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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지한(甁凍知寒)
물병의 물이 언 것을 보고 날씨가 추워짐을 안다는 뜻으로, 세상의 일을 당해서 뒤늦게 안다는 말이다.
甁 : 병 병(瓦-8)
凍 : 얼 동(冫-8)
知 : 알 지(矢-3)
寒 : 찰 한(宀-9)
출전 : 변계량(卞季良) 춘정집(春亭集)
꽁꽁 얼었던 전국이 조금씩 풀린다는 소식이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거나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옛 속담이 무색하게 올 겨울은 대한(大寒) 전후부터 맹위를 떨쳤다.
작은 조짐만 보고도 어떤 일이 닥칠지 미리 알 수 있다는 일엽지추(一葉知秋)란 말이 있다. 조그만 나뭇잎 한 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면 굉장히 예지력이 뛰어난 사람이겠다.
그런데 겨울이 오고도 한참, 병속의 물이 언 것(甁凍)을 보고서야 천하에 추위가 왔음을 알게 된다(知寒)면 둔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일을 당해서야 뒤늦게 안다는 것에는 맡은 일에 몰두해서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른다는 뜻도 포함하니 손가락질만 할 일이 아니다.
변계량(卞季良)은 고려 말과 조선 초기에 걸쳐 높은 관직을 거치며 태조(太祖) 실록 편찬과 고려사(高麗史) 개수에도 참여한 명신이다.
아호를 딴 춘정집(春亭集)이란 시문집에 이에 대한 시가 실려 전한다. 3권의, 차이재급김대언시운(次頣齋及金代言詩韻; 이재와 김대언의 시운을 차운함)이란 시 7수 중 마지막에 나온다. 그 부분을 옮겨보자.
鋤禾竟是盤中粒(서화경시반중립)
甁凍可知天下寒(병동가지천하한)
벼 기른 게 결국에는 밥그릇의 쌀알 되고, 항아리 언 걸 보면 천하가 추운 거지.
參贊會須登至治(삼찬회수등지치)
女多餘布士餘餐(여다여포사여찬)
정사를 보필하여 치세로 만들면, 여자는 베가 남고 남자는 곡식 남지.
뜻을 풀이한 것을 보면 이렇다. 벼슬을 얻어 벼슬길에 나섰지만 나라 위해 한 일이 없어 부끄럽다. 호미로 김을 매어 밥을 얻고 병속의 물을 마시려고 기울이자 언 것을 보고 비로소 추위가 온 것을 알았다. 이처럼 열심히 노력해도 실제로 알아주는 이 없구나 하는 한탄이다.
일주일 넘게 엄습한 강추위가 전국에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부산도 영하 10도까지 내려가 도로 결빙에 수도관 동파, 물탱크 파열 등 피해가 이어졌고 시장도 한파에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폭설로 인한 제주공항은 지난 주말부터 전면 결항돼 이틀 지나 재개되는 등 난리였다. 올 초만 해도 40여 년만의 이상기온이라며 겨울축제가 울상이라고 했는데 급변했다. 추위가 없다고 겨울이 아주 간 것이 아닌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아닌지 돌아볼 때다.
次頣齋及金代言詩韻
변계량(卞季良)의 '이재와 김대언의 시운을 차운함(次頣齋及金代言詩韻)'
1.
携酒論詩足寫憂,
崧山況復是淸游.
술 들고 시 논해도 근심 씻기 족한데, 놀기 좋은 숭산이야 말할 게 뭐 있겠나.
想知濯足溪邊坐
好箇松風洒醉頭
알겠네 시냇가에 앉아서 발 씻을 때, 시원한 솔바람이 취한 얼굴 스칠 걸세.
2.
多病詎懷天下憂,
逍遙吾欲學莊游.
병객이 어떻게 천하를 걱정하랴, 장자의 노닒을 배우고 싶었다네.
秪應一段貪詩癖,
苦吟眞同鶴側頭.
