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남자들이 먼저 오름 산행을 시작했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부부가 같이 참
여하면서 더욱 활기차고 즐거운 산행 분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남자 다섯만 산행에 나섰다.
이른바 외로운 독수리 5형제다.
제주시에서는 한라수목원 입구에 모여 차 한 대
로 출발했다. 일주일전부터 목요일엔 장맛비가 내
린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약간 흐리기만 할 뿐 비
가 올 기미는 없어보인다.
솔직히 산행을 못해도 농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알기에 비가 쏟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늘 우리가 산행할 코스는 한라산 둘레길 제2
구간인 거린사슴-돌오름 구간이다.
1100도로를 타고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를 조
금 지나면 사진에서 보이는 입간판이 보인다.
돌오름 입구까지 거리가 5.6Km 라 왕복 11km
가 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무리다.
그래서 3~3.5km 정도 가서 놀다가 돌아올 예정
이다.
입구에는 다른 단체팀이 있어서 약간 떠들썩하
다. 소음을 피해 우리가 먼저 출발했다.
그런데 아무생각없이 시멘트길을 따라가다가
앞장의 때늦은 각성으로 되돌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둘레길은 조릿대가 깔리고 이렇게 흙길
이라야 제격이다.
둘레길 돌오름 구간은 다른 둘레길보다 더 인공
의 흔적이 덜한 자연스러운 길이다. 나무만 조금
잘라냈을 뿐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다. 삼마무 숲길을 지나고 조릿대가 깔린 서어나
무 숲도 지나고 울퉁불퉁 자갈길과 물이 말라버
린 내창도 몇 개 건넜다.
아~ 지치고 힘들다. 쉬었다 가자.
저 나무 위에서 우는 새는 무슨 새일까?
삐쭉삐쭉 우니까 삐쭉새겠지.
3km 정도 왔다.
그런데 여기 웬 커다란 바위들이
그것도 줄지어 서있다.
인근에는 빠지면 나오기 어려운 늪도 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돌아가기로 하자.
어차피 더 가봐야 비슷한 길인걸.
독수리 5형제
돌아가기로 했다.
조금 내려오다가 내창 옆 폭신한 나무 밑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여학생들이 더 그립다.
이제까지 차려주는 음식 맛있게 먹기만 했지
그 손길의 고마움을 몰랐다.
그래도 살림꾼인 김립이 비닐장갑을 끼고 나
선다. 격식대로 반 차림을 확실하게 하고
"희수까지 굿짝!!!"
산행 내내 은하수의 유에스비 스피커가 신나는
음악을 틀어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201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