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루루 여행에서 만난 토미 (Tommy)
따르릉! 상대는 뜻밖에도 토미 (Tommy)이었다. 토미는 전날 호놀룰루행
기내에서 바로 옆 좌석에 앉아있던 인도계 미국인 남자다.그가 기내에서
친구랑 둘이서 여행을 왔느냐고 묻기에 여행사 패키지상품으로 단체로
왔다고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명함을 주면서 혹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덧붙였다. 비행기가 착륙하여 통로를 걸어
나오는데 그는 우리의 숙소가 어디냐고 물었다.무심코 호텔과 성을 알려
줬는데 이렇듯 전화를 하여서 정말 너무나 고마웠다.
미국은 호텔에서 숙박인 이름을 모르면 방 번호를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곳이니까 하마터면 만나지도 못할 뻔 했다. 나는 반갑게 그의 전화를 받
으면서 우리는 지금 하나우마 만(Hanauma Bay)을 찾아 가려고 교통편
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그는 마침 점심시간이라면서 우리만 괜
찮다면 그곳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게 아닌가. 나는 주저없이 좋다고
대답했다. 그렇잖아도 친구와 나는 ‘하와이 여행가이드’ 책을 꺼내 놓고
메모하던 중이었다. 그는 잠시후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보면 토미는 인연이 정말 기이했다.그날만 해도 단체 여행 일정은
아침 일찍 호텔을 출발해서 그의 전화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그런데 늦장
부린 탓에 여행객이 이미 시내 관광을 떠난후여서 어쩔 수없이 호텔 방에
남아 있었다. 잠시후 간단히 준비를 한후 호텔 1층 로비로 들어서니 마침
우리일행 중 남자 한분이 우리를 아는척하며 다가왔다. 그는 비지니스차
여행팀으로 호놀룰루에 왔는데 아침일찍 서둘러 개인업무를 마치고 시내
관광을 하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던 참이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토미한테 무턱대고 안내를 부탁 했지만 불안 했는데 한국인
남자가 동행을 하니까 한결 마음이 놓였다. 더욱이 그는 미국 본토에서
유학생으로 8년간 지내서인지 영어는 물론이고, 미국인의 풍습에 대해서
도 익숙했다.토미가 호텔 로비로 들어왔다.그는 고향이 봄베이이지만 호
놀룰루행 직항이없어서 한국에서 하루를 머물고 왔기 때문에 무척 피곤
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고 시내 여러 곳을 우회
하여 운전하면서 가는 곳마다 설명을 해주었다.
차창으로 바라보니까 하와이는 정말 듣던 대로 너무도 아름다웠다.사방
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짙푸른 수풀 너머로 멀리 보이는 코발트빛
남태평양은 햇볕에 반사되어 한순간 숨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특
히 가로수인 야자수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차 안에 앉아있는데도 그 푸르
름이 가슴까지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와이는 무역풍이 불고 파
도가 높아 세계 곳곳에서 서퍼들이 찾아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고했다.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해 시내를 관광할 때 현지 가이드의 말이생각났다.
세계적인 서핑
명소인 선셋비치, 마가푸해안..등 아름다운 비치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
했다.하나우마 만에 도착하자 루빈은 그냥 되돌아가기 뭣했는지 자신이
근무하는 연구소에 조금 늦겠다고 전화를 한후 우리와 함께 해변으로 향
했다. 하나우마 만은 해변 백사장 까지 열대어들이 거의 나와 다녔다. 손
을 뻗쳐서 잡으면 잡힐 것만 같았다. “어머나! 이 열대어들 좀 봐요!” 나는
너무도 신기해 소리 쳤더니 동행한 우사장이 말했다."패키지투어를 하면
버스가 여기에서는 정차를 안합니다. 한국여행객들이 열대어 한테 먹을
것을 아무거나 막 줘서 고기가 죽었거든요." 그말을 듣자 오늘 아침 게으
름을 피우다가 단체 여행객을 놓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토미
는 바다 속 비경을 봐야 한다면서 스노클링을 제안했다. 우리는 곧바로
‘장비대여 숍’에서 물안경과 오리발을 대여해서 착용하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 네명이 나란히 물속을 유영하면서 열대어랑 나들이하듯
한참을 헤엄쳐 다녔다. 토미가 정말 고마웠다. 그 역시 동양인으로 낯선
이국땅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을텐데 단지 여행객인 우리한테
이토록 친절하게 대해주다니 정말 더없이 고맙기만 했다
낯선 곳을 여행하며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가여행의 진미를 느끼게 했다.
오후 2시경 토미는 먼저 가겠다고하며 해변에 설치된 간 이 샤워장에서
샤워를 마치고 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 나오는데 햇볕에 반사된 그의 모
습이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저녁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는좋은 사람이었다. 사실 그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많은 외국인들을
현지안내인으로 혹은 잠시 동행인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토미는 왠지 특
별했다. 언뜻 봐도 훤칠해 보이는 그의 외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모습 언저리로 은근하게 풍겨지는 뭔지 모를 우울한 느낌
때문이었을까.별빛이 반짝이던 밤, 호놀룰루 교외 어느 이름 없는 바닷
가에서 그는 말했었다. 이민생활이 너무도 외롭다고... 봄베이에서 만나
이미 결혼은 했지만 와이프는 호놀룰루의 종합병원 의사인데 새벽 4시
에 출근을 한다고 했다. 퇴근은 물론 빨리 하지만 다음 날을 위해 잠을
일찍 자야하기 때문에 그는 늘 혼자 있다고 했다.
토미는 우리랑 같이 있는 게 너무도 즐겁다고 했다. 자신이 우리 가이드
를 자청했다고 와이프한테 말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그날 저녁 우리
는 호텔로비에서 그를 만나서 와이키키 해변으로 갔다. 그곳은 우리가묵
고 있는 호텔에서 가까운곳으로 해변에 인접한 도보로 가는데 주변에 많
은 호텔과 유명브랜드상가...등에서 뿜어져나오는 불빛이 휘황 찬란했다.
거리에 가로등은 실제로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오래전에 원주민들이 고
래사냥으로 생활을 할때 그 기름으로 가로등을 밝힌 것이 유래되서 그당
시도 관광용으로 가로등 대신에 기름을 태운다고 했던 것 같다. 붉게 타
오르는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고 걸으면서 우리는 저마다 생각에 잠겨거
리를 걸었다. 바닷내음이 묻어선지 살갗에 닿는 바람도 그렇게 좋을 수
가 없었다. 그날밤 우리는 걷던길을 다시 되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
하면서 낯선 이국땅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보기도 했다. 토미도 말
없이 걸었다. 마치 오랫동안 여행을 같이 다닌 일행처럼 우리와 잘 어울
렸다. 예정된 일주일이 지나고 나와 함께 왔던 단체 여행팀은 귀국하기
위해 호놀룰루 공항으로 갔다.토미와는 전날 작별 인사를 마친터 였다
한국에서부터 같이온 인솔자가 보딩패스를 받고 있는 동안 나의 머릿속
에는 지난 일주일간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여행은 정말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다가도 여행이라는 날개를
달면 엔돌핀이 마구 솟는 것이다. 특히 타지역을 여행하면서 현지인한테
느끼는 인정(人情)은 남다른 것 같다. 호놀룰루여행도 그저 며칠간 휴식
을 하러 온 것 뿐이었는데 토미를 알게 되어 뜻하지 않던 친절한 안내를
받고 여행의 즐거움이 더했던 것은 아닌가싶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