그래서 일단의 시 탐하는 그 벽에, 학처럼 머리 숙여 골똘히 생각하지.
3.
丈夫當以國爲憂,
肯向明時賦遠游.
장부는 나라를 걱정해야 하나니, 성대할 때 유랑 시를 쓰려고 하겠는가.
慚愧不才仍抱病
蛾班也自近螭頭
부끄럽게 재주 없고 병까지 들었는데, 동서반 서열 중에 측근에서 모시었네.
4.
淸遊能遣百憂寬,
宦海如今正息瀾.
상쾌한 유람은 걱정이 사라지나, 지금은 환해에도 파도가 그치었네.
天眷昵承陪玉案,
野情還似戴黃冠.
총애를 받아서 옥안을 모셨지만, 야정은 도리어 황관을 쓴 것 같네.
*황관(黃冠) : 농부의 모자이다. 예기(禮記) 교특생(郊特牲)에 “농부는 황관을 쓰는데, 황관은 풀로 만든 것이다.”라고 하였다.
登山坐石蒼苔滑,
看水臨風六月塞
산에 올라 미끄러운 이끼 돌에 앉아서, 물을 보며 유월의 변새 바람 쏘이었지.
唱和新詩俱絶倒,
長吟使我自忘餐.
주고받은 새 시가 작품이 하도 좋아, 목청 늘여 읊조리며 때 된지도 잊었다네.
5.
少着儒衣長且寬,
壯行直欲障狂瀾.
젊어서 길고 넓은 선비 옷을 입은 것은, 장성해서 거친 파도 막아 보고 싶어서지.
幸從昭代參紆組,
空免傍人笑倒冠.
다행히도 성대의 관료에 끼인지라, 부질없이 사람들의 폭소거리 모면했지.
多病眞成司馬瘦,
貪詩竟學孟郊寒.
병이 많아 정말로 사마처럼 말랐지만,
결국에는 시벽(詩癖)들어 맹교 빈한 배웠다네.
*사마(司馬) : 한(漢) 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인데, 성도(成都) 사람으로 자는 장경(長卿)이다. 한 무제(漢武帝)에게 부(賦)를 지어 바쳐 벼슬을 받을 정도로 글에 능하였는데, 항상 소갈병으로 고생하였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맹교(孟郊) : 당(唐) 나라 호주(湖州) 무강(武康) 사람인데 자는 동야(東野)이다. 현존하는 맹교의 시는 4백여 수인데 악부 고시(樂府古詩)가 많다. 대체로 가난의 고난을 하소연하되 감정이 진지하여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秪應方寸胸中血,
常擬區區報一餐.
그래서 흉중에 들끓는 그 충심이, 언제나 밥 한 그릇도 갚으려고 한다네.
6.
風彩看來栗且寬,
早從文學富波瀾.
풍채를 볼 때에 씩씩하고 관대한데, 일찍이 문학하여 문장이 풍부하네.
講經自合承前席,
奏事誰曾値不冠.
경전을 강론할 땐 주상이 경청하고, 사건을 아뢸 적엔 임금님도 정장했지.
洪量海容天下水,
貞心松耐雪中寒.
큰 도량은 천하 물을 수용한 바다 같고, 곧은 마음 눈 속에 추위 견딘 소나무지.
廟堂異日開東閤,
也擬相尋見吐餐.
후일에 의정부에 동합을 개설할 때, 찾아가면 토찬의 대우를 받겠지.
*토찬(吐餐) : 선비를 극진히 대우한다는 뜻이다. 옛날 주공(周公)이 찾아오는 손님을 성의껏 접대하여 밥을 먹거나 머리를 감을 때에 손님이 오면 먹던 밥은 뱉고 감던 머리는 쥐고서 바로 나가 마중하였다고 한다. (史記 魯世家)
7.
吾生幸沐睿恩寬,
愧乏微涓得助瀾.
내 생애에 다행히도 후한 은총 입었으나, 부끄럽게 강하에 한 방울도 못 보태었네
山甫早能陪袞職,
少陵何必歎儒冠.
