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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가 아는 카페 Mon~Sun, am12:00~am12:00 원문보기 글쓴이: 김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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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음 앨범 수록곡의 선별 작업이 끝났다는 글을 올렸었는데요.
전 이제 시작이라는 뜻이었는데, 곧 앨범이 나오는 걸로 이해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그러고 보니 ‘곡을 썼다.’ 라는 말의 정의가 뮤지션들 마다 각기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경우에는 멜로디가 완성이 되면 ‘곡을 썼다.’ 라고 말하는데요, 그건 아무래도 제 음악 스타일이 대부분 발라드인데다가, 개인적으로 멜로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가요나 팝을 들을 때에도 가사보다는 멜로디나 편곡을 더 먼저 듣기 때문에 곡을 쓸 때에도 멜로디가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곡이 좋다는 칭찬이 젤 듣기 좋았고, 가사 때문에 제 음악을 좋아한다는 칭찬에는 기분 상했던 시절도 있었더랬죠. 지금은 칭찬이면 다 좋지만요. 하하)
따라서 음악의 장르나 개인의 우선순위의 따라서 작업의 순서나 스타일이 다 다른데요.
힙합이나 댄스, 일렉트로닉 음악 같은 경우는 리듬 패턴이나 사운드의 아이디어를 먼저 구성하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는 경우도 많습니다. 멜로디보다는 리듬의 그루브나 사운드, 분위기가 더 중요한 곡들도 있으니까요. 어떤 경우는 피쳐링을 부탁받은 가수가 멜로디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지요. 그럴 경우 공동작곡으로 명시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장르들은 작곡과 편곡의 경계선이 매우 모호하기도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작곡의 범주고 또 편곡의 범주인가를 구분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경우는 멜로디와 가사를 함께 써나가거나 가사를 먼저 쓰고 그 다음에 곡을 붙이기도 합니다. Lucid Fall 윤석이는 가사와 곡을 함께 쓰는 편인데 그래서 늘 제게 묻습니다. 가사가 정해지지 않고 어떻게 편곡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냐고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편곡이 완성되고 나서야 비로소 어떤 내용의 가사가 붙어야할지 확실한 감이 오곤 합니다. 물론 처음 곡을 쓸 때부터 막연하나마 가사의 컨셉이 정해져있지만 편곡이 그 범주를 좁혀준다고나 할까요. 사람마다 작업 스타일이 다 다르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합니다.
머릿속에 혹은 오선지위에 발가벗은 채로 태어난 멜로디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새싹입니다. 어떤 곡들은 이미 제 머릿속에서는 막연하나마 완성된 형태이기도 하고 어떤 곡들엔 몇 번씩 다른 옷을 입혀보기도 합니다. 단아한 화초로 꽃을 피울까, 무성한 나무로 키울까. 상상은 즐겁지만 그것을 실현화 시키는 과정은 다른 얘기지요. 하하.
자 이제 멜로디가 완성되었으니, 편곡을 할 차례입니다.
노래의 멜로디를 완성하고 나면, 가장 먼저 곡의 Key를 정하게 됩니다.
음악 시간에 배운 장조 단조가 바로 노래의 키입니다.
오선지에 샵(#)이나 플랫(b)이 몇 개 붙느냐로 식별할 수 있지요.
노래 곡의 키를 정하는 데에는 다음의 요소들이 고려됩니다.
보컬의 음역대.
악기 연주의 난이도.
각 Key가 갖고 있는 고유의 느낌
보컬의 음역대라는 것을 단순하게 부를 수 있는 가능 최저음부터 가능 최고음까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건 좋은 정의가 아닌 듯 합니다. 가창이라는 것이 단순히 어떤 음을 ‘낼’ 수 있다 없다가 아니라 얼마나 듣기 편하고 좋게 ‘부를’ 수 있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가수마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듣기 매력적인 음역대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높은 부분이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곡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음역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음 파트를 안정적으로 부르고자 키를 무턱대고 낮추면 앞부분이 너무 낮아져서 듣기에 편하지 않을 수 있지요. 따라서 고음 파트의 몇 음은 좀 무리가 되더라도 키를 높이기도 합니다. 어떤 곡은 고음에서 시원하게 지르는 것이 포인트일 수도 있으니 그런 경우에는 고음 파트를 안정적으로 부를 수 있는 키를 선택하고 앞부분을 다소 포기하기도 하지요.
