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2년 6월 18일 토요일 당일산행. 오전 6시 30분 동서울 출발
코스 : 가리산리 새마을(09:12) - 주걱봉 - 가리봉 - 가리벨리 하산(17:29)
인원 : 영희언니, 자연, 모닥불, 하늘비, 대간거사, 일보, 향월초, 산정무한, 사계, 메아리, 수담, 은호, 김기열, 신가이버대장, 인샬라, 무불 (총 16명)
종일 안개와 습기에 조망이 없어 조금은 아쉬운 산행이었음 (2015년 9월 5일 메아리님 산행기에서 참조해 옴. 같은 날씨임)
설악이란 말은 항상 설레임이다.
그리고 설악은 안전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이기도도 하다.
오늘은 설악산 가리봉 주변으로 산행코스가 정해졌다. 오지팀 카페에서 가리봉으로 검색을 하면 202개의 목록이 나온다. 그만큼 오지팀이 가리봉을 얼마나 좋아하고 자주 갔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무불의 카페대표사진도 가리봉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다.누구라도 설악산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설악의 맨살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휴식년제로 입산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위험한 구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안개와 습기로 인해 미끌거리는 바위들을 오르 내리느라, 온 몸이 긴장으로 경직되고, 슬링과 나무 바위틈을 잡느라 어깨죽지 및 팔 곳곳에 알이 배었다. 그리고 왼쪽 엄지손가락 살갗이 살짝 까지기도 했다.
오래만에 오지버스 뒷자리가 꼭 찼다. 25인승 오지팀 버스는 배낭 및 기타 개인 짐들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19명이 서로의 살을 맞대며 탑승할 수 있는 생활 정원이다. 버스 안은 부피가 충만한 만큼, 오늘 산행에 대한 기대도 가득하다. 대구에 계시는 엄마가 원인모를 급성 열로 인해 경북대병원 감염내과에 입원하고 계시어, 산행대신 병문안을 가려 했으나, 감염의 우려로 면회가 불가해, 예정데로 가리봉(항상 가고싶은) 산행 오지버스에 몸은 싣었으나, 엄마에 대한 염려와 불효? 라는 기시감으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외곽으로 빠지는 교통량이 많아 답답한 차량흐름이 계속되다 (가족 단톡으로 엄마의 건강을 물어보고 있었다) 일순간 도로가 뻥 뚫리더니, 오지버스가 달리기 시작할 때 즈음 여동생과 엄마로 부터 영상통화가 왔다. 2주 전 엄마생일을 같이 보내고 웃으며 헤어졌었는데, 휠체어에 환자복을 입은 엄마를 보니 마음이 울컥한다. 갑작스런 고열의 원인은 모르나, 이제 식사도 하시고 산책을 나올 정도로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코로나 19 감염 휴유증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면역력과 기력이 떨어지면서, 기존 지병들이 동시에 올라온 것이라고 추측으로 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단다.
암튼 가장 큰 걱정거리 하나가 사라지고 오지버스는 달리기 시작하니, 내 마음도 가볍고 모든 주위풍경이 확 밝아지면서 갑자기 행복감이 훅 올라온다. 더욱이 오늘은 추억의 가리봉으로 가고 있으니.
습기는 가득하고, 공기중에 약간의 열감도 있어 아주 후덥하다. 오후 12시를 기점으로 비가 예상이 되어 바위가 많은 설악의 특성을 고려하여 12시 전에 위험 구간을 마치려는 계획으로, 시작부터 메아리님이 앞서고 대간거사님이 독려한다.
처음부터 계곡길을 예상한 것은 아닌데, 길이 없다. 우리는 몇개의 사방댐을 오르고 오른다. 다리가 긴 59개월 23일 된 대간거사님이(핑크운동화 사건 이후 대간큰언니로 불리신다. 오늘은 발목스패츠를 차셨는데, 그 모습이 꼭 여성분들 스타킹 신는 것 처럼 느껴져 속으로 희죽되었다) 긴 다리로 먼저 올라 팀원들 하나 하나 손잡아 올린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오지팀은 70대가 (환갑넘으면 오지에서는 다 70대라 칭한다. 해마님이 그렇게 만들었다.) 핵심 노동계층이다. 팀원들 챙기고 숙제도 열심히 하고.