산보가 일찍이 보필을 하였다면, 소릉이 유관을 탄식할 게 뭐 있겠나
*산보(山甫) : 산보는 중산보(仲山甫)인데 주 선왕(周宣王)의 명을 받아 제(齊) 나라에 성(城)을 쌓기 위해 나가면서 임금을 보필하지 못하여 불안해하자 윤길보(尹吉甫)가 ‘속히 돌아오도록 선왕께 고하겠다’는 시를 지어 위로하였다. (詩經 大雅 烝民)
*소릉이 유관을 탄식할 게 뭐 있겠나 : 소릉(少陵)은 두보(杜甫)의 별호이다. 두보의 시 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에 “유관이 대부분 신세를 망치었네(儒冠多誤身)”라고 하였는데, 이는 대체로 바른 길로 가는 선비를 조정에서 알아주지 않아 일생을 궁하게 사는 것을 탄식하는 뜻이다.
鋤禾竟是盤中粒,
甁凍可知天下寒.
벼 기른 게 결국에는 밥그릇의 쌀 알되고, 항아리 언 걸 보면 천하가 추운거지
參贊會須登至治,
女多餘布士餘餐.
정사를 보필하여 치세로 만들면은, 여자는 베가 남고 남자는 곡식 남지.
병동지한(甁凍知寒)
변계량(卞季良)의 '이재와 김대언의 시운을 차운함(次頣齋及金代言詩韻)' 7수 중 마지막 수이다.
吾生幸沐睿恩寬,
愧乏微涓得助瀾.
내 생애 다행히 후한 은혜 입었건만, 여린 시내 물결 보탬 얻지 못해 부끄럽네.
山甫早能陪袞職,
少陵何必歎儒冠.
산보(山甫)가 임금 곁에서 진작 보필했더라면, 두보가 어이 굳이 유관(儒冠) 탄식하였으리.
鋤禾竟是盤中粒,
甁凍可知天下寒.
김을 매자 마침내 소반 위 밥이 되고, 물병 얼어 천하가 추워짐을 알 수 있네.
參贊會須登至治,
女多餘布士餘餐.
교화에 참여하여 지치(至治)를 이룰진대, 여자는 베가 남고 남자는 곡식 남을 텐데.
의미는 이렇다. 은혜를 입어 벼슬길에 올랐지만 정작 나라 위해 내세울 만한 일을 한 게 없어 부끄럽다.
주나라 선왕(宣王) 때 중산보(仲山甫)는 제(齊)나라에 성(城)을 쌓고 오라는 명을 받아 떠나면서 곁에서 임금을 보좌하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위태롭던 나라를 중흥시킨 명재상이다.
시경 증민(烝民)에 보인다. 두보는 '유관(儒冠)이 몸을 망친 일이 많다네(儒冠多誤身)'라 해서 올곧은 선비가 임금의 알아줌을 얻지 못해 일생을 궁하게 사는 것을 탄식했다.
애초에 품은 꿈은 그렇지가 않았다. 여름내 부지런히 김을 매서 추수를 한다. 물병의 물이 언 것을 보고 날씨가 추워짐을 안다. 시의 뜻은 이렇다.
모든 일이 순리대로 이루어진다면 좀 좋으련만 뜻 높은 그들에게 지극한 다스림에 참여할 기회는 오지 않고 불우를 곱씹으며 먼 곳을 떠도니 안쓰럽다는 얘기다.
서화반립(鋤禾盤粒), 벼를 김매 소반 위의 밥을 얻는다. 정직한 땀방울의 의미를 알겠다. 병동지한(甁凍知寒), 물병의 물이 언 것을 보고 날씨가 추워진 것을 안다.
연찬(硏鑽)의 몰두 속에서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몰랐다. 물을 마시려 물병을 기울이자 얼음이 버석대 겨울이 온 줄을 비로소 알았다.