가수들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일단 라이브를 배려하기보다는 앨범 녹음 우선으로 선택합니다. 앨범은 두고두고 듣는 것이고, 라이브는 어쩌다 한 번 하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앨범처럼 똑같이 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지만, 라이브만의 매력이라는 것이 있고, 정 안되면 키를 내려 부를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하.
반주에 쓰일 악기 때문에 키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아노는 기본적으로 어떤 키든 연주가 조금 더 어렵고 쉽고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프로 연주자라면 어떤 키의 곡이든 연주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현악기나 관악기의 경우에는 키에 따라 연주가 극심히 어려워진달지, 아니면 소리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기타가 민감합니다. 조가 달라지면서 운지와 톤의 느낌이 휙휙 바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베란다 프로젝트 작업 때에 기타의 키를 위해 키를 높인 적이 있습니다. 덕분에 공연 때 죽을 뻔 했지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각의 다른 키가 갖고 있는 고유 느낌이라는 것이 또 오묘합니다. 꼭 절대음감이 아니더라도 조금 관심을 갖고 들어보시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 취향에선 플랫(b)키가 주는 느낌은 따뜻하고 아련합니다. 샵(#)키가 주는 느낌은 말 그대로 Sharp하고 쉬크합니다. 좀 쓸쓸하기도 하지요. 가장 중립이고 기본인 C key는 소탈하고 평이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Eb이나 Ab key를 좋아합니다.
한 앨범의 수록곡이 모두 같은 키라면 재미도 없고 심심합니다. 그래서 곡의 순서를 배치할 때도 가능한 같은 키가 이어지는 것은 피하고, 경우에 따라선 큰 무리가 없다면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곡의 키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엔 한 앨범을 순서대로 죽 듣는 경우가 별로 없을 테니 이젠 더 이상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겠네요. (슬프다...)
운이 좋아서 이런 요소들이 단박에 딱 들어맞는 키를 찾게 되면 참 기쁘겠지만, 그런 은혜로운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대게는 고심 끝에 하나 정도는 양보하게 되는데, 여러 번 불러보고 들어보고 고민해야하기에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초기에는 가사가 없이 대충 외계어로 불러보게 되는데, 나중에 편곡 작업이 끝나고 가사를 붙여 놓고 나니 턱없이 노래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사의 발음에 따라 숨을 쓰는 양이 달라지고 발성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부득이한 경우에는 녹음이 끝난 이후에도 반주를 반키 정도는 내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뮤지션은 인지할 정도의 미세한 사운드의 차이가 나게 되죠. 저는 두 번 정도 눈물을 머금고 그런 결단을 내린 적이 있었는데요, 공들여서 다 만들어 놓고, 나중에 음질을 깎아먹는 가슴 아픈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처음에 최적의 키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Key를 정하고 나면 다음은 곡의 Tempo입니다.
이번엔 Tempo입니다.
곡의 장르에 따라서 템포가 조금만 바뀌어도 곡의 그루감이 크게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는 빠른 비트의 곡들이 민감합니다. 그루브(Groove)가 생명이니까요.
BPM이 빨라진다고 무조건 더 신나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리듬에 맞는 적정 템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리듬을 만들 때 템포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춤을 춰보고 노래를 불러보며 가장 몸이 흥겨운 접점을 찾는다고 하지요. 춤을 모르는 저로선 어려운 세계입니다. 그래서 제가 댄스 음악을 잘 못하는 것일 수도.
발라드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템포에 그리 민감하진 않아서, 주로는 노래 부르기에 가장 좋은 템포를 고릅니다.