공기가 습하다. 몸이 습하다. 모든 것이 습하다. 궁극의 습함으로 온 몸이 비 맞은 듯 푸욱 젖는다. 11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오지팀은 삼형제봉과 주걱봉 사이 능선에 오른다. 삼형제봉과 주걱봉은 내설악을 다니면서 자주 봐 왔었지만, 한번도 올라본 적은 없다. 삼형제봉은 애초에 코스에 들어있지 않았고, 주걱봉은 위험한 구간임을 알고 있었다. 나는 오늘 가리봉을 꼭 가야하기에 주걱봉을 반드시 오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습기는 많으나 비는 오지 않아서 인지, 주걱봉을 못 가본 팀원들이 대부분이라, 용기를 내어 주걱봉을 오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대간거사님 말로는 공식적으로 주걱봉을 맨손으로 오른 산행팀은 오지팀이 처음이라고 한다. 오지팀의 자부심을 가지고 나도 도전해 본다.
생각보다 미끄럽고, 슬링과 줄은 가냘프고. 올라가야하는 의지 보다는 슬~~ 두려움이 더 커진다. 아랫도리도 묵직해 지는 것이 약간의 고소공포증도 올라오고.
주걱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위험한 몇 구간이 있는데, 나는 두번째 구간에서 왼손 엄지 살갗이 바위에 긁히어 상처가 났다.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따끔거리는 것이 영 불편하다. 위에서 메아리님이 바위가 미끄러우니 자신이 없는 분들은 무리하지 말고 내려가라고 이야기 하신다. 바위가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바로 포기선언하고 2번째 위험구간에서 돌아선다. 오지 베짱이 은호님도 나를 따라 바로 포기선언. 그 뒤로 일보님도 같이 돌아선다.
한무리 오지팀들이 우르르 다 돌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주걱봉 바로 밑에서 바위가 너무 미끄러워 안전을 위해 정상을 포기하는 것으로 대간큰언니의 결정을 따른다. 모든 인원이 완전히 내려오는데 약 20분 이상 걸린 듯 하다. 향월초님 홀로 주걱봉 정상을 올랐다고 한다. 주걱봉 정상을 오르지 않았으니, 가리봉 정상을 갈 시간은 충분하다. 안개 가득한 뿌연 대기속에서 앞에 솟은 가리봉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른다.
가리봉을 향해 메아리님과 모닥불님이 선두로 나가고 무불이 따른다. 높은 습기와 흐름이 없는 공기로 인해 숨이 컥컥 차오른다. 연신 땀을 흘리며 묵묵히 가리봉을 향해 전진한다. 다 왔다 싶으면 조금 더 가야하고 또 조금더 가야하고 몇번의 반복 끝에 드디오 가리봉 정상에 오른다. 하나 둘 오지팀원들이 올라오고, 바로 밑 봉우리에서 다다를 즈음 만세 포즈 사진을 찍어 본다.
가리봉 정상에서 무불.은호님_왼쪽 영희엉니사진. 오른쪽 모닥불님 사진
2015년 9월 6일 메아리대장님을 선두로 가리봉에 처음 올랐었다. 오늘과 같은 날씨로 기억이된다. 당시 오지산행 초기라, 매 산행이 힘들고 어려웠으며, 내설악은 경험이 없어 낙석과 미끄러움으로 무지 고생을 했었다. 이때 가리봉 정상에서 불문님(당시 즈문)이 찍어주신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카페사진으로 쓰고 있다. 오늘은 그때를 기념하기 위해 8년 만에 그때 입었던 옷들을 그대로 입고 같은 장소에서 같으 포즈 사진을 찍으려고 단단히 벼르고 왔다. 영희언니 오자마자 사진을 부탁한다.
무불아 포즈가 반대다. 옷도 바래고 몸도 조금 바랬구나._2015년9월6일 불문님사진. 2022년 6월 18일 영희언니사진
단체사진 찍는다. 인원이 많아 오지의 찍사 영희언니는 벼랑 끝에 서서 앵글을 주문한다. 영희언니 주문에 따라 차곡 차곡 자리 잡으니 정상석은 가려졌다. 무불이 정상석을 가리키고는 있다. 하루 종일 미끌 미끌 올라 가리봉에 다다랐다. 여기서 더 경치를 감상하려 했으나, 해야할 숙제가 남았고 또 흡혈파리가 연신 달려들어 단체사진 후 지체없이 진행한다.