이렇게 올곧게 노력해도 세상의 득의는 만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잔머리 굴리고 얕은 꾀를 써서 수단만 부리려 들면 성취에 가까울수록 파멸의 재앙이 그만큼 빨리 다가선다.
▶️ 甁(병 병)은 형성문자로 瓶(병)의 본자(本字), 硑(병)은, 缾(병)은 동자(동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기와 와(瓦; 기와, 질그룻)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幷(병)으로 이루어졌다. 단지의 뜻이다. 그래서 甁(병)은 주로 액체(液體)나 가루를 담는 데 쓰이는, 목이 좁은 그릇(유리, 사기, 오지, 쇠붙이 등으로 만듦)의 뜻으로 ①병(甁) ②단지(목이 짧고 배가 부른 작은 항아리) ③시루(떡이나 쌀 따위를 찌는 데 쓰는 둥근 질그릇) ④두레박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술 항아리를 병자(甁子), 화병에 꽂아 놓은 꽃을 병화(甁花), 항아리와 대그릇을 병소(甁筲), 꽃을 꽂는 병을 화병(花甁),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빈 병을 공병(空甁), 금으로 만든 병이나 금빛을 칠한 병을 금병(金甁), 무엇이 절반 들어 있는 병이나 한 병의 절반 되는 양을 반병(半甁), 작은 병을 소병(小甁), 약을 담는 병을 약병(藥甁), 배가 부르며 아가리의 전이 바라지고 목이 좁고 짧은 오지병을 양병(洋甁), 은으로 만든 병을 은병(銀甁), 병에 넣음이나 병에 꽂음을 입병(入甁), 술을 담는 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주병(酒甁), 쇠로 만든 병을 철병(鐵甁), 아가리가 좁고 어깨 부분은 크며 밑이 홀쭉하게 생긴 병을 매병(梅甁), 꽃병이나 물병을 아름답게 부르는 말을 보병(寶甁), 와견의 무늬를 놓아 만든 병을 견병(繭甁), 초를 담는 병을 초병(醋甁), 휘발유나 화염제를 유리병에 넣어 만든 일종의 화학 수류탄을 화염병(火焰甁), 유아에게 짠 모유나 우유 같은 것을 마시게 할 때 쓰는 병을 포유병(哺乳甁), 호리병박 모양으로 만든 병을 호로병(葫蘆甁), 주둥이가 닭의 대가리처럼 생긴 병을 계두병(鷄頭甁), 아가리가 넓은 병을 광구병(廣口甁), 물약을 넣어 주기 위해 쓰는 병을 급약병(給藥甁), 백옥으로 만든 병을 백옥병(白玉甁), 안에 담은 액체를 담을 때의 온도와 거의 일정한 온도로 장시간 유지하도록 장치한 병을 보온병(保溫甁), 물을 모아 두는 병을 저수병(貯水甁), 술병과 물병을 주수병(酒水甁), 유리로 만든 기체를 모으는 병을 집기병(集氣甁), 해류의 속도와 방향을 알기 위하여 해상에서 그 지점 경도 및 위도와 날짜를 적은 종이 조각을 놓고 꼭 닫아서 띄우는 병을 해류병(海流甁), 압력을 받아도 깨지지 않을 재료나 구조로 만든 병을 내압병(內壓甁), 안약을 넣어 점안하는 데 쓰는 병을 점안병(點眼甁), 사기로 만든 병을 사기병(沙器甁), 약이나 액즙 따위의 분량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헤아리는 기구를 점적병(點滴甁), 병 모양으로 된 서양식의 칠기를 칠호병(漆胡甁), 곤충을 기르기 위한 기구를 사육병(飼育甁), 병 모양으로 되어 산소를 넣어 두는 금속통을 산소병(酸素甁), 입 다물기를 병마개 막듯이 하라는 뜻으로 비밀을 남에게 말하지 말라는 말을 수구여병(守口如甁) 등에 쓰인다.