너무 느리면 숨이 모자라서 노래가 힘들고, 너무 빠르면 가사를 발음하기가 벅차서 힘이 들지요. 노래에 있어서 숨이란, 마치 연료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폐활량이 좋은 가수가 유리하긴 하지만, 같은 숨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써서 노래하느냐의 테크닉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데모 작업 때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불러 보고 자신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템포라는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가사가 나오기 전, 가수가 데모 작업 때 가이드 보컬로 노래를 부를 때 대부분 자신이 발음하기 편한 언어들로 부르곤 합니다. 가수들마다 가이드 보컬 때 선택하는 언어들이 각각 달라서 재밌는데요. 아마 가장 많은 건 페이크 영어가 아닐까 싶네요. Forever, never, Love you, with you 같은 중 1수준의 영어 단어가 무한 반복되는 식입니다. 윤상씨나 조원선씨는 거의 ‘나나나’로 데모를 부릅니다. 나중에 가사를 붙일 때 가장 중립적으로 데모가 들리게 하기 위함이라고 들었습니다. 정재형씨는 ‘라파비레파’ 라는 발음을 선호합니다. 어떤 분들은 페이크 일어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외계어로 불러 놓는데요. 그 데모의 발음들이 가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음에서 가장 편하게 낼 수 있는 발음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음이나 모음만 달라져도 노래하기가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데모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익어서일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 나나나 로 데모를 불러놓게 되면, 데모에선 편하게 불렀지만, 나중에 가사가 붙어서 센 자음이나 받침을 소화 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숨, 즉 연료를 소모하게 되어 힘들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역시 다 가수들의 개인차겠지만, 데모의 외계어들을 듣고 있노라면 민망하고 재밌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발음에 신경을 써서 가이드를 불러놓아도 막상 진짜 가사를 붙여 노래를 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곡이 늘어진다던지 숨이 가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선 역시 반주의 템포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1,2 BPM 정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데요, 이 또한 사운드의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가능하면 드럼 녹음 단계에서 이런 실수가 없도록 여러 번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매체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9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 방송국에서 곡을 홍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일반적이었는데요.
정해진 방송 시간 안에 많은 곡들을 틀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 곡들은 자주 플레이되기가 힘들었지요. 그래서 소속사에서는 발라드는 5분을 넘기지 말 것, 혹은 4분을 넘기지 말 것, 하는 압박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기억의 습작은 신인 앨범의 첫 타이틀곡으로는 참 긴 곡이었습니다.) 어떤 곡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오 분이 살짝 넘어갈 것 같아서 순전히 그 이유 때문에 템포를 살짝 올렸던 기억도 있네요. 지금은 아무리 길어도 곡이 좋으면 상관없다는 추세이지만요.
이상 템포에 관한 이런저런 잡담이었습니다.
키와 템포가 정해지면 이제 본격적으로 곡의 구조를 완성할 차례입니다.
오늘은 곡의 구성, 구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엔 너무 다양하고도 변칙적인 구조의 곡들이 많아서 일일이 다 예를 들 수는 없는지라, 저는 그냥 일반적인 발라드 곡을 예를 들어 설명하려 합니다.
보통의 발라드 곡의 일반적인 구조를 풀어보자면,
Intro(전주)– A(verse) - A’ - B – Sabi(후렴부) - Interlude(간주) - A or B – SABI –Bridge – Sabi – Outro (후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데요, 물론 곡마다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용어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각 파트의 정의와 역할부터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INTRO
말 그대로 노래의 전주입니다. 곡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또 기대하게 만드는 첫 시작입니다.
노래의 첫인상이 전주에서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전주만 들어도 설레는 곡들이 많지 않나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전주만 듣고 곡 명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며 놀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는 전주일수록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노래의 멜로디를 차용한 전주도 있고, 아예 독자적인 멜로디를 쓰기도 합니다. 리듬비트로만 전주가 시작되기도 하지요. 어떤 경우엔 곡의 후렴부를 전주대용으로 먼저 선보이기도 합니다. 후렴부의 멜로디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게 되지요.
