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예산에도 수많은 영화제 석권한 작품 '아노라'
2일 개최되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대
성노동자 이야기에 담긴 보편적 희망, 관객 가슴 사로잡아
밴쿠버 출신 프로듀서 사만다 콴(Samantha Quan)이 단 600만 달러로 제작한 독립영화 '아노라(Anora)'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2일(오후 4시) 개최되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노라'는 비평가협회상, 감독조합상, 프로듀서조합상, 인디 스피릿 어워드 등 주요 시상식을 연이어 석권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재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콴은 자신의 남편이자 '아노라'의 감독인 션 베이커와 함께 이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영화의 예산이 "경쟁작들의 식사 비용보다도 적다"고 설명하며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브루클린의 스트리퍼 아노라가 러시아 억만장자의 아들 바냐와 급작스럽게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로 볼 수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의 성공 요인은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보편적 희망을 섬세하게 포착한 데 있다. 콴은 관객들이 주인공 아노라에게 감정이입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아노라'는 퀘벡 출신 감독 드니 빌뇌브의 '듄: 파트 투'를 포함한 9개 영화와 작품상을 놓고 경쟁한다.
콴과 베이커 감독의 만남은 로스앤젤레스 체육관에서 시작됐다. 당시 콴은 'NCIS: 로스앤젤레스', '캐슬' 등의 TV 프로그램에서 조연 배우로 활동 중이었다. 베이커가 처음 콴에게 독립영화를 소개했을 때, 그녀는 거친 화질에 당황했지만 점차 독립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두 사람의 첫 본격적인 영화적 협업은 2017년 '플로리다 프로젝트'였다. 콴은 한국 드라마 '퍼스트 스트리트의 기적(Miracle on 1st Street)'에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에서 어린 배우들의 연기 코치로 참여했고, 부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베이커 감독의 성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2012년 성인영화계를 배경으로 한 '스탈렛'에서 시작됐다. 콴과 베이커는 실제 성노동자들의 경험담을 수집하며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잘못된 결혼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여성들의 사례가 '아노라'의 모티브가 됐다.
영화 제작에는 토론토 작가이자 자신의 에스코트 경험을 담은 회고록 '모던 홀'의 저자 안드레아 워훈이 주요 컨설턴트로 참여해 작품의 사실성을 높였다.
49세인 콴은 영화의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이야기 구상부터 캐스팅, 편집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배우로서 경험했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녀는 단순히 대사만 하고 떠나는 배우의 역할보다 더 많은 참여를 원했고, 베이커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남편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콴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서로에게 완전히 솔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올해 오스카 후보작 중 여러 영화가 부부나 연인 관계의 공동 작업인 이유를 영화 제작이 삶의 전부가 되는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콴은 "때로는 어려움도 있지만 항상 서로를 지지하고 있다"며 "함께 꿈을 공유하고 이루어가는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블랙핑크 리사와 도자 캣, 레이,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퀸 라티파, LA 마스터 합창단이 축하 무대 진행을 확정해 폭발적 반응을 받고 있다. 특히 블랙핑크 리사는 K팝가수 최초로 아카데미 축하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