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남자들은 얼른 숙소로 들어가 동양화(?) 예술활동을 하고 싶어한다
여자들은 서양화 감상을 하고 싶고.
근처를 검색하니 정방폭포 근방에 '왈종 미술관'이 있다
우리를 왈종미술관에 내려주고 숙소에 가 맘껏 예술활동 하라고 하니
남자들 표정이 갑자기 활기에 넘친다
카드까지 넘겨주며 맘껏 쓰라고 인심 쓴다
카드를 넘겨 줄 땐 기껏 차 한잔씩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어림없는 소리
모든 갤러리에는 아트샵이 있기 마련인걸.
그것도 예술가의 작품이 담겨 좀 값이 나가는 굿즈인걸 모르나보다

제주에 정착한지 20여년이 넘었다고 하는 이왈종님
인간의 행복과 불행, 사랑과 고통, 자유와 구속, 외로움 등을
꽃과 새, 물고기, 자동차, 노루, 골프 등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입장권도 세심한 신경을 써서
잘라내면 이렇게 책갈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책갈피는 이책 저책 손에 가는대로 읽는 스타일의 나 같은 사람은
많을 수록 좋다
가끔 책갈피를 끼워둔 상태로 책을 반납하기도 하는 정신없는 사람 나.

백자를 닮은 모양의 집이라고 하는데
언뜻 따뜻한 차를 담은 머그컵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입장권, 팜플렛 등 모두가 아트작품이다
한동안은 펼쳐보고 만지작 거리면서 갤러리를 기억할 듯 하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우리들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작품 속의 오브제가 다 들어있는 설치작품이 동화스럽다
잠시 작품을 감상해볼까요?





















살짝 낯 뜨거운 작품도 만드시는 짓궃음


화장실 표지판도 이렇게 왈종스럽다
그의 그림속의 인물들을 닮은 듯
심플하면서도 장난스럽다





혹시 발견하셨는지요
그렇다면 대단한 눈썰미를 갖고 계시군요
이 작가의 그림 속엔 골프하는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평안한 집
그리고 그 안의 단란한 모습을 그렸는데도
어김없이 집 한쪽엔 골프백이 세워져있다

그렇다 작가는 골프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누워서도 골프채 그립 잡는 법을 연구하는 걸 보면
골프광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더 흥미있게 감상했다
공감하면서......

3층엔 작가의 작업실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작가의 방이라면 몰래 훔쳐보고 싶은데
이렇게 개방해놓고 구경하라 하니 얼마나 좋은지


여긴 절대 골프샵이 아닙니다
왈종님이 쓰시던 골프채들이 이렇게 전시되어있다
골프채도 작가의 방에 있으면 멋진 오브제가 되어
설치미술작품처럼 보인다

옥상은 그야말로 전망대가 따로 없다
이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면 가슴이 뻥 뚫리면서
작품구상이 저절로 될 듯 하다


너희들은 참 호강한다
답답한 실내가 아닌 이렇게 멋진 전망대에 전시되어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 방은 편안히 앉아 작품을 감상하는 방이다
작품을 동영상으로 만들었는데
참 재미있다
시간 여유있으면 편안히 쉬면서
움직이는 그림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참새가 방앗간엘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커피와 굿즈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차를 마시면서 창을 보면
창이 액자가 되어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여준다
싱그럽고 화사한 풍경화

전시회 관람 후 항상 욕심나는게 우산인데
가격이 착하지 않아 늘 아쉽게 돌아섰었다
동양화 그릴 생각에 카드도 던지고 숙소로 들어간 남편들 ㅎㅎ
얼른 하나씩 집어든다
우산 케이스까지 얼마나 예쁜지 쉽게 버리진 못하겠다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노루까지 뛰어노는 파우치도.

이 우산 이야기좀 해야겠다
집에 와서 자랑을 하려고 펼쳤는데
탁하고 걸리면서 펴져야하는데
아무리 해도 펼쳐지질 않는다
에잉 내건 불량이야!
전화하니 종업원인듯한 사람이 무뚝뚝하게
착불택배로 보내면 새것으로 보내준단다
귀찮은 일거리하나 생겼군 ...하고 있는데
곧바로 다시 걸려온 전화
"왈종미술관이에요"
우리에게 기념품을 팔았던 화가의 아내 되는 사람이다
많은 우산을 제작해오다보니 가끔 불량이 있다면서
주소만 불러주시면 곧 새 것으로 보내주신단다
역시 CEO 는 배포가 다르구나


작품 감상을 하다보면
어느새 행복해진다
산뜻한 색감과 장난끼있는 모습들이
저절로 입꼬리를 올라가게 한다
다음에도 기회되면 또 들려보고 싶다
어떤 새로운 시도로 날 행복하게 해 줄지 기대하면서
첫댓글 행복했던 기억들이 되살아 나네요~^^
태풍소식에 옥상의 설치 작품들 내리고 갈무리하느라 바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