▶️ 凍(얼 동)은 ❶형성문자로 冻(동)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東(동)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凍자는 ‘얼다’나 ‘춥다’, ‘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凍자는 冫(얼음 빙)자와 東(동녘 동)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東자는 보따리를 꽁꽁 묶어 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凍자는 이렇게 보따리를 꽁꽁 싸맨 모습을 그린 東자를 응용해 너무 추워 움츠러든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凍(동)은 ①얼다 ②춥다, 차다 ③얼음 ④소나기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얼어 붙음으로 자산이나 자금 등의 사용 및 이동을 한동안 금지함 또는 그 상태를 동결(凍結), 서리를 맞아 얼어서 시든 배 또는 그 배처럼 쇠하고 시들어 검버섯이 난 노인의 피부를 비유하여 이름을 동리(凍梨), 심한 추위에 손이나 발이나 귀 등의 살이 얼어서 상하는 증상을 동상(凍傷), 추위로 얼어붙어서 생기는 손해를 동해(凍害), 얼어서 갈라짐을 동렬(凍裂), 얼어붙은 땅을 동토(凍土),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됨을 동빙(凍氷), 얼어서 죽음을 동사(凍死), 눈 모양의 구름 또는 겨울 하늘의 구름을 동운(凍雲), 겨울에 잡아 얼린 명태를 동태(凍太), 겨울에 내리는 찬 비 또는 진눈깨비를 동우(凍雨), 얼 듯 차가운 바람을 동풍(凍風), 얼어붙을 정도의 심한 추위를 동한(凍寒), 입을 것과 먹을 것이 없어 춥고 배고픔을 동아(凍餓), 추위에 몸이 얼어 입을 다뭄을 동금(凍噤), 동물이 겨울잠을 잠을 동칩(凍蟄), 푸성귀를 겨울에 심는 일 또는 그 푸성귀를 동파(凍播), 얼었던 것이 녹아서 풀림을 해동(解凍), 인공적으로 얼게 함을 냉동(冷凍), 언 것을 입김으로 불어 녹임을 가동(呵凍), 추위를 무릅쓰고 근무에 열중하는 일을 수동(守凍),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뜻으로 잠시의 효력이 있을 뿐 그 효력은 없어지고 마침내는 더 나쁘게 될 일을 함을 동족방뇨(凍足放尿), 흐르는 물도 겨울철에 얼음이 되면 쉽게 부러진다는 뜻으로 사람의 강유의 성질도 때에 따라서 달라짐을 이르는 말을 동빙가절(凍氷可折), 얼음이 얼고 찬 눈이 내린다는 뜻으로 심한 추위를 이르는 말을 동빙한설(凍氷寒雪) 등에 쓰인다.
▶️ 知(알 지)는 ❶회의문자로 口(구; 말)와 矢(시; 화살)의 합자(合字)이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말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矢)처럼 말(口)이 빨리 나간다는 뜻을 합(合)하여 알다를 뜻한다. 또 화살이 꿰뚫듯이 마음속에 확실히 결정한 일이나, 말은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알다, 알리다, 지식 등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知자는 '알다'나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知자는 矢(화살 시)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知자는 소전에서야 등장한 글자로 금문에서는 智(지혜 지)자가 '알다'나 '지혜'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슬기로운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智자는 '지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知자는 '알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말을 빠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知자도 그러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知(지)는 (1)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작용하는 힘. 깨닫는 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알리다, 알게 하다 ③나타내다, 드러내다 ④맡다, 주재하다 ⑤주관하다 ⑥대접하다 ⑦사귀다 ⑧병이 낫다 ⑨사귐 ⑩친한 친구 ⑪나를 알아주는 사람 ⑫짝, 배우자(配偶者) ⑬대접(待接), 대우(待遇) ⑭슬기, 지혜(智慧) ⑮지식(知識), 앎 ⑯지사(知事) ⑰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 살펴 알 량/양(諒), 알 식(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지식(知識),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지혜(知慧),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지혜로운 성품을 지성(知性), 지식이 있는 것 또는 지식에 관한 것을 지적(知的),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 능력을 지각(知覺), 지식과 도덕을 지덕(知德),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봄을 지인(知人),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은혜를 앎을 지은(知恩),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지자(知者),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을 지지(知止),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여러 사람이 어떤 사실을 널리 아는 것을 주지(周知), 어떤 일을 느끼어 아는 것을 감지(感知),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지(朋知), 기별하여 알림을 통지(通知), 인정하여 앎을 인지(認知), 아는 것이 없음을 무지(無知), 고하여 알림을 고지(告知), 더듬어 살펴 알아냄을 탐지(探知), 세상 사람들이 다 알거나 알게 함을 공지(公知), 서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을 친지(親知), 자기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를 일컫는 말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말을 지피지기(知彼知己), 참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지행합일(知行合一),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등에 쓰인다.
