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진 촌요(耽津村謠)
棉布新治雪樣鮮(면포신치설양선) 새로 짜낸 무명이 눈결같이 고왔는데
黃頭來博吏房錢(황두래박이방전) 이방 줄 돈이라고 황두가 뺏어가네
漏田督稅如星火(누전독세여성화) 누전 세금 독촉이 성화같이 급하구나
三月中旬道發船(삼월중순도발선) 삼월 중순 세곡선(稅穀船)이 서울로 떠난다고.
핵심 정리 • 지은이 : 정약용 • 갈래 : 칠언절구(七言絶句) • 압운 : 鮮 錢 船 • 성격 : 고발적. 비판적 • 표현 : 직유법. 도치법 • 주제 : 관리들의 횡포 고발 • 출전 :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시어 시구 풀이 棉(면) : 목화 樣(양) : 모양. 형상. 무늬 鮮(선) : 곱다. 깨끗하다 博(박) : 넓다. 취하다. 漏(루) : 새다 督(독) : 살피다. 단속하다 • 布(면포) : 무명 • 新治(신치) : 새로 짜내다 • 雪樣鮮(설양선) : 눈처럼 희고 곱다 • 黃頭(황두) : 중국 한(漢)나라 때 선박을 관리하던 벼슬 이름. 여기서는 지방 관리를 이르는 듯함 • 博(박) : ‘搏(박) - 뺏다. 취하다’와 같은 의미 • 漏田(누전) : 토지 대장에서 누락된 전토 • 督稅(독세) : 세금을 독촉하다 • 星火(성화) : 몹시 급한 일의 비유 • 道發船(도발선) : 도에서 조정으로 세미(稅米) 실은 배를 보냄 새로 짜낸 - 고왔는데 : 새로 짠 무명을 자랑스러워하고 만족해 하는 모습이 선연하게 살아 있다. 이방 줄 - 뺏어가네. : 지방의 말단 관리조차 그 횡포가 심하였음을 보여 준다. 누전 세금 - 급하구나. : 장부에 누락되어 세금 매길 근거가 없는 토지를 재결(災結)로 거짓 보고하여 세금을 앗아가는 지방관의 횡포를 보여 주고 있다.
해설 및 감상 15수로 되어 있는데 작품 중 제 7수이다. 탐진(耽津)은 지금의 전남 강진으로서 다산(茶山) 정약용의 유배지이다. 그 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시절에 농촌의 모습과 농민 생활의 고초를 그린 ‘탐진 촌요’는 ‘탐진 농가(耽津農家)’, ‘탐진 어가(耽津漁歌)’와 더불어 3부작(三部作)을 이루고 있다. ‘탐진 촌요’는 모두 15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실린 것은 그 중 한 수이다.
이 작품은 관리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눈물겨운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피땀 흘려 짜낸 무명을 황두들이 뺏어가고, 성화 같은 세금 독촉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삶의 모습이 눈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다산(茶山)의 한시(漢詩) 가운데는 관리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고달픈 삶을 노래한 것들이 많이 있는데, 다산은 이런 작품을 통해 당시의 피폐한 농촌의 현실을 고발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을 촉구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가혹한 정치를 이르는 말)’라는 구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