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무덤에 같이 묻히자”… 日 합장묘 인기, 생전 계약자 급증
‘하카토모(墓友·묘우) - 무덤 친구’
[What & Why]
김동현 기자 입력 2024.03.06. 03:00 조선일보
최근 일본 효고현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이 주최한 ‘하카토모(墓友·묘우) 오찬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일본에서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함께 합장묘에 누울 이들과 생전부터 교류를 맺으며 이른바 ‘하카토모’ 관계를 맺고 있다고 NHK 등이 최근 보도했다./효고현 고령자생활협동조합
일본의 한 고령자 주택에 사는 아사카와 사치코(77)씨는 최근 고베의 식당에서 또래 30여 명과 점심 모임을 했다. 고향도 살아온 내력도 제각각인 이들은 삶을 마감하게 되면 화장(火葬)한 육신이 같은 무덤에 합장될 사이다. 그래서 서로를 ‘무덤 친구’라는 뜻의 ‘하카토모(墓友·묘우)’라고 부른다.
이처럼 최근 일본에서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함께 합장묘에 누울 이들과 생전부터 ‘하카토모(墓友·묘우)’로 교분을 다지고 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이 점심 모임을 주최한 효고현 고령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고베시에서 합장묘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두 묘지에는 지금까지 100여 명이 안장됐고, 살아 있을 때 자신의 묫자리로 점찍은 계약자만 256명에 이른다. 합장묘 계약금은 1인당 약 15만~20만엔(약 130만~180만원)이고 사후 유지비는 들지 않는다. 계약자들은 “(죽고 나서) 무덤을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않아도 돼 좋다”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생협은 합장묘를 찾는 노인이 늘어나자 ‘같은 무덤에 누울 이들끼리 미리 만나면 좋겠다’며 10여 년 전부터 점심 모임을 열고 있다. 연 2~3회 개최하고 참석 여부는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 처음엔 절반 정도였던 참석률은 90%까지 높아졌고, 모임마다 30명 넘게 온다. 2022년부터 모임에 빠지지 않는 아사카와씨는 “같은 무덤에 들어갈 사람들인데 얼굴 정도는 아는 게 좋겠단 생각에 오게 됐다”며 “(모임은) 그저 밥만 먹고 끝난다.
‘하카토모(墓友·묘우)’는 담백한 사이로 서로 인생에 깊이 관여하지 않아 편하다”고 했다. 최근 ‘하카토모’들과 처음 만난 가쓰라 다쓰지(77)씨는 “모르는 사람과 식사하면 긴장해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인데, 합장묘가 이어준 인연이란 생각에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선 고령자들이 장례나 무덤, 상속 등 사후 자신과 관련해 일어날 일들을 미리 조치해놓는 ‘슈카쓰(終活·종활)’가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노인들에게 최신형 묘지나 납골당 견학, 법률 전문가가 동석하는 유언장 작성 등이 포함된 ‘슈카쓰(終活·종활) 투어’를 제공하는 상조 업체도 있다.
슈카쓰(終活·종활)가 개인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서로 친구를 맺는 ‘하카토모’ 관계까지 발전하자 일본 언론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들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일본 시니어 생활문화 연구소 고타니 미도리 대표는 NHK에 “혈연을 넘어 무덤에 함께 들어간다는 유대감이 노인들의 삶을 느슨하게나마 지탱해주고 있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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