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국힘의 대표가 되는 것을 보고,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생각한다.
작중 시간적 배경은 1987년→1959년→1960년→1987년으로, 어른 한병태가 과거 일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며, 소설 초두에
"자유당 독재가 아직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던 그해…“
라는 문구와 엄석대가 몰락한 시기를 다룰 때
"석대가 물러난 지 얼마 안 되어 4.19 혁명이 있었다“
라는 문장이 있다.
병태가 과거 일을 떠올린 시기도 꽤 의미심장한데, 군사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가 시작된, 중학교 입학 후 26년 후이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역산하면 작중 한병태와 급우들은 1948년생이 되고, 작중 회상 시점인 1987년 시점에서는 39세이다. 엄석대는 '출생 신고가 늦었다'는 작중 언급을 고려하면 그보다 몇 살 정도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한병태의 회고와 시선으로 엄석대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 석대가 잘나간다는 무성한 소문을 들으면서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바쁘게 살아가던 도중, 회고 시기로부터 몇 달 전에 가족과 휴가를 보내려고 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가다가 강릉역에서 석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석대는 형사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두들겨 맞고 체포돼 연행되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병태는 석대를 알아보았으나, 석대도 알아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병태는 석대는 모르는 눈치였다고 회고한다.
병태는 그날 저녁, 자고 있는 가족 곁에서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술을 마시다 눈물을 흘렸는데, 그때 그 눈물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회고를 마친다.
2005년 경 작가의 말에 또 다른 결말을 언급했는데, 석대가 화려하게 성공한 결말이다.
병태가 가족과 바다로 여행을 갔다가 숙소를 잡지 못하고 있던 도중, 우연히 만난 석대가 병태를 알아보고 여행하는 내내 지낼 수 있도록 고급 호텔을 잡아주게 되었다.
그날 저녁 석대는 병태의 가족에게 만찬을 제공하고 병태와만 같이 술을 마시러 갔는데, 석대는
"나중에 들었다. 그 무효표 둘. 한 표는 틀림없이 너의 것이었겠지. 세월이 지나도 그 귀중한 한 표를 잊을 수 없었다.“
라고 하며 병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병태에게
"신통치 않으면 날 찾아와라, 여기에도 업체가 있지만 본인의 주력 사업 본사는 서울에 있다. 옛날처럼 우리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다.“
라고 같이 일하자는 권유를 하며 다 못한 얘기는 다음에 서울의 식당에서 하자며 일어났다. 이에 병태가 방에서 나가는 석대를 앞질러서 오래전부터 모셔 온 사람처럼 문을 열고 맞이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회고를 마친다.
소설 속에서 병태는 서울에서 전학을 와서, 석대의 악행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오히려 석대로부터 도움을 받고 교실의 작은 권력을 맛 본다.
지금 한동훈은 윤석열 권력의 그늘 아래서 마치 소설 속의 병태처럼 반 아이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소설 속의 결말처럼 한 때 석대는 범죄자가 되었지만 다시 재기 하여 병태를 도와준다.
그리고 병태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즐기는 입장이 된다.
한동훈은 윤석열의 그늘 아래서 마치 병태가 그랬던 것처럼 속으로는 비판을 하지만, 서서히 제 2의 윤석열이 되어간다.
소설 속의 반 아이들은 마치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사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