오늘은 특이한 경험을 했다. 오지팀산행에 우리를 반기는 주민들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시커먼 등산복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 집앞에서 서성대고 웃고 떠들고 있다면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집을 아기자기한 나무공예로 꾸며 놓은 집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모두에게 차를 대접하고 싶으시다고 하신다. 너무 감사하고 또 미안하여 대표 몇분을 선발하여 아주머니 정성을 감사히 받는다. 아주머니 건강하고 또 건강하세요. 아름다운 마음과 정성 잘 받았습니다.
곧 도착한 오지버스를 타고 씻고 먹으로 홍천으로 간다.
이렇게 2022년 6월 18일 설악 가리봉 주위 산행을 마치고 맛있는 식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회사일, 개인적인일 그리고 엄마의 입원으로 한주간 어수선 했었다. 엄마의 건강을 확인하고 또 추억의 가리봉에서 8년 만에 새로운 사진을 찍고 나니 고민의 8할이 날아가 버린 느낌이다. 역시 스트레스는 맑은 공기 마시며, 미친듯이 땀흘려 날리는 오지산행이 최고다. 그래서 오지가 좋다. 더더욱 오지사람들이 좋다.
오늘 특히 미끄러운 바위구간 솔선수범하여 회원님들 도와주시고, 숙제도 잘 하시고, 무엇보다 자잔한 일들 많이 도와주신 인샬라님께 감사드립니다.
오지를 ~~~
오지팀원들의 풍경 및 꽃사진 감상하세요. 사진_영희언니, 모닥불, 하늘비
산행기 쓰는 일요일. 오전에 양재천 산책하며 엄마와 영상 통화 하고 늦은 점심 후 계속잤다. 어제 높은 긴장감과 온몸의 진이 빠질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가? 코나나19 후유증인가?
첫댓글 오지산행에서 10년전 주걱봉을 그 북릉 타고 올랐을 때의 감흥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때 산행기 한번 찾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피곤하고 심적 고생도 많으셨는데
산행기도 알차게 잘 쓰셨네요
재미나서 단숨에 감상했습니다.
어머니께서 큰 문제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산행기 고맙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셔서 저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항상 도와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인샬라 아저씨
잘 지내시나?
올만이네.
산에서 한번 봐야하는데...
언젠간 보겠지 ㅎㅎㅎ
@아부라백작(오호진) 하이 백작
얼른 나오셔....나도 나오잖아...
산에서 보자구.....
오랜만에 대성황입니다.
무불님 글빨이 워낙 쎄서 안간 사람도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게 됩니다.
여전한 더덕주 대포잔.
이제는 여성전사들도
마다하지 않네요.
히든피크님 너무 반갑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요즘은 여성전사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더덕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덕씨앗 많이 뿌리려 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 한번 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구요.
어머님의 건강이 회복되어 다행입니다...모처럼 들린 가리봉은 역시나 조망이 꽝이었습니다...북설악에서는 조망이 괜찮았는데, 남설악만 가면 조망이 안터져요^^
감사합니다.
남설악은 조망 터질때 까지 다녀야겠습니다.
멋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설악산은 언제 어느 곳이나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글재주가 좋으시네요.
실감납니다.
전에 오지팀에서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멋지십니다.
선배님들이 먼저 계셨던 오지팀에 후배들이 조금이나 역할을 합니다. 여전히 선배님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아직 모르는 후배님들에게도 사랑을 전합니다.
붓꽃 밑에 사진은 초롱꽃인가요?
저는 모릅니다. 영희언니님께서 답댓글 드릴꺼에요.
영희언니께 확인했는데 초롱꽃이 맞다고 하십니다.^^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모두 추억이 서린곳이네요. 오지에서는 여러 지능선 가보지 않은곳이 없는듯 합니다. 운이 안좋은듯 싶네요. 저는 갈때마다 조망이 좋았는데. 가을에 단풍이 들때특히나 좋습니다.
단풍철에 가보고 싶네요. 기억했다 대장님께 건의해 보겠습니다. 설악을 잘 아시는 하늘재님도 같이 가이드 부탁드립니다.
지금보아도 잘 썼다 무불아. 중학교 때 쓴 소설 한번 도전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