▶️ 寒(찰 한)은 ❶회의문자로 집에서는 풀을 깔고 잘만큼이라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艸+艸(맹; 풀), 人(인)의 합자(合字), 춥고 밖에서는 얼음이라는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의 언다는 데서 춥다를 뜻한다. 집안에 풀을 깔고 사람이 누운 모양, 추위를 나타내며,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는 얼음으로 역시(亦是) 추위를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寒자는 ‘차다’나 ‘춥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寒자의 금문을 보면 宀자와 艹자, 人(사람 인)자, 冫(얼음 빙)자가 그려져 있었다. 특히 사람의 발이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는 얼음이 있다. 발아래에 얼음을 그린 것은 집안이 매우 춥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불도 없이 풀(艹)을 깔고 있으니 추위를 견디기가 어려운 모습이다. 해서에서는 모습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寒자는 이렇게 변변한 이불도 없이 차가운 방 안에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차다’나 ‘춥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寒(한)은 ①차다, 춥다 ②떨다 ③오싹하다 ④어렵다 ⑤가난하다, 쓸쓸하다 ⑥식히다 ⑦얼다 ⑧불에 굽다, 삶다 ⑨중지하다, 그만두다 ⑩침묵하다, 울지 않다 ⑪천하다, 지체(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낮다 ⑫추위 ⑬절기(節氣)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찰 냉(冷), 서늘할 량(凉), 찰 름(凜)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더울 서(暑), 따뜻할 난(暖)이 있다. 용례로는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가엾고 딱함을 한심(寒心), 춥고 차가움을 한랭(寒冷), 겨울철에 기온이 급작스레 내려가는 현상을 한파(寒波), 추위를 느끼는 병을 한질(寒疾),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을 한미(寒微), 추위와 더위 또는 겨울과 여름을 한서(寒暑), 추위로 말미암아 받은 손해를 한해(寒害), 겨울철의 찬 기운을 한기(寒氣), 살갗에 느끼는 차가운 감각을 한각(寒覺), 찬 기운과 서늘한 기운을 한량(寒凉), 가난하나 깨끗함을 한소(寒素), 몸에 열이 나면서 오슬오슬 춥고 괴로운 증세를 오한(惡寒), 몹시 심한 추위를 혹한(酷寒), 추위를 막음을 방한(防寒), 지독한 심한 추위를 극한(極寒), 몹시 혹독한 추위를 열한(烈寒), 추위를 피하여 따뜻한 곳으로 옮김을 피한(避寒), 찬바람을 쐬어 생기는 오한을 객한(客寒), 모진 추위나 추위의 괴로움을 고한(苦寒), 배고픔과 추위를 기한(飢寒), 추위를 견딤을 내한(耐寒), 친족이 없이 고독하고 가난함을 단한(單寒),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찬 것이 감을 한래서왕(寒來暑往),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순망치한(脣亡齒寒), 빈한함이 뼈에까지 스민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일컫는 말을 빈한도골(貧寒到骨),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두한족열(頭寒足熱), 외로이 자는 방안의 쓸쓸한 등불이라는 뜻으로 외롭고 쓸쓸한 잠자리를 이르는 말을 고침한등(孤枕寒燈),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오래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춘한노건(春寒老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