어떤 곡들은 전주가 과감히 생략된 채 곧바로 노래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이런 구성이 더 임팩트 있게 느껴질 때도 많은데요. ‘기억의 습작’ 같은 경우는 곡이 너무 길어서 전주까지 입히는 것은 사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래부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론 웬만한 전주보다 더 강렬한 첫인상을 갖게 된 도입부가 되었지요. 꼭 일부러 이런 효과를 누리자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어떤 전주도 사족같이 느껴지는 경우엔 이렇게 노래부터 시작하는 구성이 종종 쓰이곤 합니다.
A & A’
노래의 앞부분입니다. 외국에선 Verse라는 용어를 씁니다.
예전에 작곡 할 때는 앞부분은 그저 후렴구를 가기 위한 전개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후렴구의 멜로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잔잔하게 시작하는 앞부분의 멜로디에 마음이 더 움찔거립니다. 좋은 가사가 붙었다면 더 공감이 가게 되죠. 어렸을 땐 곡을 쓸 때 후렴부를 먼저 작곡하고 앞부분을 나중에 짜 맞춰 넣기도 했는데요. 그럴 경우엔 처음부터 곡을 쭉 풀어나가는 것 보다 부자연스럽다거나 작위적으로 들리기가 쉬워서 요즘엔 순서대로 곡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A 파트는 보통 8마디로 구성되어, 한 번 더 반복을 하게 됩니다. 그 반복 부분이 A’입니다.
B
A 와 SABI를 연결하는 파트입니다.
짧게는 4마디 길게는 8마디 정도의 분량입니다.
어떤 곡들은 B파트를 생략한 채 바로 A’에서 SABI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SABI (후렴구)
왜 이 후렴구 파트를 뮤지션들이 사비라는 용어로 칭하는지 그 어원은 저도 잘 모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면 답글을...) 외국에선 CHORUS 파트라고 부르는데요. 화음을 넣는 코러스와 헷갈려서 그런지 국내에선 그렇게 칭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네요. 다들 사비라고 부릅니다. 흔히들 사비가 좋아, 사비가 꽂혀, 뭐 이런 표현을 쓰는데요. 추측으론 일본에서 온 용어가 아닐까 싶지만요.
이 후렴구 파트의 멜로디가 쉽고 좋으면 사람들이 훅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의 가사가 노래의 제목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월이 가면’, ‘천일동안’,‘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런 곡들이 대표적인 예죠.
그런데 사실 이런 분석은 결과론적인 얘기고, 곡을 쓰는 당시에 염두를 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마음은 새침한 여자와 같아서, 항상 이러면 되겠지 라고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니까요. 오히려 그런 대중성에 입각한 작법은 진심성이 떨어지거나 작위적으로 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들었지만 나중에 살펴보니 이런 대중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더라...뭐 이런 순서가 아름답지 않을까요.
Interlude (간주)
언제부터인가 곡의 간주가 짧아지고 간소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올드팝이나 가요들을 들어보면 간주가 멋지고 아름다운 곡들이 참 많았는데요. 요즘엔 길고 장황한 간주는 사치가 되어버린 것 같아 좀 안타깝습니다. TV나 라디오 방송 플레이를 고려한 측면도 있고요, 대중들이 점차 한 곡을 진득하게 듣지 않는다는 불신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고가 길면 채널을 돌리게 되듯 말이죠.
자꾸 ‘기억의 습작’을 예로 들게 되는데요. 원래 이곡의 간주는 트럼펫 솔로 8마디 뒤에 트럼본 솔로가 다시 8마디를 이어받는 구조였습니다. 녹음을 다 끝내고 6분이 넘는 곡 길이에 고민하고 있는 저희에게 같은 소속사 선배였던 종신형이 트럼본 솔로 파트를 들어내라 조언 해주셨죠. 그때는 지금처럼 컴퓨터 녹음이 아닌 멀티 테입 녹음 시절이어서 정말 말 그대로 테입을 잘라서 붙이는 수작업을 감행하여 편집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게 두고두고 안타까워서 공연 때는 간주를 원래의 버전으로 트롬본 솔로까지 연주하곤 합니다.
