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산지: 화악산(1,468/중봉1,237), 경기 가평군 복면, 강원 화천군 사내면 일대
※ 입산일: 2014년 7월 27일 (9시30분~ 17시30분)
※ 입산구간: 약속의 섬 ~ 언니통봉 ~ 중봉 ~ 약속의 섬
※ 날씨: 구름
관악, 감악, 운악과 함께 경기 5악에 들어간다는 화악산.(이북의 개성 송악산 포함)
벼르고 별렀던 화악산이다. 접근도 쉽지 않고 원점회귀도 어려워 미뤄놓았던 산이다.
화악산까지 마음을 내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산에 대한 경외심이 작용했다.
가평쪽 산은 지금까지 경험상 어려운 산행이었다. 계곡이 좋은 산이므로 봄, 여름, 가을에 좋을 것인데 난 우연찮게 가평의 산을 겨울에 찾았다,
겨울의 가평은 설악이나 지리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깊은 골을 갖고 있어 추위도 강원도 오지 못지 않다.
명지산, 연인산, 유명산에서 가평 겨울의 위용을 느꼈다. 특히 유명산에서 물을 들고 갔다가 얼음으로 내려선 적도 있으니 가평의 겨울은 강원의 겨울과도 다를 바 없다.
그런 점에서 가평은 봄, 여름, 가을, 특히 여름에 어울리는 산이다.
부랴부랴 화악산을 이 시절 찾은 이유다.
약속의 섬 쪽을 들머리 삼아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노루오줌.
들머리 인가를 뒤로 돌아 된비알을 조금 오르면 바로 능선이다.
날도 흐리고, 숲이 제법 깊어서 먼발치로 시선을 둘 수가 없다. 그러니 화악산 중봉과 내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
무작정 걷고 걸을 뿐.
▲ 노루오줌
▲ 영아자
▲ 뚝갈
▲ 등골나물
덕유산의 원추리는 끝물일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원추리를 예전에는 돌처럼 바라봤었다.
그런 원추리가 어느 순간 가슴으로 들어왔다.
저 노란색은 개나리의 그것과도 다르고, 병아리의 그것과도 다른 순수 그 자체다.
덕유의 원추리를 뒤로 하고 화악산을 찾은 것은 모시대와 금강초롱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산이 내어주는 꽃을 감상하면 그만일뿐. 감놔라 배놔라 할 것이 아니다.
그래도 가끔씩 속세의 욕심이 산에서도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걸 보니 아직 멀었다.
그렇게 한참 발걸음을 옳기는데 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원추리였다.
생각지도 않았던 원추리를 만난 반가움이 가시기도 전에 동자꽃까지.
▲ 원추리
▲ 동자꽃
산등성이는 순한 길로 이어졌다. 좌우로 이보다 높은 곳이 없으니 능선은 분명한데 앞은 숲으로 가려 보이지 않으니 칼날능선은 아니고 계속 오르는 능선이다.
이정표는 세워진 것이 거리가 각양각색이라 거리에 대해서는 그려려니 해야 한다. 언니통봉. '언니가 통통'
언니통봉을 지나면서 원추리는 한껏 더 원숙한 자태를 뽐낸다. 경기 최고봉이 주는 산꽃의 선물에 나는 걷고 있는지 멈춰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
화악에는 단풍나무가 제법이다.
지금은 짙푸르지만 가을을 맞으면 탈색되리라.
가을의 자태가 충분히 그려지는 순간이다.
원추리보다 나리꽃의 생명력이 더 강한 듯하다. 나리꽃은 더 일찍 피웠는데 아직 절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더 높은 곳까지 자라고 있다. 분포가 더 넓다.
고도를 높이면서 병조회풀, 며느리밥풀꽃, 둥근이질풀도 나타난다.
▲ 병조회풀
▲ 나리꽃
▲ 며느리밥풀꽃
▲ 둥근이질풀
드디어 수줍은 모습을 드러내는 모시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한다.
지금부터 화악은 꽃밭이 된다.
동자꽃부터 냉초, 나리꽃, 모시대, 꿩의다리 등 온갖 꽃들이 서로 뽐내며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모시대
▲ 꼬리풀
▲ 꿩의다리
▲ 기름나물
▲ 곰취
▲ 물레나물
드디어 중봉.
날이 흐려 조망이 시원찮다. 바로 옆이 군부대 철조망이 있고, 경비병이 지키고 있다.
군부대가 차지한 산마루를 지나면 석룡산으로 이어지는 곳인데..
▲ 중봉
화악산이 경기 최고봉이라더니 과연 산꽃을 품고 있는 정도도 제법이다.
산이 깊은 만큼 계곡도 좋은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올라왔던 곳으로 다시 내려서려 한다.
조무락골의 물맛을 보고 싶었지만 산꽃에 반해 시간을 많이 흘려보냈다. 이미 지나온 길이건만 다시 돌아가는
화악산은 왜 또 다른 느낌일까?
결국 사람 마음의 변화일 것이다. 오르면서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있다면 내려서는 길에서는 만족감, 여유가 함께 드러나 전혀 다른 산길을 걷는 셈이다.
▲ 송이풀
▲ 등골나물
숲에 들어설 때 흐릿했던 시야는 내려오는 길에 날이 개면서 숲은 빛을 머금었다.
숲은 생명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욕심까지 품는 넉넉함이 있으니 품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랴.
그 숲에 오래 머물러 숲을 닮아가고 싶다.
절 구경한다고 산자락을 거닐다가 어느 순간 산마루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맛에 취해 산에 있었고 그러다 산이 좋아 오래 머물고, 산꽃에 반해 산을 찾는다.
산에서 많이 혼났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원추리 생각에 욕심을 냈다. 욕심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비웠는데 그 순간 원추리를 봤다.
사실은 산이 품은 원추리를 자연스럽게 만났을 뿐이다. 원추리를 만나기 전까지 내 마음은 수도 없이 갈등을 일으킨 것이고 갈등에서 벗어난 순간 원추리를 만났으니 수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어떤 이는 깨달음의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종교에 귀의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겠으나, 화악산이 품은 모습을 봤을 뿐이다. 넉넉한 화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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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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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제가 간 코스가 젤 편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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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산을 겨울에 주로 다녔는데 여름에 오니까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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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야생화에 깊이가 있군요.
화악산~~ 멋집니다.
수고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번 맛보세요^^
좋은글 좋은사진 잘 구경하고갑니다
과찬이세요. 고맙습니다^^
야생화에 높은 지식을 가지고 계시네요.
화악산은 분비나무와 자작나무가 제법 있는곳이죠.
어느 계곡에 가면 보기드문 가시오갈피와 생열귀나무도 볼수 있지요
금강초롱은 석룡지나 도마치방향으로 수덕바위봉 못가서 볼수있습니다
북면터미널지나 가평가기전 노루목고개에 괜찬은 맛집 젓갈쌈밥집 1인 1만원과 1만5천원의 식단이 있습니다.
특히 봄이면 수천 수만송이씩 군락을 이른 뀡의 바람꽃과 노랑제비꽃 흰노루귀 얼레지(특히 흰노루귀는 수만송이)핀것을 볼수 있습니다
산꽃은 계속 찾고 배우고 묻는 중입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