 만났던건..
음..
솔직히 말하자면...음....-_-;;
남주긴 아까웠다 -_-;;
(나쁜넘이라고 해도 할말없다.. -_-;; 하지만 내 입장 되봐라 안그렇게 되나 -_-;;
게다가 난 그애한테 너랑 결혼 안한다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었다. 그리고 난
그애 털끝하나 안건들였다.....정말이다 털은 안건들였다...입술만 건들였지...-_-;;)
하지만,
열심히 살고있는 그애의 밝은 웃음과 활기찬 행동들은 날 안심시키면서도 가슴속 한쪽엔
죄책감이 쌓였고 그 와중에 나오는 '결혼' 운운할때는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들이였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하고 뒤집어 생각해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송] : 그래... 더 정이 쌓이기 전에 정리하자.........
결국 난 그애에게 결별을 선언하려고 마음을 먹고 커피숍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애 : 오빠 오늘 왜 그래? 가뜩이나 몸도 무거운 사람이 분위기까지 무겁게 잡고?
[송] : -_-;;;
그애 : ....?
[송] : 저기말야.....
그애 : 응? 뭐?
[송] : 음..그니까 말이지...
그애 : 뭐야 왜 그러는데??
[송] : (어휴, 어케 말해야하나...젠장..) 흠...그니까 말이지...
그애 : -_-? 거 참, 평소 오빠답지 않게 디게 뜸들이네..
[송] : (그래..빨리 말하자..어차피 거쳐야할 시간..)...
막 말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그애 : 아참 오빠 나 오늘 되게 웃기는 일 있었다!!
[송] : 으응..? 뭐? -_-;;;;
아니 이뇬이..-_-;; 어렵게 말할려는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내 말을 끊네 -_-;;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일까? -_-;;
약간 짜증이 나려는 순간 그애가 말한 '웃기는 일'이란 정말 웃기는 일이였다 -_-;;
그애 : 오늘 미용실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나 보고 홀딱반했다는거야 오호
[송] (으잉?) 그래서?
그애 :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내가 막 웃어줬지~~
[송] : 으응 그랬구나...-_-;; 그게 웃기는 일이야? -_-;;
그애 : 아니 그게 웃기는게 아니구 그런 웃기는넘이 내 맘에 들더라구~~
[송] : 컥 -_-;;
그애는 자기가 머리를 감겨주다가 뜨거운 물로 그넘의 머리에 쏟아붓는 실수를 했는데
징징짜는 모습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귀엽게 보였다고 했다.
그리곤 머리를 긁적이며 자기한테 홀딱 반했다고 하는 모습이 한편의 코메디 같기도
하고 그런 순진한 모습이 맘에 들었다며 그넘 자랑을 막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찾아오는 알 수없는 짜증스러운 질투....-_-;;
머냐 이건? -_-;;;
난 그날 그애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밖에 없었다.....
[송] : 존나 좋겠다 -_-;;
결국 헤어지잔 말도 못하고 그애에게 새로생긴 남자 자랑을 들어야 했고
다음에 그넘이랑 같이 만나자라는 약속만 한채 돌아왔다.
그 다음부터는..
난 그애와 그넘과 3명이서 같이 만나게됐다
안경점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는 그넘은 한눈에 봐도 '성실한'넘임을 알
수 있었고 몇번 만나다 보니 그애와 잘어울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 : 이제는 맘 편하게 헤어지게 될때가 됐군...
저런 생각을 주로 하던곳은 그애와 그넘이 서로 히히덕 거리며 팝콘을
주고먹고, 난 꿔다놓은 비짜루마냥 혼자 있었던 영화관이였다 -_-;;
[송] : 내가 도데체 여기 왜있는거지? -_-;;
물론 그애와 그냥 '오빠' '동생' 사이로 있을 수 도 있었지만 그애가 그넘과
가까워질 수록 그애와 난 서로 말은 못하지만 서로 알 수 있는 벽이 생기게됐다.
그건 다름아닌 (이유야 어찌됐건) 그애하고 나하고 처음 만났던 바로 그 장소의
기억때문이였다.
그넘은 나에게 '형'이라고 불렀는데 초기엔 그애와 나하고의 관계를 의심했었고
항상 '어케 둘이 만났냐'라는걸 물어볼때마다 그애와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등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라고 말했지만 어찌됐던 그애와 난 서로 껄끄러웠다.
이제는 정말 그애를 떠나보내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거창하게 '이젠 우린 끝이야!!!' 라고 하는것도 우스웠기에..
자연스럽게 그애와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줄여나가며 내 스스로 그애의 머리속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우습게 처음 만나서, 우연히 다시 만나고, 같이 공부를 하면서 미운정 고운정 쌓아가던
그녀와 나의 1년에 가까운 만남은 그렇게 허망하고 싱겁게 끝나버렸다..
(가끔 그애가 불쑥 날 다시 찾아와서 눈물을 흘리며 서로 헤어지지 말자고 하길...-_-;;
은근히 기대했지만 그건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였다 -_-;;;)
그래도 그애를 처음 만났을때와 헤어질때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져 있어서
그애만을 생각한다면 헤어진지 벌써 3년이 지난 지금도 결코 후회도 없고 아름다운
추억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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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이야기 -
그 후 그애는 제법 큰 미용실에서 근무한다는 이야길 들은적이 있었다.
안경점에서 일을 배운다던 그넘하고는 어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전 모교사랑 동창회 가서 그녀를 슬쩍 찾아볼까 했지만..
생각해보니 아직까지도 그애의 본명을 난 모르고 있었다 -_-;;
다만 어느 게시판에 서울 모처에서 미용실을 오픈했다고 하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그것이 그애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카페 게시글
게시판
청량리에서만난그뇬~10
오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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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
02.08.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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