간주의 솔로 악기로 뭘 선택할지도 큰 고민이었는데요.
특히 일렉 기타는 예나 지금이나 대표적인 간주 솔로 악기입니다. 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서가 간주 파트일겁니다. 기타 솔로를 들을 때 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93년도 대학가요제 예선 때, 부자 밴드가 한 팀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앰프와 기타 이펙트를 가져와서 세팅 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더랬죠. ‘와 장비 많아서 좋겠다!’, 부러워했던 것도 잠시, 노래가 1절이 끝나 가는데도 기타리스트는 줄 한 번 튕기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 아마도 간주 솔로부터 연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나 본데, 애석하게도 간주가 시작되기 전에 심사위원들이 노래를 끊는 바람에 그대로 다시 장비를 해체하고 돌아가야만 했다는 슬픈 사연입니다. 그리고 2차 예선에선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었죠. ㅠㅠ
피아노, 색소폰 간주가 너무 흔하게 느껴져서, 새로운 간주 악기를 모색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곡들의 간주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이 저도 시대에 편승하고 있는 걸까요.
Bridge
2절의 후렴구가 끝나고 다시 후렴구를 반복하기 전에 등장하는 파트입니다. (때로는 2절의 후렴구 대신 브릿지가 먼저 등장하기도 합니다. 제 노래 중에 ‘다시 시작해보자’ 라는 곡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1,2절을 들으며 쌓인 감정이 폭발할 수 있게 기폭제 역할을 맡아 곡의 상승무드를 주도합니다. 그래서 브릿지가 끝나고 다시 반복 되는 후렴구는 전조가 된다거나 편곡이 더 웅장해져서 감정의 극에 치닫게 됩니다.
이 브릿지 파트는 마치 두 번째 간주처럼 솔로악기를 동반한 연주로 처리 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멜로디의 노래가 추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브릿지 파트가 너무 일반화 된 나머지, 너무 형식적이거나 작위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간혹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너무 보컬이 장기자랑을 하는 나머지, 감정 상승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곡의 흐름상 자연스럽지 않다면 브릿지가 없는 곡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너무 뻔한 진행의 브릿지는 식상하기도 하니 의무처럼 채워 넣어야하는 구성요소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OUTRO
곡의 후주입니다.
모든 노래 곡들은 크게 두 가지의 방법으로 끝을 맺는데요.
하나는 완결한 형태의 후주를 갖고 모든 반주가 마침표를 찍는 방법이구요.
또 하나는 Fade Out, 즉 전체의 볼륨을 서서히 줄여서 마무리를 짓는 것입니다.
후주는 주로 전주를 차용해서 반복하는 수미상관 형식이 많이 쓰입니다.
따로 후주를 덧입히지 않고 노래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끝을 맺는 경우도 있지요.
곡의 감정 선상 더 여운을 주고 싶을 경우에는 페이드아웃으로 처리합니다. 장대하게 벌린 곡을 허겁지겁 마무리해버리면 성급하게 들리겠지요. 노래를 포함한 전체 음악이 페이드아웃 되는 경우도 있고, 노래는 끝이 나고 반주 부분만 페이드아웃 되기도 합니다. 더 세심한 경우엔 반주에서 특정 악기를 더 길게 놔두는 경우도 있는데요. ‘Replay’라는 곡은 의도적으로 뒤에 스트링 연주만 더 길게 들리게 페이드아웃을 했습니다.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는 곡을 공연에서 부를 때는 따로 엔딩을 만들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연주자가 각자의 소리를 줄여가며 수작업 페이드아웃으로 엔딩을 처리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ㄱㅆ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설명해준거 같아서 스크랩
역시 글도 잘적고 말도 잘하셔 ... 쏙 들어온다
너무 재밌다 이런 얘기
와 너무 멋있어 나 실용음악과 싱송 전공이라 곡 만드는데에 이런 좋은글 너무 필요했는데 너무 고마워!!!
정리를 담백하게 잘해주셨네!!
우와..
작곡 배우는데 넘 잘읽었어 고마워!
오....신기해